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가요 관계자는 “요즘 기획사들이 멤버들에게 이른바 놀 수 있는 판을 짜주려 한다”며 “예전엔 자작곡 실력이 뛰어나면 그룹을 탈퇴하고 솔로로 데뷔할까봐 조심스러워한 반면, 이제는 BTS처럼 그룹 활동을 유지하면서도 솔로 활동에도 성공하는 사례들이 만들어지고 있다. 소속사들이 신인 때부터 멤버 개인의 능력을 키우고 있는 이유”라고 말했다.
앞서 몇몇 아이돌 그룹들도 데뷔곡부터 음악적 역량을 드러낸 바 있다. 그룹 빅뱅이 대표적이다. 멤버들 모두가 데뷔곡 ‘라라라’의 작사에 참여했는데, 그 중 지드래곤은 빅뱅 곡뿐 아니라 솔로곡들을 통해 뛰어난 자작곡 능력을 선보이며 음악성과 대중성 모두를 잡은 것으로 높이 평가 받는다. 다만 이는 다소 특수한 사례로, 대부분의 아이돌 그룹들은 데뷔 후 차츰 작사 또는 작곡에 참여하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당시 빅뱅 소속사 YG엔터테인먼트 또한 지드래곤의 싱어송라이터 능력을 여타 아이돌 그룹들과 차별점으로 내세우며 마케팅 효과를 누렸다.
김도헌 대중문화 평론가는 여기에 더해 요즘 K팝 아이돌의 곡 작업 참여가 자신만의 고유한 서사를 만들어 가는 것으로도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경쟁력도 높아진다. 실제 스트레이 키즈는 데뷔 후 개성 넘치는 음악으로 글로벌적으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멤버들이 전곡 작사 및 작곡에 참여해 다양한 장르에 강렬한 랩, 기발한 효과음, 언어유희 등을 선보여왔다.
스트레이 키즈만의 독특한 음악은 우리나라를 넘어 글로벌 성적으로 입증되고 있다. 최근 발매한 새 미니앨범 ‘락-스타’의 타이틀곡 ‘락’은 발매 후 곧바로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핫 100′에 90위로 진입했으며, 앨범은 메인 차트 ‘빌보드 200’에서 2주 연속 최상위권을 달성했다. 특히 ‘빌보드 200’ 1위를 기록한 네 장의 앨범에 수록된 총 35곡 모든 노래의 크레디트에 멤버들이 직접 이름을 새겨 넣어 의미를 더한다.
김헌식 대중문화 평론가는 “그동안 K팝 아이돌 그룹은 소속사의 기획으로 만들어져 자율성이 없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K팝의 한계로 비판 받은 지점이기도 했다”며 “최근 멤버들이 데뷔곡부터 참여하는 것은 아티스트로서 그룹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것뿐 아니라 자율성을 높여 경쟁력을 스스로 키우게 하려는 것이다. K팝의 진화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유지희 기자 yjhh@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