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프로배구 GS칼텍스는 지난 7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한국도로공사와의 1라운드 홈경기에서 세트 스코어 3-0으로 신승했다. 먼저 1·2세트를 내줬지만, 내리 3~5세트를 잡았다.
이 경기 수훈 선수는 ‘데뷔 2년 차’ 백업 리베로 김민지였다. 그는 4세트 15-15에서 ‘원 포인트 서버(특정 상황에서 서브만을 위해 나서는 선수)’로 나서 날카로운 서브로 상대 리시브를 흔들었다. GS칼텍스는 서브 순번에서만 연속 7득점 했다.
김민지는 GS칼텍스가 추격을 13-11, 2점 차까지 추격을 당한 5세트 막판 다시 투입됐고, 연속 서브 득점을 해내며 승부에 마침표를 찍기도 했다. GS칼텍스는 시즌 5승(1패)째 거두며 승점 13점을 기록, 흥국생명(승점 15)에 이어 2위로 1라운드를 마쳤다.
경기 뒤 차상현 GS칼텍스 감독은 “(김)민지가 서브 에이스를 해낸 뒤 내 얼굴부터 보더라. 오늘 사비로 30만원이 나가게 됐다”라며 웃어 보였다.
차상현 감독은 원 포인트 서버로 나서는 선수가 서브 득점을 하면 사비로 10만원을 주기로 약속했다. 출전 시간은 적지만, 팀에서 궂은일을 하는 백업 선수들에게 동기부여를 하기 위해서다.
김민지는 “내가 GS칼텍스에 입단하기 전부터 감독님이 서베로(원 포인트 서버와 리베로를 합한 말) 선수들이 임무를 해낼 때 용돈을 주신 것으로 안다. 다 해당되는 건 아니다”라며 웃어 보였다.
김민지는 2022년 신인 드래프트 3라운드에서 흥국생명 지명을 받았지만, 1년 만에 방출된 뒤 지난 7월 GS칼텍스의 부름을 받아 프로 생활을 이어간 선수다. 차상현 감독은 김민지의 수비력과 서브 능력을 높이 샀고, V리그에서 검증된 게 없는 무명 선수를 올 시즌 경기 흐름을 바꿔야 할 때 투입하고 있다.
GS칼텍스는 김민지처럼 백업 선수들이 존재감을 보여주는 경기가 많다. 당장 1라운드 6경기 모두 선발 세터로 나선 김지원도 주전 안혜진의 부상 공백을 메우고 있는 선수다. 이날(7일) 한국도로공사전에서도 교체 없이 한 세트 이상 소화한 선수만 11명이었다.
GS칼텍스는 2020~21시즌, V리그 여자부 최초로 컵대회·정규시즌·챔피언결정전에서 모두 우승을 하는 트레블을 달성했다. 모두 ‘배구 여제’ 김연경이 버티는 흥국생명을 2위로 밀어내며 거둔 쾌거였다.
당시 차상현 감독은 “팀워크가 끈끈해지면 언젠가 기량(팀 전력)을 넘어설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다”라고 했다. 그는 한두 선수에 의존하지 않고, 구성원 모두에게 적합한 역할을 부여해 전력을 극대화하는 지도자다. 선수들이 스스럼없이 장난을 칠만큼 친근하지만, 팀워크를 흔드는 행동은 엄격히 조처한다. 플레이에 따라 용돈도 있지만, 벌금도 있다고.
GS칼텍스는 지난 시즌 5위에 그쳤다. 차상현 감독은 “하나의 팀으로 뭉치지 못했다”라고 돌아봤다. 팀워크가 강해지기 위해선 더 많은 선수에게 승리에 기여할 기회를 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올 시즌 개막 전 중·하위권 전력으로 평가받았던 GS칼텍스는 두꺼운 선수층을 앞세워 1라운드부터 반전을 보여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