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안양 정관장이 마침내 올 시즌 홈 경기 승리를 신고했다. ‘우승 후보’ 부산 KCC를 상대로 밀리지 않은 경기력을 선보이며 ‘디펜딩 챔피언’의 저력을 입증한 경기라 더 값졌다. 김상식(55) 정관장 감독의 고른 선수 기용이 빛을 발했다.
정관장은 지난 7일 안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KCC와의 2023~24 정관장 프로농구 정규리그 경기에서 74-72로 이겼다. 정관장은 이날 승리로 4승(3패)째를 기록했고, 홈에서는 처음 이겼다.
KCC는 나흘간 넉넉한 휴식을 취하고 나왔다. 반면 정관장은 개막 홈 3연패를 당했고, 동아시아슈퍼리그(EASL) 일정까지 소화하면서 체력도 떨어진 상태였다. 오마리 스팰멘도 없어 정관장의 열세가 점쳐졌다.
그러나 경기 초반 양상은 백중세였다. KCC가 알리제 드숀 존슨·허웅·이근휘의 득점포로 앞서가자, 정관장은 대릴 먼로를 비롯해 박지훈·최성원의 가드진으로 맞섰다. 특히 이종현·김경원 등이 존슨을 저지하는 데 주력하면서 경기 흐름을 뺏기지 않았다.
전반은 KCC의 리드였지만, 후반부터는 정관장의 경기력이 위였다. 저득점 양상 속에서 KCC는 턴오버와 많은 야투 실패로 자멸했다.
KCC 허웅은 후반 6개의 슛을 모두 놓쳤다. 존슨이 뒤늦게 슛감을 회복해 응수했지만, 정관장은 맥스웰-이종현이 골 밑을 지키며 실점을 억제했다.
쐐기를 박은 건 올 시즌 정관장의 중심을 맡을 박지훈이었다. 정관장은 종료 34초를 남기고 존슨에게 자유투 3개를 허용해 리드를 뺏겼지만, 작전타임 후 14초를 남기고 박지훈이 오른쪽 코너에서 역전 3점슛에 성공했다. KCC는 마지막 존슨의 3점슛이 림을 외면하며 고개를 숙였다. 정관장이 ‘슈퍼팀’ KCC를 꺾은 순간이었다.
‘디펜딩 챔피언’ 정관장의 위력이 발휘된 경기였다. 특히 김상식 감독의 선수 기용이 빛났다. 박지훈·최성원·렌즈 아반도로 이어지는 가드진은 안정적인 리딩과 득점으로 기복을 억제했다. 이들이 기록한 턴오버는 단 1개뿐이었다. 이외 이종현(27분) 맥스웰(20분) 먼로(19분) 등 빅맨들을 적절히 기용하며 KCC보다 나은 경기력을 뽐냈다.
한 달 전 열린 개막 미디어데이 당시, 정관장은 ‘디펜딩 챔피언’이었음에도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문성곤(KT)·오세근(SK)·변준형(입대) 등 주축 선수들이 모두 나간 탓이다. 안방에서 열린 공식 개막전에서도 패하며 ‘전력 약화’라는 시선을 피하지 못할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김상식 감독은 개막전 패배 뒤 “후반 집중력 부재, 턴오버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라며 힘줘 말했다. 그리고 정관장은 이날 KCC를 상대로 그 약속을 지키며 우승 후보를 격파했다.
김우중 기자 ujkim50@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