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문의 영광: 리턴즈’에서 종칠 역을 맛깔나게 소화한 배우 고윤을 최근 서울 중구 일간스포츠 사옥에서 만났다.
영화 속 종칠은 5 대 5 스타일에 한가닥씩 내려온 앞머리에 브릿지를 넣은 캐릭터. 고윤은 “사실 처음엔 어설픈 전라도 사투리를 쓰는 과묵한 캐릭터였는데 현장에서 바뀌게 됐다”고 설명했다.
“과묵하고 올림머리를 한 ‘용식’이라는 캐릭터였거든요. 태닝을 하고 현장에 갔는데 감독님이 ‘용식이는 멋있는 캐릭터가 아니야’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다시 분장을 했어요. 쪽머리도 해보고, 라면머리처럼 컬도 줘보고, 하얀색으로 바꿔도 보고요. 그러다 점을 찍게 된 거죠.”
점을 찍고 나타난 고윤을 본 60여명의 스태프들은 모두 웃음을 터뜨렸다. 용식이라는 이름도 종칠로 바뀌었다. 그때부터 고윤은 본격적으로 종칠에 대한 감을 잡았다. 분장을 과장되게 하고 나니 모든 행동과 말, 사투리마저 과장스럽게 바뀌었다.
종칠은 정준하가 연기한 종면과 자주 붙는 캐릭터. 한국판 덤앤더머처럼 보이는 장면들도 여럿 연출된다. 이 장면들이 초반 ‘가문의 영광: 리턴즈’의 웃음 포인트다.
“한 번은 분장을 안 하고 현장에 갔더니 스태프들이 저를 막더라고요. 촬영장이니 들어오면 안 된다고요. 그래서 ‘저 종칠이에요’라고 말씀을 드렸죠. (웃음)”
사실 고윤의 첫 영화 현장은 ‘가문의 영광’ 시리즈의 4편인 ‘가문의 수난’이었다. 연예 일을 하고 싶은 차에 마침 현장 막내 스태프가 비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지원을 했다. 슬레이트 치고 모니터 라인 꽂는 등 여러 일을 도맡아했다.
당시 배우와 스태프로 만났던 탁재훈과 고윤. 탁재훈은 이리 뛰고 저리 뛰는 고윤이 안타까웠던지 옆에 자리를 내어주며 “너 지금 여기 앉아서 나랑 대화하는 척 해”라고 하기로 했다고. 그렇게 시작된 인연이 ‘가문의 영광: 리턴즈’까지 이어졌으니 고윤으로선 감개무량할만 하다.
“연예계 일을 한 게 처음이었으니까 그때는 진짜 뭘 몰랐거든요. 막내니까 뭐든지 다 해야하는 줄 알았죠. 탁재훈 선배가 그게 안타까웠던 모양이에요. ‘그렇게 뛰어다닐 필요 없다’고 해주셨어요. 아직도 그때의 배려가 기억이 나요. 다만 이 일을 말씀드린 적은 없어서 선배가 아직 저를 기억하시는지는 모르겠어요.”
한국을 대표하는 코미디 시리즈의 신작 ‘가문의 영광: 리턴즈’에 출연, 현장에서 애드리브처럼 바뀌는 상황들을 소화하면서 고윤은 배우로서 또 많은 것을 배웠다. 스태프로 시작해 배우로 돌아온 이 작품은 고윤에게 무척 큰 의미다.
“‘코미디 영화는 이렇게 찍는구나’라는 걸 많이 배웠어요. 감독님이 현장에서 내신 아이디어들도 모두 신선했고, 그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서로 의견을 내며 토의하는 장면도 신기했어요. 굉장히 행복한 현장으로 기억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