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경엽 감독은 13일 KS 우승을 확정한 뒤 "내가 LG에서 엄청 욕을 많이 먹었다. 그때는 누군가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었고 내가 그 대상이 돼야 했었다"고 말했다. 여기서 언급한 '그때'는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염경엽 감독은 스카우트와 운영팀장을 거쳐 2010년 LG 1군 수비 코치에 부임했다. 하지만 2011년 12월 갑작스럽게 넥센 히어로즈로 팀을 옮겼다.
당시 상황을 잘 아는 야구 관계자는 "운영팀장을 하면서 염경엽 감독이 자기와 친한 사람을 배치해 영향(좌지우지)을 끼친다는 얘기가 돌았다. 한 방송에서 관련 내용이 전해지면서 시끄러웠다"며 "그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LG를 나가 넥센 코치로 갔다. 당시 구본준 LG 구단주가 염경엽 감독을 신뢰한 건 맞을 거"라고 말했다.
염경엽 감독은 작전/주루 코치를 거쳐 2012년 10월 넥센 제3대 사령탑에 올랐다. 부임 첫해 팀의 창단 첫 포스트시즌(PS) 진출을 이끌었고 2014년에는 KS까지 진출시켜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이후 SK 와이번스 단장(2017~2018)과 SK 감독(2019~2020)을 거쳐 지난해 11월 LG 지휘봉을 잡았다. 모두가 놀란 '현장 복귀'였다. 염 감독은 성적 부진과 건강 문제 등이 맞물려 계약 기간 1년을 남겨두고 2020년 10월 SK 감독 자리에서 자진해서 사퇴했다. 2년 정도를 야인으로 보내 한동안 잊힌 존재가 되기도 했다. 짧은 공백을 깨고 감독으로 복귀하는데 그 구단이 LG여서 더욱 눈길을 끌었다.
염경엽 감독은 2년 동안 자기반성을 했다. 그는 "시련을 겪고 휴식 시간을 가지면서, 그동안의 감독 생활뿐 아니라, (내가 이끈) 모든 시즌을 돌아보며 공부하는 시간을 가졌다. 내가 어떤 부분이 부족했고, 어떤 부분이 좋았는지, 다시 한번 돌아봤다"며 "미국 연수(샌디에이고 파드리스)를 갔을 때 시간이 많았다. 가족도 없고 혼자 있는 시간이었다. 내가 정리했던 노트들을 정리했던 시간이다. 좋은 경험, 실패 경험이 자양분이 됐다"고 회상했다. 그 결과 염경엽표 '신바람 야구'로 30년 가까이 멈춰 있던 KS 우승 시계를 돌렸다.
13일 서울 잠실구장. LG의 KS 우승이 확정된 뒤 구장을 가득 메운 2만여 관중은 염경엽이라는 이름 세글자를 연호했다. 12년 전 여러 논란 탓에 팀을 떠나야 했던 상황과 비교하면 천양지차였다. 감독으로 첫 KS 우승을 맛보며 '2인자' 타이틀도 내려놓게 됐다. '친정팀'이나 다름없는 LG에서 거둔 성과라 더욱 의미가 있다.
염경엽 감독은 "(LG를 떠날 때) 당시 구단주님에게 '나중에 성공해서 돌아오겠다'라고 전했다. 우연히 다시 기회가 왔다. 내게 LG 감독이라는 자리를 엄청난 행운이라고 생각했다"며 "젊은 선수도 많고, 내가 맡은 팀 중 가장 우승에 가까운 전력을 가진 팀이었다. 이 행운을 갖고 결과를 어떻게 만들어내느냐였다. 부담감은 컸다. 하지만 우리 선수들이 내게 힘을 줬고, 프런트는 믿음을 줬다. 현장에 신뢰를 보내줘서 지금의 좋은 성과를 만들었다"고 감격스러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