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의 두 기둥 손흥민(32·토트넘)과 이강인(22·파리 생제르맹)이 나란히 경기장을 지배했다. 최근 A매치에서 연이어 공격 포인트를 신고한 두 선수의 활약에, 클린스만호는 날개를 단 모양새다.
손흥민과 이강인은 21일 중국 광둥성 선전 유니버시아드 스포츠 센터에서 열린 중국(79위)과의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C조 2차전에서 선발 출전, 팀의 3-0 승리에 힘을 보탰다. 위르겐 클린스만(독일) 감독이 이끄는 한국(24위)은 이날 승리로 공식전 5연승, 19득점 무실점이라는 화려한 기록을 남겼다.
이날 경기장에서 가장 빛난 건 단연 손흥민이었다. 그는 경기 전날 선수단을 향해 “우리가 어떤 축구를 하고자 하는지, 플레이를 잘 보여줘서 아예 숨도 못 쉬게 만들어 주자”라고 힘줘 말했는데, 스스로 그 발언을 지켰다. 손흥민은 전반 10분 황희찬이 얻어낸 페널티킥 기회를 놓치지 않고 선제골을 터뜨렸다. 이날 경기장에는 4만 관중이 한국을 향해 일제히 야유를 퍼붓고, 레이저를 쏘았지만 그는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침착하게 선제골을 넣은 손흥민은 관중들을 향해 ‘쉿’ 세레머니를 펼치며 응수했다.
전반 막바지에는 두 선수가 합작 플레이가 나왔다. 전반 44분 이강인이 드리블 후 스루패스로 박스 안 침투하는 손흥민에게 연결했다. 중국 선수 5명이 이강인을 가로막고 있었는데, 그는 어려움 없이 공을 배달했다. 손흥민은 절호의 찬스에서 골키퍼 선방에 막혔다. 손흥민의 표정에서도 진한 아쉬움이 드러난 장면이었다.
하지만 이를 만회하는 데 1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이강인의 코너킥 공격에서, 손흥민이 감각적인 헤더로 연결해 중국의 골망을 흔들었다. 커리어 내내 헤더 골이 적은 손흥민이 오랜만에 머리로 득점을 올린 순간이었다. 세트피스 과정에서 박용우의 스크린 플레이가 있었다. 손흥민은 경기 뒤 인터뷰에서도 이를 언급하며 고마움을 드러냈다. 동시에 이는 ‘이강인 도움, 손흥민 득점’이 성사된 첫 번째 장면이었다. 축구 팬들이 상상한 장면이 중국 원정 경기에서 실현됐다.
후반전에도 손흥민-이강인 조합이 추가 골을 터뜨리는 듯했다. 후반 8분에는 역습 상황에서 손흥민이 노마크 상태인 이강인에게 공을 건넸다. 이강인은 박스 안에서 골키퍼까지 제친 후, 빈 골대를 향해 슈팅을 시도했다. 하지만 중국 수비수 주천제가 몸을 던져 막았다.
이후 손흥민은 플레이메이킹에 집중했고, 이강인이 대신 공을 넘겨받아 중거리 슈팅을 시도하기도 했다. 한국 축구의 현재와 미래가 연이어 중국을 위협한 순간이었다.
한편 이강인은 약 82분을 소화한 뒤 임무를 마쳤다. 한국은 4분 뒤 손흥민의 프리킥에 이은 정승현의 헤더 골이 나오며 경기의 쐐기를 박았다. 이날 손흥민은 2골 1도움, 이강인은 1도움을 기록했다.
최근 대표팀에서 이들이 보여주는 활약을 되짚어 보면 더욱 빼어나다.
먼저 손흥민은 이날 포함 A매치 3경기 연속 득점에 성공했다. 해당 기간 4골과 2도움을 올렸다. 지난 2010년 A매치 데뷔전을 치른 그가 3경기 연속 득점에 성공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손흥민은 어느덧 A매치 41호골 고지를 점령, 2위 황선홍(50골) 올림픽대표팀 감독과의 격차를 한 자릿수로 좁혔다.
이어 이강인은 지난달 튀니지전 멀티 골을 시작으로, 4경기 연속 공격 포인트를 올렸다. 해당 기간 기록은 무려 4골 3도움에 달한다.
두 선수는 한국 축구의 현재와 미래라고 평가받는다. 아직 이강인의 전성기가 오기 전이지만, 유럽 빅클럽에서 활약하고 있는 두 선수가 꾸준히 공격 포인트를 쌓으며 한국 축구를 견인하고 있는 모양새다. 그리고 고대하던 합작 골도 터졌다. 다가오는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대회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