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위즈의 외국인 투수 웨스 벤자민은 올 가을 지독한 실책 불운에 시달렸다. 플레이오프(PO) 2차전과 5차전 두 차례 마운드에 오르는 동안 수비수의 도움을 받지 못했다. 공식적으로 기록된 실책만 4개였다. 하지만 벤자민은 흔들림없는 투구를 펼치며 KT의 '리버스 스윕' 드라마를 이끌었다.
벤자민은 5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3 KBO리그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PO·5전 3선승제) 5차전에 선발 등판, 5이닝 동안 83개의 공을 던져 5피안타 5탈삼진 2실점(1자책)을 기록했다. 2-2 동점 상황에서 내려와 가을 야구 첫 승을 거두지 못했지만, 안정된 투구로 역전승의 발판을 놨다.
이날도 벤자민은 수비 도움을 받지 못했다. 3회 1아웃까지 안타와 볼넷 없이 안정적인 투구를 펼치던 그는 이후 두 타자를 연속으로 출루시켰다. 유격수 김상수가 연속 실책을 범하며 주자들을 내보낸 것이다.
PO 2차전 악몽이 살아나는 듯했다. 당시도 벤자민은 수비 실책 2개에 울었다. 3회 무사 3루에서 1루수 박병호의 포구 실책으로 실점했고, 5회에는 까다로운 타자 박민우를 3루수의 실책으로 출루시키면서 위기를 맞았다. 김주원과의 승부에선 타구에 왼쪽 둔부를 맞는 아찔한 상황도 있었다.
어려울수록 벤자민은 침착했다. PO 2차전을 5이닝 3실점으로 비교적 잘 막아낸 벤자민은 5차전에서도 5이닝 동안 2실점만 내주며 제 역할을 다했다. 5차전에서 벤자민은 연속 실책 이후 손아섭에게 안타를 내주며 만루 위기에 몰렸지만, 희생플라이 하나만 내줬을 뿐 추가 적시타 없이 이닝을 마무리했다.
벤자민이 경기 초반을 버텨준 덕에 KT 타선도 힘을 낼 수 있었다. 0-2로 끌려가던 KT는 5회 말 장성우의 2루타와 문상철의 안타로 득점 기회를 만들어냈고, 대타 김민혁의 2타점 적시 2루타로 동점을 만들며 분위기를 바꿨다. 기세가 살아난 KT는 6회 말 실책의 주인공 김상수가 선두타자 안타로 물꼬를 텄다. 이어진 무사 만루에서 박병호의 병살타로 KT는 역전에 성공했다.
5차전 승리로 KT는 시리즈 전적을 3승 2패로 만들며 한국시리즈(KS)에 진출했다. 역대 PO에서 1·2차전을 내리 패한 팀이 3연승으로 KS에 진출한 건 17번 중 두 번(11.76%·5전 3선승제 기준)밖에 없었는데, KT가 낮은 확률을 깨뜨리고 KS에 진출했다.
한편, PO 최우수선수(MVP)는 손동현이 뽑혔다. PO 5경기에 모두 등판한 그는 7이닝 무실점 1홀드 이닝당출루허용률(WHIP) 0.43을 기록했다. 롱 릴리프부터 필승조까지 마당쇠 역할을 톡톡히 했다. 손동현은 기자단 투표 71표 중 39표를 받았다. 승리가 없었던 벤자민은 아쉽게도 후보에 오르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