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시즌 K리그1(1부) 무대를 누비게 될 마지막 두 팀은 수원FC와 강원FC로 확정됐다. 각각 K리그2(2부)의 부산 아이파크, 김포FC의 거센 도전과 맞섰지만 K리그1의 자존심을 굳게 지켰다. 이로써 다음 시즌 K리그1 무대는 최하위 수원 삼성과 K리그2 우승 팀 김천 상무만 자리를 맞바꾸게 됐다.
김도균 감독이 이끄는 수원FC는 9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 승강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연장 접전 끝에 부산을 5-2로 제압했다. 앞서 1차전 원정에서 1-2로 졌던 수원FC는 이날 정규시간을 2-1로 이겨 승부를 원점으로 만든 뒤, 연장전에서만 3골을 더 몰아넣었다. 1·2차전 합계 스코어는 6-4, 수원FC의 승리.
1차전 패배, 2차전 선제 실점 등 여러 악재들을 극복한 ‘대역전 드라마’였다. 사실 수원FC가 부산 원정에서 1-2 역전패를 당했을 때만 해도 분위기가 너무 꺾인 듯 보였다. 설상가상 공격의 핵심이기도 했던 이승우의 퇴장까지 당해 2차전엔 전력 누수 속 경기를 치러야 했다. 반드시 이겨야 했던 경기. 수원FC는 2차전마저 전반 15분 만에 선제 실점을 허용했다. 1·2차전 합계 스코어는 1-3 열세. 잔류가 아닌 ‘연장 승부’만 위해서라도 필요한 득점은 두 골로 벌어졌다.
경기 내내 지독히도 골운이 따르지 않았다. 로페즈, 윤빛가람의 슈팅은 골대를 강타했고, 로페즈의 헤더가 윤빛가람에 몸에 맞고 들어간 득점마저 오프사이드 판정을 받았다. 후반 32분까지 수원FC는 1·2차전 합계 1-3으로 뒤지고 있었다. 서서히 수원FC에 강등의 먹구름이 드리우는 듯 보였다.
그러나 후반 33분부터 수원FC의 대반격이 시작됐다. 반격의 서막은 김현이 올렸다. 김주엽이 내준 땅볼 패스를 강력한 오른발 슈팅으로 연결해 추격의 불씨를 지폈다. 이어 후반 40분 이영재가 날카로운 왼발 슈팅으로 상대 골문 구석을 갈랐다. 극적으로 승부를 원점으로 돌린 수원FC의 연속골이었다.
승부는 연장전으로 접어들었다. 기세는 이미 수원FC로 기울었다. 수원FC는 연장전반 초반부터 거세게 부산을 몰아붙였다. 결국 연장전반 5분 만에 이광혁의 역전골이 터졌다. 페널티 박스 오른쪽에서 가운데로 파고들다 왼발로 마무리했다. 6분 뒤엔 로페즈의 패스를 받은 정재용의 추가골까지 터졌다. 이날 후반 중반까지 1·2차전 합계 1-3으로 뒤지고 있던 수원FC가 단숨에 5-3으로 뒤집는 순간이었다.
부산도 연장후반 9분 김정환의 만회골로 마지막 추격에 나섰다. 그러나 3분 만에 로페즈가 쐐기골을 터뜨렸다. 윤빛가람의 중거리 슈팅을 골키퍼가 쳐내자, 이를 문전으로 쇄도하다 마무리하며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결국 주심의 종료 휘슬과 함께 두 팀의 희비는 극명하게 엇갈렸다. 수원FC는 극적으로 K리그1에 잔류해 4시즌 연속 생존에 성공했다.
반면 4년 만의 승격에 도전하던 부산은 그 기회를 다음으로 미뤘다. 부산은 특히 지난 K리그2 정규리그 최종전 전까지 선두를 달리며 우승을 통한 다이렉트 승격을 눈앞에 두고도, 충북청주전에서 당한 뼈아픈 무승부로 한 차례 승격에 실패한 뒤였다. 이번 승강 플레이오프마저 마지막을 버티지 못하면서 결국 승격 도전을 내년으로 또 미루게 됐다.
잔류가 확정되자 김도균 감독은 그라운드에 주저앉아 눈물을 펑펑 쏟았다. 김 감독은 “누구라도 내 입장이었으면 울었을 것이다. 올 시즌 힘들게 시즌을 끌고 왔다. 다들 정말 힘들었을 시즌이었다. 선수들도, 구단 식구들도, 그리고 팬들도 굉장히 힘든 시간을 보냈을 것이다. 미안하고 죄송한 마음이 컸고, 한편으론 감사한 마음도 있었다. 오늘도 운동장에 찾아와 주셔서 끝까지 응원해 주신 덕분에 힘을 냈다. 잔류의 원동력이었다. 여러 생각이 났다. 그래서 눈물을 흘렸다”고 했다.
이어 “선수들이 투혼을 발휘했다. 포기하지 않고 경기를 끝까지 해줬다. 정말 기적이 일어난 것 같다. 쉽지 않은 경기였다. 선제 실점하고 끌려가면서 어려웠는데, 선수들이 후반전에 잘 뛰어줬다. 모든 선수들이 오늘 경기에서 큰 투혼을 보여줬다. 그런 투혼들이 오늘 승리의 요인이 아닌가 싶다. 연장전 4-2 상황에서 ‘실점하면 안 된다’고 생각할 때 실점을 했다. 다행히 (3분 만에) 한 골을 더 넣었다. 그때 (잔류에 대한) 안심이 됐다”며 웃어 보였다.
반면 두 번의 승격 기회를 모두 놓친 박진섭 감독은 “여기까지 오는 데 선수들은 1년 동안 기대 이상을 잘해줬다. 그래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선수들을 칭찬해주고 싶고, 또 고맙다고 말해주고 싶다. 어쨌든 도전은 끝났지만, 잘 정비해서 내년에 다시 승격에 도전할 수 있는 팀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수원FC가 K리그1 무대를 누비는 건 지난 2021년 이후 네 시즌 연속이다. 반면 부산 아이파크는 2020년 마지막으로 K리그1 무대를 누빈 뒤 2021년부터 네 시즌 째 K리그2 무대에서 ‘승격’을 목표로 시즌을 치르게 됐다. 부산은 기업구단 최초이자 K리그 우승 경력이 있는 팀의 최초 강등이라는 굴욕적인 역사를 가진 팀이기도 하다.
같은 날 강릉종합운동장에서도 극명하게 희비가 엇갈렸다. 승강 플레이오프를 무대로 단두대 매치를 펼친 팀은 강원과 김포. 지난 1차전에서 치열한 접전 끝에 득점 없이 비겼던 두 팀은 2차전 역시도 전반까진 0의 균형을 이어갔다.
승부를 결정지은 건 브라질 출신 외국인 공격수 가브리엘이었다. 페널티 박스 왼쪽에서 가운데로 드리블 돌파를 시도하다 아크 정면에서 오른발 강력한 중거리 슈팅으로 연결, 2차전 전반전까지 굳게 닫혀있던 김포 골망을 세차게 흔들었다. 이번 시즌 정규리그에서 14경기에 출전해 3골·1도움에 그쳐 아쉬움을 남겼던 가브리엘은 중요했던 승강 플레이오프 무대에서 해결사로 나섰다.
강원의 리드는 그러나 오래가지 않았다. 선제골 이후 8분 만에 동점골을 실점했다. 프리킥 이후 문전 혼전 상황에서 조성권이 문전에서 왼발 터닝 슈팅으로 연결했다. 승부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후반 25분 승부를 가를 결정적인 변수가 생겼다. 이번 시즌 K리그2 득점왕(17골)인 루이스가 코너킥 경합 상황에서 팔꿈치로 상대를 가격한 파울이 비디오판독(VAR)을 거쳐 확인됐다. 주심은 루이스에게 레드카드를 꺼내 들었다. 승강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나온 최대 변수였다.
강원이 수적 우위의 기회를 잘 살렸다. 후반 30분 오른쪽 측면에서 올라온 황문기의 크로스를 이번에도 가브리엘이 마무리했다. 가브리엘은 오른발 논스톱 슈팅으로 연결해 김포 골망을 또 흔들며 멀티골을 달성했다. 팀에 또다시 리드를 안긴 천금 같은 골이었다.
벼랑 끝에 몰린 김포는 마지막 극적인 동점골을 노렸지만 결실을 맺지 못했다. 추가시간 코너킥 상황에선 골키퍼까지 공격에 가담했지만 무위로 돌아갔다. 결국 주심의 종료 휘슬과 함께 경기는 강원의 2-1 승리로 막을 내렸다. 1·2차전 합계 강원의 2-1 승리, 다음 시즌에도 K리그1 무대는 강원이 누비게 됐다.
강원은 지난 2017시즌부터 8시즌 연속 K리그1 무대를 누비게 됐다. 지난 2021시즌 대전하나시티즌을 상대로 승강 플레이오프에서 극적으로 잔류한 데 이어 이번에도 승강 플레이오프에서 살아남았다. 반면 김포는 프로 입성 2년 만에 승강 플레이오프까지 올라 또 다른 기적을 노렸지만, 그 기회를 다음으로 미뤘다. 김포는 프로 진출 첫 시즌인 지난해 리그 8위에 머물렀지만 올해는 3위에 올라 K리그2 플레이오프를 거쳐 승강 플레이오프까지 올랐다.
이로써 K리그1 11위 수원FC와 K리그2 2위 부산, K리그1 10위 강원과 K리그2 플레이오프(3~5위) 승리팀 김포의 맞대결로 구성됐던 두 승강 플레이오프 대진은 모두 K리그1 팀들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앞서 K리그2 우승팀인 김천이 다음 시즌 K리그1 다이렉트 승격을 확정한 가운데, 수원이 창단 이래 처음으로 K리그2로 강등됐다. 최대 1+2팀이 각각 승격과 강등의 운명을 맞이할 수도 있었던 시즌. 유일하게 김천과 수원의 운명만 엇갈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