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용 PD. (사진 = MBC 제공)
“연장을 했어도 여전히 아쉬움이 남는 드라마입니다. 그만큼 보여드리고 싶은 게 많았던 작품입니다.”
지난 18일 종영한 MBC 금토드라마 ‘연인’의 연출을 맡은 김성용 PD의 말이다. 김 PD는 “작가님과 작품에 대해 처음 이야기를 나눴을 때 30부작으로 시작했다. 기획 단계부터 보여줘야겠다고 생각한 장면들이 아주 많았다”며 “여러 이유로 회차를 줄여야 했지만 결코 핵심적인 장면들을 놓치고 싶진 않았다”고 말했다.
당초 30부작에서 24부작으로, 줄여서 22부작, 더 줄여서 결국 드라마는 20부작을 목표로 시청자들을 찾았다. 그렇기에 한 차례 회차 연장은 김 PD의 바람이기도 했다. ‘연인’ 제작진은 오랜 고심 끝에 1회 회차 연장을 결정했고 총 21회로 마무리 지었다. 당시 회차 연장에 대한 제작진의 고민은 꽤 오랜 기간 이어졌고 일각에서는 스토리 전개의 지루함을 우려하기도 했다. 김 PD는 “시청자들의 고정 시청 시간 패턴은 짧아졌고, 몰입감 있는 전개를 원했다. 세세한 스토리 내용이 담긴 장면들을 보여주고자 하는 내 계획과는 사뭇 차이가 있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도 “하지만 여러 서사가 쌓였다가 한 방에 터졌을 때 주는 임팩트를 기대했다. 시청자들의 우려를 지울 수 있는 전개를 보여줄 수 있을거라 자신했다”고 설명했다.
김 PD의 말대로 21회 마지막 방송은 12.9%라는 자체 최고 시청률을 만들어내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그는 “욕심 같아서는 더 스토리를 끌고 가고 싶었다”며 “회차 여유가 더 있었더라면 남녀 주인공의 로맨스뿐만 아니라 전체적인 역사의 흐름과 배경 등 여러 부분에 대해 폭발력있게 그려냈을 것”이라고 진한 아쉬움을 내비쳤다. 김성용 PD. (사진 = MBC 제공) 김 PD는 시청자 입장에서 궁금해할 수 있거나 기다리는 장면에 대한 니즈(Needs)를 어떻게 충족시킬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매 방송 이후 시청자들의 반응을 꼼꼼히 챙겨봤다. 각종 커뮤니티나 맘카페 등 주 시청 타깃층의 반응들을 살피며 작품을 준비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김 PD는 드라마에 대한 쓴소리나 지적들을 제작 원동력으로 삼아 완성도 높은 작품을 만드는 데에 노력했다고 밝혔다.
김 PD가 좋은 드라마를 만들기 위해 한 선택은 당대 고증이었다. 시청자들에게 이질감 없는 역사와 배경을 느낄 수 있을 만한 장면, 더 나아가 배우들의 복장들에도 세심하게 신경 썼다. 김 PD는 “내용적으로 어설프거나 밀도가 떨어지면 작품 매력이 무뎌질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며 “자료조사를 많이 했고 말로만 설명하는 연기가 아닌 화면 전체로 보여지는 그 시대의 느낌을 전달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 PD의 정확한 촬영 주문도 유효했지만 그것을 그대로 표현해준 배우들도 대단했다. 김 PD는 “남궁민과 안은진 두 사람이 서로 선후배로서 끌어주며 연기하는 모습이 훌륭했다고 본다. 또 그들의 연기 집중력이 존경스러웠고 합이 좋았다. 내가 원했던 장면들이 기대 이상으로 나왔으며 촬영 때마다 놀랐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김성용 PD. (사진 = MBC 제공) ‘연인’의 인기 비결은 남녀 주인공의 애틋한 사랑이야기가 전부가 아니었다. 드라마가 주는 현실감을 포함해 병자호란이란 ‘시대의 아픔’ 등 다소 무거운 주요 내용도 진정성 있게 살펴봤다는 데에 있다. 김 PD는 “당대 역사를 미술적, 영상적으로 잘 담아내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그는 “촬영 하는 내내 심적, 체력적으로 너무 힘들었는데 막상 마지막 때 가서는 잘 마무리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 들어 전반적인 촬영을 더 면밀히 살피며 열심히 촬영에 임했다”고 밝혔다.
김 PD는 “마지막 촬영이 지나고 나서야 이번 드라마 촬영에 대한 추억들이 영광스럽게만 느껴졌다. 힘든 건 온데 간데 없었고 이렇게 시청자들을 떠나게 돼서 아쉬울 뿐”이라고 토로했다.
김 PD는 당분간 차기작 준비는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자신과 결이 맞는 작품 제안이 들어온다면 언제든 뛰어들겠다는 각오를 전했다. 그러면서도 당장 한 달간은 푹 쉬고 싶다는 소소한 바람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