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희는 지난달 29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 올림픽 스포츠센터 주 경기장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AG) 여자 해머던지기 결선에서 64m14를 기록,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경기가 추석 연휴 기간 열려 크게 주목받지 못했지만, 한국 여자 해머던지기 선수로는 사상 첫 AG 포디움에 올랐다. 그뿐만 아니라 2012년 강나루가 세운 한국 기록(종전 63m80)도 11년 만에 경신했다.
항저우 AG에 출전한 한국 육상 대표는 총 45명. 이 중 고교생은 남자 높이뛰기 최진우(울산스포츠과학고)와 김태희, 두 명뿐이다. 아직 국제대회 경험이 많지 않은 김태희지만 생애 첫 AG 결선에서 떨지 않았다. 경기장에 비가 내린 탓에 바닥이 미끄러워 회전 동작이 쉽지 않았지만 5차 시기에서 '최고 기록'을 냈다. AG 여자 해머던지기는 중국이 수년째 메달을 독식 중인 종목. 이번 결선에서도 왕정과 자오제(이상 중국)가 71m53과 69m44의 성적으로 금·은메달을 차지했다. 김태희의 기록은 아직 정상급 중국 선수들과 차이가 있지만 최근 성장세가 워낙 눈부셔 4년 뒤 AG에선 더 좋은 성적이 기대된다.
전라남도 해남 출신인 김태희는 전남체육중학교를 거쳐 원반던지기 선수로 전남체육고등학교에 진학했다. 하지만 진로를 고심하다 전학을 결정했고 이리공고에서 해머던지기로 종목을 바꿨다. 김영훈 이리공고 감독은 "김태희는 (해머를 던질 때) 회전력과 뿌리는 능력도 좋다"고 평가했다. 결국 종목 변경이 신의 한 수였다. 김태희는 지난해 6월 출전한 제50회 KBS배 전국육상경기대회에서 53m28을 기록했다. 불과 1년 뒤인 지난 6월 2023 예천 아시아U20육상경기선수권대회에선 59m97로 60m에 근접한 성적을 냈다. 이어 7월 제52회 전국종별육상경기선수권대회에서 61m24로 개인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이어 항저우 AG에서 강나루의 한국 기록을 넘어 '마의 64m'까지 돌파했다.
관심이 쏠리는 건 내년 열리는 파리 올림픽이다. 현재 여자 해머던지기는 68m 정도를 던지면 기준 기록을 통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태희는 AG이 끝난 뒤 본지와 인터뷰에서 "AG 갈 때 목표가 한국 기록이었는데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기쁘다. 3등은 생각도 못 했는데 메달까지 얻어 좋다"며 "다음 목표는 올림픽 출전"이라고 힘주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