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프로농구 아산 우리은행이 ‘부상 악령’에 시달리고 있다. 가뜩이나 전열에서 이탈한 선수들이 많은 가운데 이번엔 이적생 유승희(29)마저 쓰러져 사실상 시즌 아웃 판정을 받았다.
7일 구단 관계자에 따르면 유승희는 최근 오른 무릎 십자인대 파열 진단을 받았다. 이틀 전 아산 이순신체육관에서 열린 2023~24 여자프로농구 공식 개막전 부산 BNK전에서 당한 부상 이후 정밀 진단을 받은 결과다. 유승희는 조만간 수술 일정을 잡고 수술대에 오를 예정이다. 수술과 재활 기간 등을 고려하면 사실상 이번 시즌 내 복귀는 쉽지 않다.
당시 유승희는 3쿼터 경기 도중 다른 선수와 충돌 없이 무릎 통증을 느끼고 주저앉았다. 혼자 코트 밖으로 나가지 못할 만큼 통증이 심했고, 결국 스태프의 부축을 받아 가까스로 코트 밖으로 나갔다. 이날 다시 코트에 들어서지 못한 유승희는 이후 병원에서 십자인대 파열 진단을 받았다.
유승희에게도, 우리은행 구단에도 청천벽력이다. 유승희는 올시즌을 앞두고 인천 신한은행을 떠나 우리은행에 새 둥지를 틀었다. 개막을 앞두고 6개 구단 선수와 팬, 미디어 관계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 조사에서 ‘가장 기대되는 이적생’으로 꼽힐 만큼 많은 주목을 받았다. 유승희 역시 우리은행에서의 새 출발에 의욕이 컸다.
그러나 우리은행 유니폼을 입고 치른 정규리그 첫 경기부터 쓰러졌다. 더구나 앞서 두 차례나 큰 부상을 당했던 부위를 또 다치는 시련을 겪었다. 오랫동안 코트가 아닌 재활에 전념해야 하는 안타까운 상황이 또 이어지게 됐다.
우리은행 역시 마찬가지다. 활동량과 스피드, 득점력을 두루 갖춘 유승희를 품으며 새 시즌 기대감이 컸는데, 개막전부터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새 시즌 구상이 꼬였다. 위성우 감독은 유승희가 쓰러지고 코트 밖으로 나간 뒤에도 한참을 근심 어린 눈으로 지켜봤다. 위 감독은 “아팠던 무릎을 또 다쳤다. (유승희가 쓰러진 뒤) 저도 정신줄을 놨다. 경기에 집중이 안 됐다”고 했다. 그만큼 예기치 못한 타격이라는 뜻이다.
유승희의 이탈이 더욱 뼈아픈 건 우리은행에 이미 부상 선수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위 감독이 ‘우리은행의 주체’라고 표현할 만큼 비중이 큰 박혜진은 발바닥 부상으로 재활에 전념하다 최근에야 팀에 합류했다. 다만 여전히 복귀 시점은 미정이다.
여기에 이명관 역시 발바닥 수술 이후 재활에 전념하고 있고, 김은선도 최근 또 수술을 받고 재활 중이다. 고아라 역시 무릎이 좋지 않은 데다, 개막전에서 트리플 더블을 달성하긴 했지만 김단비나 박지현 등 대표팀을 다녀온 선수들의 컨디션도 여전히 정상은 아니다.
“성적도 성적이지만 선수들의 미래를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다. 선수들이 ‘악’ 소리만 내면 가슴이 철렁철렁하다.” 위성우 감독의 안타까운 심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