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30일’은 정소민에게 도전이었다. 각본과 연출을 맡은 남대중 감독에게 은퇴작이라는 말까지 들었을 정도니 말이다. 반면 정소민은 “나한테 온 모든 작품이 소중하다. 주변에서 재밌다는 말을 많이 듣고 있다”며 다부지게 답했다.
정소민이 출연한 ‘30일’은 서로의 찌질함과 똘기를 견디다 못해 마침내 남남이 되기 직전 동반기억상실증에 걸려버린 정열(강하늘)과 나라(정소민)의 코미디 영화. 정소민은 극중 정열의 아내이자 똘끼 넘치는 홍나라 역을 맡아 코믹 연기를 펼쳤다.
“코미디가 완전 처음은 아니에요. ‘마음의 소리’도 코미디였거든요. 그동안 했던 작품들에 코미디가 조금씩 있긴 했는데 코미디를 완전히 메인으로 한 건 오랜만이에요.”
정소민은 ‘30일’에서 그야말로 파격 변신했다. 그간의 청순한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막춤을 추면서 병나발을 불고, 밥풀을 뱉으며 화를 낸다. 정소민은 ‘30일’에 출연한 이유로 술술 읽히는 대본을 꼽았다. 그는 “대본을 너무 재밌게 봤다. 대사를 이런 식으로 해보고 싶다는 게 대본을 보면서 그려졌다. 그래서 출연할 수밖에 없었다. 원래 장르 안 가리고 좋아하는 편인데, 대본이 재밌으면 고민하지는 않는다”고 이야기했다.
지난 2015년 정소민은 강하늘과 영화 ‘스물’에서 호흡을 맞췄다. 당시 풋풋한 연인으로 이어졌던 두 사람은 8년 만에 다시 만나 부부 연기를 펼쳤다. 정소민은 강하늘에 대해 “‘스물’ 끝나고 친한데 묘한 거리감이 있었다. 너무 친해서 막대할 수 있는 사이는 아니고 훈훈한 사이였다”며 “‘30일’로 다시 만났을 때도 그랬다. 어느 정도는 조심스럽게 대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영화를 다 찍고 나니까 동성 친구가 된 느낌이에요. 고등학생 때부터 친구였던 것 같아요.(웃음) 둘 다 누구한테 막 대하지 못하는 스타일인데 서로 막말할 수 있을 정도로 편해졌어요. 하늘이 놀리는 건 타격감 있고 재밌어요. 서로 놀리는 재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스물’ 다음으로 ‘30일’에서 만났잖아요. 주변 분들이 제목까지 이러니까 후속작이냐고 많이 물어보더라고요.(웃음) ‘스물’ 때 실제로 저희가 20대였고 지금은 30대가 되어서 만났어요. 그때 생각도 나면서 재밌게 촬영했죠.”
정소민과 남대중 감독은 2019년 영화 ‘기방도령’으로 호흡을 맞춘 바 있다. 정소민은 이에 대해 “신뢰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거 같다. 감독님께 감사한 부분 중 하나는 현장 분위기를 너무 좋게 만들어 주신다. 기본적으로 사람을 대하는 마음이 따뜻한 분이다. 그 힘이 하루하루 모여서 얼마나 커지는지를 알기 때문에 이번 작품 하면서도 의지가 많이 됐던 거 같다”고 믿음을 드러냈다.
끝으로 정소민은 ‘30일’에 대해 마음 편히 볼 수 있는 영화라고 말했다. 그는 “걱정이나 고민을 다 내려놓고 아무 생각 없이 볼 수 있다. 살면서 마음 편하게 웃을 수 있는 날이 많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최대 강점이지 않을까 한다”고 이야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