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인권(51) NC 다이노스 감독의 강단과 이강철(57) KT 위즈 감독의 노련미. 치열한 기싸움으로 투지를 보여준 두 사령탑이 플레이오프(PO·5전 3승제)를 역대급 명승부로 만들고 있다.
2023년 PO 초반 판세는 예상 밖으로 흘렀다. 와일드카드 결정전부터 치른 정규시즌 4위 NC가 먼저 기다리고 있던 2위 KT에 1·2차전을 이겼다. 5전 3승제로 열린 역대 PO에서 1·2차전 승리팀의 한국시리즈(KS) 진출 확률은 88.2%(17번 중 15번)이다. 이 확률을 NC가 잡았다.
시리즈는 NC가 우세하지만, 경기는 치열했다. 지난달 31일 열린 2차전 9회 말은 야구팬이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압도적인 몰입감을 선사했다. 이 과정에서 양 팀 감독 운영의 묘가 빛났다.
2-3으로 밀린 채 정규이닝 마지막 공격을 맞이한 KT는 선두 타자 박병호가 NC 마무리 투수 이용찬으로부터 중전 안타를 치고 출루하며 동점 기회를 만들었다.
1패(1차전)을 안고 있었던 이강철 감독은 승부수를 띄웠다. 경기 승리뿐 아니라 시리즈(PO) 분위기를 바꾸려는 의지가 엿보였다. 주전 포수 장성우의 타석 초구 승부에 ‘히트 앤드 런’ 작전을 냈다.
결과는 대성공. 대주자 이상호가 2루로 뛰자, NC 2루수 박민우는 베이스 커버에 들어갔고, 팀배팅을 시도한 장성우의 타구는 박민우가 원래 지키던 자리로 향했다. 그대로 우전 안타가 됐고, 1루 주자는 3루까지 향했다.
이 상황에서 강인권 감독은 뚝심 있는 투수 운영을 보여줬다. 이번 PS 내내 불안했던 이용찬에게 무사 1·3루 위기를 그대로 맡겼다. 이용찬은 앞선 8회도 안타 2개를 맞고 승계 주자 실점을 허용한 바 있다.
강인권 감독은 2차전을 앞두고 가장 어려운 점으로 ‘투수 교체’를 꼽으며 “그래도 한 박자 빨리 움직이는 게 바람직한 것 같다”라고 말했다. 2차전에서도 6회까지 무실점 호투하던 선발 신민혁이 7회 말 볼넷을 내주고, 야수 실책까지 나오며 위기에 놓이자, 미련 없이 셋업맨 류진욱으로 투수를 교체해 불을 껐다.
이용찬도 8회 말 2사 3루 위기에서 조기 투입했다. 원래 마무리 투수는 필승조 마지막 주자다. 강인권 감독은 이용찬을 믿었다. 자신의 선택에 대한 믿음이기도 했다.
그렇게 이어진 9회 말 무사 1·3루 상황. 이강철 감독은 다시 한번 상대 허를 찔렀다. 작전 수행보다는 장타력이 좋은 문상철에게 스퀴즈를 지시한 것. 비록 문상철의 번트 타구가 파울이 되며 실패로 돌아갔지만, NC 내야진이 전혀 움직이지 못했을 만큼 예상 밖 작전을 구사했다.
결국 웃은 건 ‘믿음의 야구’를 고수한 강인권 감독이었다.
이용찬은 이어진 승부에서 문상철과 김준태를 삼진 처리했고, 배정대를 고의4구로 내보낸 뒤 상대한 오윤석을 내야 뜬공으로 잡아내며 리드를 지켜냈다.
이강철 감독은 1차전에서 비교적 큰 점수 차(1-8)로 지고 있던 상황에서도 필승조(엄상백·손동현·박영현)를 투입했다. 그러자 강인권 감독도 불펜 주축 투수들도 맞불을 놓았다. 이 감독은 “최대한 (실점을) 막고 따라가서 상대 투수들을 끌어내려고 했다”라고 전했다. 강 감독은 “상대 타자들이 타격감을 찾기 전에 힘으로 제압할 생각이었다”라고 했다.
부임 처음으로 가을야구를 이끄는 강인권 감독은 특유의 카리스마와 뚜렷한 원칙을 고수하며 '초짜' 이미지를 지웠다. KS 우승(2021년)을 이끌었던 이강철 감독은 풍부한 경험에서 나오는 직관과 데이터 야구를 적절히 접목해 기세가 좋은 NC에 맞서고 있다.
올해 PO는 상대적으로 비인기 팀 사이 대결이 되면서 주목도가 떨어질 것으로 우려됐다. 그러나 두 사령탑 불꽃 튀는 기싸움이 야구팬에게 가을야구의 묘미를 선사했다. 2일 열리는 3차전에서 KT는 벼랑 끝에서 싸운다. 이 경기에서 지면 KT는 탈락을 확정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