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신이 피로한 상황에서도 누구보다 밝은 기운을 발산하며 코트를 지키고 있다. 여자 프로배구 현대건설 주전 세터 김다인(25) 얘기다.
김다인은 지난 21일 화성 종합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3~24 도드람 V리그 여자부 IBK기업은행(기업은행)과의 1라운드 원정경기에 출전, 정확한 토스와 적절한 공격 배분으로 소속팀 현대건설의 세트 스코어 3-1 승리를 이끌었다. 현대건설은 지난 18일 홈(수원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흥국생명전에선 풀세트 접전 끝에 패했지만, 이날 연패를 막아내며 전열을 정비했다. 올 시즌 2승(1패)째를 올렸다.
현대건설은 현재 100% 전력이 아니다. 국가대표 공격수 정지윤은 지난 8월 훈련 중 오른쪽 발목 인대 부상을 당했다. 주전 아웃사이드 히터(레프트) 고예림도 양쪽 무릎 수술을 받고 재활 치료 중이다. 지난 시즌까지 팀 주장이었던 황민경은 기업은행으로 이적했다.
'코트 위 사령관' 김다인은 이런 상황에서도 다양한 공격을 만들어냈다. 주포 모마 바소코(등록명 모마)를 가장 많이 활용하면서도, 아시아쿼터로 영입한 위파위 시통(등록명 위파위)과 주전 미들블로커(센터) 양효진 그리고 이적생 레프트 김주향을 두루 활용하며 공격 점유율을 분산했다. 15일 페퍼저축은행전, 18일 흥국생명전에선 선수 4명이 두 자릿수 공격 점유율을 기록했다.
21일 기업은행전에선 위파위와의 호흡이 좋았다. 앞선 두 경기에선 서브 리시브를 받는 등 수비 위주 플레이에 집중했던 위파위는 기업은행전에서 V리그 데뷔 뒤 가장 많은 득점(21)을 기록했다. 공격 성공률은 56.25%였다.
경기 뒤 위파위는 "김다인이 공격하기 편안한 높이로 토스를 해준다. 훈련하면서 서로 맞춰가고 있어서 큰 도움이 됐다"라고 했다. 이어 위파위는 "내가 외로울까 봐 걱정하더라. 의사소통도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라고 김다인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김다인은 여름 내내 시련을 겪었다. 여자 배구 국가대표팀 주전 세터로 국제 대회를 소화했지만 처참한 성적을 막지 못했다. 한국은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 12전 전패, 2024 파리 올림픽 예선전 7전 전패를 당했다. 이어진 항저우 아시안게임(AG)에서는 8강 라운드에서 탈락하며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무기력한 경기력을 보여준 여자 국가대표팀에 비난이 쏟아졌다. 주전 세터였던 김다인도 고개를 숙여야 했다. 이런 상황에서 제대로 휴식도 취하지 못하고 소속팀에 합류, 바로 V리그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강성형 현대건설 감독은 "김다인과 기존 선수들이 호흡을 제대로 맞춰보지 못했다. 무엇보다 국제대회를 일정을 소화한 선수들이 체력 저하에 시달릴까 봐 걱정"이라고 했다.
멘털까지 흔들릴 수 있는 시기에 김다인은 더 씩씩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현대건설 선수 중 가장 큰 소리로 파이팅을 외치고, 제스처도 많이 한다. 공격이 성공할 때마다 득점한 선수에게 다가서 눈을 마주친다.
지난 시즌 세트 부문 1위(세트당 11.021개)였던 김다인은 올 시즌 이 부문 2연패를 노린다. 올 시즌도 3경기에서 9.615개를 마크하며 준수한 성적을 남겼다. 성장통을 겪은 김다인은 더 단단해진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