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양궁 국가대표 오유현(34·전북도청)이 드디어 시상대에 올랐다. 은사와 만남으로 새 길을 찾은 끝에 거둔 성과였다. 그러나 선수는 기쁨보다 눈물을 먼저 흘렸다.
오유현은 5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 푸양 인후 스포츠센터 양궁장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AG) 양궁 여자 컴파운드 단체전에서 소채원(26), 조수아(22·이상 현대모비스)와 조를 이뤄 출전해 동메달을 따냈다. 4강에서 대만에 패했지만, 인도네시아와 동메달 결정전에서 승리하며 뜻 깊은 메달을 따냈다. 활시위 당기는 오유현 (항저우=연합뉴스) 김인철 기자 = 5일 중국 항저우 푸양 인후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19회 항저우 아시안게임 양궁 컴파운드 여자 단체전 4강전 한국과 대만의 경기에서 한국 오유현이 활시위를 당기고 있다. 2023.10.5 yatoya@yna.co.kr/2023-10-05 12:27:09/ <저작권자 ⓒ 1980-2023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오유현은 대기만성한 선수다. 어깨를 다치면서 29세 나이에 리커브에서 컴파운드로 종목을 바꿨다. 당시 그에게 전향을 권유한 게 박성현(40) 전북도청 감독이다. 박 감독은 선수 시절 올림픽(금메달 3개, 은메달 1개)과 AG(금메달 3개) 세계선수권(금메달 4개, 은메달 2개, 동메달 2개)을 제패했던 전설이다. 특히 한국 양궁 사상 올림픽과 세계선수권, AG, 아시아선수권 개인전에서 모두 우승하는 개인전 그랜드슬램의 대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그런 박 감독은 어깨 부상으로 리커브 조준이 쉽지 않아진 오유현에게 기계식 활인 컴파운드를 권유했다. 적은 힘으로도 활을 당길 수 있는 컴파운드는 오유현의 단점을 지워줄 수 있었다. 제안을 수용한 오유현은 2021 다카 아시아선수권 단체전 금메달, 개인전 은메달, 2023 베를린 세계선수권 단체전 동메달을 수상한 국가대표 선수로 성장했다. 양궁 컴파운드 여자 단체전 동메달 (항저우=연합뉴스) 김인철 기자 = 5일 중국 항저우 푸양 인후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19회 항저우 아시안게임 양궁 컴파운드 여자 단체 동메달 결정전 한국과 인도네시아의 경기에서 소채원-오유현-조수아가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2023.10.5 yatoya@yna.co.kr/2023-10-05 13:01:48/ <저작권자 ⓒ 1980-2023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AG 시상대에 오른 것만으로도 오유현에게는 의미가 남다른 성과다. 하지만 오유현은 충분히 우승할 수 있던 상황에서 금메달을 따지 못했다고 자책했다. 그는 "내겐 뜻깊고 값진 동메달"이라면서도 "우리 대표팀이 충분히 금메달을 딸 실력을 갖췄는데 4강 때 바람의 방향을 잘 읽지 못해 고비를 못 넘긴 것이 너무 아쉽다"고 말했다. 이어 "박 감독님께서 (선전을) 열렬히 응원해주셨다. 그래서 꼭 금메달을 목에 걸고 돌아가겠다고 말했는데 그 약속을 못 지켜서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이고 울먹였다. 결국 감정을 추스리기 위해 잠시 인터뷰를 멈췄고, 소채원과 조수아가 옆에서 그를 위로한 다음에야 돌아올 수 있었다.
한편 오유현과 함께 출전한 소채원은 이번 동메달로 국내 컴파운드 종목 AG 최다 메달리스트가 됐다. 5번째 메달 수상도 이미 예성돼 있다. 컴파운드 여자 개인전에 출전한 그는 결승 무대까지 올라 7일 조티 수레카 벤남(인도)과 자웅을 겨룬다. 활시위 당기는 소채원 (항저우=연합뉴스) 김인철 기자 = 4일 중국 항저우 푸양 인후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19회 항저우 아시안게임 양궁 컴파운드 혼성전 결승 한국 주재훈-소채원과 인도 오야스 프라빈 데오탈레-조티 수레카 벤남의 경기. 한국 소채원이 활시위를 당기고 있다. 2023.10.4 yatoya@yna.co.kr/2023-10-04 13:00:34/ <저작권자 ⓒ 1980-2023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소채원은 "대만과의 4강전에서 패한 것이 너무 아쉬웠다. 그래도 동메달 결정전이 곧바로 진행됐기 때문에 마냥 아쉬워할 수 없었다. (오)유현 언니도 '끝까지 최선을 다자'고 독려했다. 덕분에 마음을 추슬러서 동메달을 딸 수 있었다"고 단체전 소감을 전하면서 "그래도 유현 언니, (조)수아와 함께 금메달의 기쁨을 함께 나누고 싶었다. 내가 제대로 실력을 펼치지 못한 것 같아 미안하다"고 아쉬움을 전했다.
남은 개인전 결승에서 설욕을 노린다. 소채원은 "은메달과 동메달을 땄는데 개인전에서는 금메달을 목에 걸고 싶다"며 "혼성전과 단체전에서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 개인전 결승에서는 이런 모습이 나오지 않도록 잘 보완하겠다. 그래서 꼭 금메달을 목에 걸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