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한국시간)이었다. 크레이그 카운셀 감독이 지난 9년간 몸담았던 메이저리그(MLB) 밀워키 브루어스를 떠나 내셔널리그(NL) 중부지구 라이벌 시카고 컵스로 이적하자 구단 안팎이 발칵 뒤집혔다. 이 소식을 카운셀 감독에게 직접 전해 들은 구단 관계자가 농담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예상을 깬 '이적'이었다. 코빈 번스, 브랜든 우드러프 같은 주축 선수들은 이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다며 복잡한 심경을 토로하기도 했다.
감독 교체는 일반적으로 성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거나 구단이 추구하는 방향과 다르다고 판단했을 때 이뤄진다. 카운셀 감독은 이런 상황이 아니었다. 그는 스몰마켓 팀 밀워키를 이끌고 재임 기간 다섯 번이나 가을야구 문턱을 넘었다. 이 중 세 번은 디비전 우승이었다. 올 시즌에도 후반기 무섭게 추격한 컵스를 따돌리고 지구 1위로 포스트시즌(PS)에 올랐다.
카운셀 감독은 그의 아버지가 구단 직원으로 근무한 인연으로 밀워키 팬으로 성장했다. 선수 시절에도 6년간 밀워키에서 뛸 만큼 구단과 인연이 작지 않았다. 밀워키를 대표하는 상징 같은 인물이었기 때문에 그의 이적은 아직도 많은 뒷이야기를 만들어 내고 있다.
카운셀 감독의 첫 이적설이 돌았던 건 뉴욕 메츠였다. 밀워키 시절 단장과 감독으로 호흡을 맞춘 데이비드 스턴스가 메츠 야구 운영 사장으로 이적하자 카운셀 감독도 함께 떠나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었다. 하지만 그의 선택은 컵스였다. 컵스는 성적 부진 탓에 팀을 떠난 데이비드 로스 감독의 후임을 물색 중이었다. 이적만큼 놀라운 건 계약 규모였다. 컵스는 카운셀 감독에게 5년, 총액 4000만 달러(515억원)를 보장했다.
연평균 800만 달러(103억원)는 현재 시장에선 상당한 액수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최고 수준의 감독이 이 정도밖에 못 받았나"라며 놀란 야구팬도 적지 않다. 카운셀 감독의 연봉 800만 달러는 15년 전 조 토리 LA 다저스 감독이 받은 750만 달러(97억원)를 넘어선 금액이다. DLGN 대부분의 감독이 이 기준에 훨씬 미치지 못했다.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의 연봉은 325만 달러(42억원), 2021년 애틀랜타 브레이브스를 26년 만에 월드시리즈 우승으로 이끈 브라이언 스닛커 감독의 연봉은 120만 달러(16억원)다. 올해 기준 MLB에서 연봉 100만 달러(13억원) 미만인 감독이 6명, 175만 달러(24억원) 미만은 15명에 이른다.
미국 대학 야구 감독과 비교해도 낮다. 미국 대학 야구에서 연봉이 120만 달러 이상인 감독이 10명. 연봉 1위인 밴더빌트대 팀 코빈 감독은 247만 달러(32억원)를 수령한다. 대학 풋볼 감독과 차이는 상상을 초월한다. 앨라배마대 닉 사만 감독의 연봉은 1140만 달러(148억원)로 올해 MLB 월드시리즈 우승을 이끈 브루스 보치 텍사스 레인저스 감독 연봉의 3배다. 클렘슨대의 다보 그 위니 감독은 10년 1억1500만 달러(1489억원)에 장기 계약을 하기도 했다. 전년 대비 감독 연봉이 50% 가까이 급감한 MLB와 비교가 어려운 수준이다.
이번 카운셀 감독의 계약은 시장의 판을 흔들 수 있다. 과거에는 감독의 역할이 중요하지 않았지만, 최근 추세는 다르다. 올 시즌 보치 감독의 성공, 지난해 보여준 더스티 베이커 휴스턴 애스트로스 전 감독의 케이스를 보면 우승을 돈으로만 사기 어렵다는 게 점점 부각되고 있다. 스타플레이어를 한 곳으로 뭉치게 하는 감독의 리더십이 중요해지고 있다. 컵스가 카운셀 감독에게 투자한 것도 바로 이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