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선홍호의 ‘축구 도사’ 홍현석(24·KAA 헨트)은 일본에 무참히 패한 ‘그날’을 잊을 수 없다.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AG) 결승전을 유독 벼르는 이유다.
홍현석은 지난 4일(한국시간) 우즈베키스탄전 승리 후 “지난해 일본에 0-3으로 졌기 때문에 설욕하고 싶다. 일본이 결승에 온 만큼 (지난해 패배를) 복수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황선홍호는 2022년 6월 12일 우즈베키스탄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U-23(23세 이하) 아시안컵 8강에서 일본에 0-3으로 졌다. 당시 홍현석은 피치를 누볐지만, 팀의 패배를 막지 못했다. 무엇보다 일본이 U-21(21세 이하) 팀으로 두 살 많은 한국을 꺾었다는 점에서 더욱 뼈아팠다.
1년 만에 복수의 기회가 찾아왔다. 일본은 이번 AG에 U-22(22세 이하) 대표 선수들을 데려왔다. 선수 면면이 1년 전과 바뀌긴 했지만, 여전히 오이와 고 감독이 팀을 지휘하고 있다. 일본은 특유의 탄탄한 조직력과 유려한 패스를 앞세워 미얀마(16강) 북한(8강) 홍콩(4강)을 연파하고 결승에 올랐다.
전방과 후방의 연결고리 구실을 맡은 홍현석이 일본과 결승전 키플레이어로 꼽힌다. 중원 싸움에서 기세를 잡아야 끈끈한 일본을 누를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홍현석은 “마지막 경기이니 모든 걸 쏟아부어 꼭 금메달을 따겠다. (일본을) 충분히 이길 수 있다. 자신 있다”며 “한국은 한 팀으로 뭉쳐있다. 좋은 분위기 속에서 승리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홍현석은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AG 축구대표팀의 ‘엔진’이다. 주장인 백승호(전북 현대)와 함께 3선에서 공격과 수비를 연결하고 있다. 이미 성인 대표팀에서도 3경기를 소화한 그는 이번 대회에서 이강인(파리 생제르맹)에게 가려 크게 주목받지 못했지만, 빼어난 실력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끌어냈다.
왕성한 활동량과 침투 패스 등 홍현석의 장점은 이미 알려졌지만, 직접 골문을 노리는 날카로운 왼발은 이번 대회를 통해 재발견된 무기 중 하나였다. 특히 그의 킥력이 필요할 때마다 빛났다는 평가다. 홈팀 중국을 무너뜨린 8강전 프리킥 득점과 우즈베키스탄과 준결승전 선제골 장면에서의 절묘한 로빙 패스 등이 대표적이다.
항저우에서 ‘축구 도사’ 면모를 가감 없이 뽐내고 있는 홍현석은 마지막 경기에 나설 준비를 마쳤다. 숙명의 라이벌 일본을 상대로 금메달 획득과 복수 두 토끼를 잡을 일만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