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 업계의 황금알인 5G가 상용화 3년 차에 성장 동력을 잃는 모습이다. 합리적 소비를 추구해 알뜰폰을 찾는 소비자들이 늘어난 탓이다. 정부의 가계 통신비 인하 압박도 변수다.
12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지난 9월 국내 5G 가입자는 3179만5052명으로 전월 대비 28만6993명 늘었다. 증가율로 따지면 0.9%로, 2019년 4월 서비스 시작 이후 1% 아래로 떨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통 3사 모두 5G 가입자 성장세가 1% 아래로 내려앉았다. SK텔레콤은 0.9%(13만6523명), KT는 0.84%(8만161명), LG유플러스는 0.93%(6만3438명)로 집계됐다.
LTE와 비교해 차별화한 경쟁력을 보여주지 못한 것이 5G 생태계 확산에 제동이 걸린 이유라는 분석이다.
직장인 송 모(39) 씨는 4년 전 삼성전자 '갤럭시S10 5G'를 구매해 5G 서비스를 이용 중인데, 개통 초기 속도가 느려 'LTE 우선 모드'로 설정한 뒤 바꾼 적이 없다. 5G 요금을 내고 LTE를 쓰는 셈이다.
송 씨는 "5G를 쓰지 않아도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다"며 "그나마 약정이 끝나 부담이 덜한 편이다"고 말했다.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와 게임을 즐기기에 충분하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알뜰폰 LTE로 돌아서는 가입자들이 적지 않다.
올해 초부터 알뜰폰 LTE 신규 가입자는 매달 20만명 중후반대를 형성하고 있다. 올해 9월에는 24만7262명이 유입되며 1.77%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돈이 되는 5G 라인업이 주춤하면서 이통사 실적에도 먹구름이 꼈다.
업계 1위 SK텔레콤의 ARPU(가입자당 평균 매출)는 지난 2분기 3만원대가 깨졌다. 3분기는 2만9913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3% 하락했다. ARPU는 이통사의 수익성 지표로, 고가의 프리미엄 요금제를 많이 팔수록 올라간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정부의 통신비 인하 요구는 더욱 거세지고 있다.
내년 1분기에는 청년을 대상으로 한 3만원대 5G 요금제를 내놓기로 했다. 2년 단위로 운영하는 선택 약정 할인 제도는 1년 단위로 자동 갱신하는 사전 예약을 도입해 중도 해지 위약금을 절반 수준으로 줄인다. 5G 스마트폰으로 LTE 요금제에 가입할 수 있도록 이용 약관도 손본다.
현재의 경기 상황과 정부의 규제 방향이 중장기적으로 이통 3사에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김홍식 하나증권 연구원은 "4만~5만원대 5G 중가 요금제와 달리 3만원대 5G 요금제는 LTE 가입자 유치에 따른 요금제 업셀링 효과가 미미한 반면 기존 5G 가입자 요금제 다운셀링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날 수 있어 부정적"이라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또 "선택 약정 기간 단축은 위약금 감소, 해지율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어 시장 과열 현상이 나타나면 통신사에 불리한 영향이 예상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