'배구 여제' 김연경이 떠난 한국 여자 배구 국가대표팀은 암흑기를 걷고 있다. 2020 도쿄올림픽 4강 진출 쾌거는 옛일이 됐다.
세자르 에르난데스 감독이 이끄는 한국 여자 국가대표팀은 20일(한국시간) 폴란드 우치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예선 C조 4차전에서 미국에 세트 스코어 1-3로 패했다. 도쿄 올림픽 금메달을 획득한 미국을 상대로 1세트를 따내며 선전했지만, 내리 3세트를 내줬다. 한국은 이탈리아·폴란드·독일전에 이어 4연패를 당하며 승점 1점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C조 8개 팀 중 5위에 머물렀다.
이번 대회에서 각 조(A~C) 상위 1·2위 팀에 오르면 파리 올림픽 본선에 진출한다. 4연패를 당한 한국은 남은 조별 예선 세 경기(콜롬비아·슬로베니아·태국)에서 모두 승점 3점으로 획득하며 승리해도 조 2위에 진입할 수 없다. 이미 이탈리아와 미국이 승점 12점을 따냈다.
더불어 파리행 티켓도 사실상 사라졌다. 파리 올림픽 여자 배구 본선은 총 12개국이 참가한다. 이번 예선전에서 6장, 개최국 프랑스가 1장을 갖고, 나머지 5장은 국제배구연맹(FIVB) 세계 랭킹에 따라 결정된다.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에서 2년 연속 전패를 당하는 등 국제대회에서 연달아 고전한 한국은 36위까지 처져 있다.
한국은 2012 런던 대회부터 3회 연속 올림픽에 출전했다. 2012 런던. 2020 도쿄 올림픽에선 4강 진출을 이뤘다. 국제대회에서의 선전하며 국내 리그 인기도 치솟았다.
4회 연속 올림픽 출전을 노린 한국은 결국 냉혹한 현실을 확인했다. 김연경·양효진·김수지 등 그동안 국가대표팀을 이끌었던 주축 선수들이 도쿄 대회를 마지막으로 태극마크를 반납한 뒤 박정아·강소휘 등 V리그 대표 스타 플레이어들을 주축으로 세대 교체를 노렸지만, 기둥이 없는 한계만 확인했다.
한국은 9월 초 열린 2023 아시아배구선수권에서는 예선에서 베트남에 덜미를 잡히더니, 8강에서 태국에 완패하며 상위권에서 밀렸다. 5위 결정전에서도 카자흐스탄에 0-3으로 대패했다. 이 대회에 처음 참가한 1975년 이후 20회 연속 4강에 진출했지만, 올해 최악의 성적을 거뒀다. 이제 동남아·중동 국가와의 대결에서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전력이다. 항저우 아시안게임(AG) 전망도 어둡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