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투수 에릭 페디(30)의 미국 메이저리그(MLB) 복귀가 확정됐다. MLB 공식 홈페이지는 페디가 시카고 화이트삭스와 2년, 총액 1500만 달러(198억원)에 계약했다고 지난 6일(한국시간) 전했다. 메디컬 테스트 후 구단의 공식 발표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연평균 750만 달러(99억원)는 일본 프로야구(NPB)에서도 쉽게 범접할 수 없는 고액이다.
본지 취재 결과 NC가 페디에 건넨 재계약 조건은 1+1년이다. 2024시즌 성적에 따라 2025시즌 계약이 발동되는 조건. 페디의 기량이라면 충분히 +1년이 가능해 사실상 다년 계약에 준하는 내용이었다. KBO리그는 2019시즌부터 입단 2년 차 외국인 선수에 한해 다년 계약을 허용하고 있다. 하지만 다년 계약에 따른 위험성이 크다고 판단한 구단들이 모두 1년 계약만 진행했다. 드류 루친스키(전 NC) 케이시 켈리(LG 트윈스) 데이비드 뷰캐넌(삼성 라이온즈)을 비롯해 어떤 장수 외국인 선수도 다년 계약을 보장받지 못했다.
NC는 과감하게 베팅했다. 1+1년에 연봉을 리그 최고 수준으로 책정했다. 올 시즌 옵션을 제외한 외국인 선수 최고 계약은 150만 달러(18억원·연봉 105만 달러, 계약금 45만 달러)를 받은 켈리였다. 페디의 조건은 계약금 20만 달러, 연봉 80만 달러로 총액 100만 달러(12억원). 신규 외국인 선수에게 줄 수 있는 100만 달러 한도를 꽉 채웠다. 외국인 선수 시장에 정통한 관계자에 따르면 페디의 재계약 연봉 규모는 켈리의 총액을 훌쩍 뛰어넘는 수준. 최소 150만 달러라고 해도 계약기간 2년을 채우면 총액이 300만 달러(36억원)에 이른다.
현행 KBO리그는 외국인 선수 3명의 계약 총액이 400만 달러(48억원)를 넘어선 안 된다. 다만 재계약 여부에 따라 10만 달러(1억2000만원)씩 증액할 수 있다. NC는 이 부문까지 고려해 +1년의 계약 조건을 상향했다. 여러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총액이 400만 달러(48억원) 안팎으로 추측된다. 비록 페디의 사인을 받아내지 못했지만, 리그 역사에 남을 계약안을 건넨 셈이다. 페디 측에서도 "한국에서 해줄 수 있는 최선의 오퍼인 거 같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였다.
페디는 올 시즌 KBO리그 최우수선수(MVP)다. 30경기에 선발 등판한 그는 20승 6패 평균자책점 2.00(180과 3분의 1이닝)을 기록했다. 다승과 평균자책점에 이어 탈삼진(209개)까지 1위에 올라 선동열(1986·89·90·91년) 류현진(2006년) 윤석민(2011년)에 이어 역대 네 번째로 투수 트리플크라운을 달성했다. 젊은 선수들의 멘토 역할까지 하며 로테이션의 구심점 역할을 톡톡히 했다.
임선남 NC 단장은 본지와 통화에서 "이렇게 될 거라고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허탈하기도 하다. (페디가 빠진 빈자리를) 열심히 메꿔야 할 거 같다"고 말했다. NC는 타자 제이슨 마틴과 투수 태너 털리를 2024년 보류선수 명단에서 제외했다. 페디를 포함하면 외국인 선수 3명을 모두 바꿀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