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토트넘)이 ‘나이스 가이’라는 자신의 오랜 별명답지 않은 강한 어투의 인터뷰와 세리머니를 보여줬다.
손흥민은 21일 중국 선전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 예선 중국과의 경기에서 2골 1도움으로 맹활약했다. 한국은 3-0으로 중국에 완승을 거뒀다.
손흥민은 전반 11분 만에 페널티킥 골로 선제 결승골을 만들어냈다. 중국 주천제가 박스 안에서황희찬의 발을 걸어 넘어뜨리는 파울을 했고, 이로 인해 얻은 페널티킥을 손흥민이 직접 차서 골로 마무리했다.
이어 전반 45분에는 이강인의 코너킥을 손흥민이 헤딩으로 연결했다. 한국의 두 번째 골이자 평소 보기 힘든 손흥민의 헤딩 골이라는 점에서 한국 대표팀의 분위기가 한층 올라갔다.
후반 42분에는 손흥민의 프리킥이 정승현의 헤더 골로 이어져 세 번째 득점이 완성됐다.
손흥민은 첫 골을 넣은 후 중국 관중이 있는 중국 응원석 쪽으로 달려가서 검지를 입에 갖다 대는 ‘쉿 세리머니’를 했다. 이어 트레이드 마크인 ‘찰칵 세리머니’를 완성했다. 다시 플레이를 하기 위해 복귀할 때 중국의 우레이가 손흥민에게 큰 손짓을 하며 뭔가 어필하는 듯한 제스처와 말을 했는데, 이에 대해 손흥민이 우레이 바로 앞에서 가소롭다는 듯 웃어버리고 무시한 채 지나치는 장면도 화제였다.
이에 대해 그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중국전을 치르기 전에 중국 측이) 나를 신경 안 쓴다, 어떻게 막는지 안다고 말하는 걸 전해 들었을 때 사실 기분이 좋지 않았다”며 세리머니를 한 이유를 밝혔다.
손흥민은 “축구 하면서 나는 모든 선수를 존경하고 존중하기 때문에 그런 발언에 대해서는 주장으로서 가장 먼저 솔선수범해서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필드에서 보여주고, 선수들이 이겨낼 수 있어서 좋았다”고 말했다.
이날 중국 관중은 경기 전 애국가가 연주될 때 야유를 보내는 비매너를 선보였다. 또 이강인 등 한국의 주요 선수들에게 레이저를 쏘기도 했다.
손흥민은 중국전이 열리기 전날 훈련에서 선수들을 모아놓고 주장 스피치를 하며 “관중석이 꽉 찬다는 데 우리 플레이를 잘 보여줘서 숨도 못 쉬게 만들어주자”고 독려했다.
손흥민은 평소 상대를 존중하고 지나칠 정도로 예의바른 인터뷰를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프리미어리그 방송 인터뷰 당시에 마이크를 사용하고 테이블에 두 손으로 최대한 살짝 공손하게 내려놓는 장면이 영국 현지팬들 사이에서 큰 화제가 됐을 정도로 ‘매너남’이다.
이런 그가 강한 어투의 스피치와 인터뷰를 하고 굳이 상대팀 서포터스를 자극하는 쉿 세리머니까지 한 건 이례적이다. 그만큼 중국전에서 주장으로서 기선을 제압하겠다는 의지가 남달랐다는 뜻이다.
손흥민은 내년 1월 아시안컵에 대해 “우리가 우승을 노린다는 건 비밀이 아니다. 잘 준비하겠다”고 각오를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