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성한 김단비(33·아산 우리은행)의 위력은 대단했다. 그는 지난 11일 열린 인천 신한은행과 2023~24 여자프로농구(WKBL) 경기에서 더블더블(27점 10리바운드 3어시스트)을 기록, 팀의 72-52 승리에 앞장섰다.
어렵사리 ‘꼴찌’ 인천 신한은행을 꺾은 사흘 전과는 사뭇 달랐다.
우리은행은 지난 8일 신한은행과 경기에서 68-65로 신승했다. 당시 김단비가 4쿼터 5분 33초를 남겨두고 5반칙 퇴장당하면서 우리은행이 역전을 내주기도 하는 등 가까스로 승부를 뒤집었다.
아찔했던 기억이 있는 김단비에게 두 번의 실수는 없었다. 양 팀이 1쿼터 접전을 펼쳤지만, 김단비의 맹활약으로 2쿼터 때 우리은행이 본격적으로 격차를 벌렸다. 2쿼터에만 11점 4리바운드 1어시스트를 기록하는 등 코트를 장악했다. 득점뿐만 아니라 블록 등 상대 공격 저지에도 힘을 보탰다.
경기 후 김단비는 중계사 인터뷰를 통해 “(마음가짐이) 남달랐던 건 없고, 지난 경기에 5반칙이 나오면서 흐름을 넘겨줬기 때문에 선수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컸다. 오늘은 게임을 해결하자는 마음으로 나왔다”고 이전과 차이를 이야기했다.
값진 승리였다. 신한은행을 꺾으면서 WKBL 6개 팀 중 가장 먼저 10승 고지를 밟았기 때문이다. 물론 우승 경쟁 팀인 KB스타즈가 우리은행보다 1경기 덜 치른 상황에서 9승을 거뒀지만, 10승에 선착했다는 자체로 의미가 있었다.
우리은행과 KB는 올 시즌 각각 단 한 차례씩 패배했다. 모두 서로에게 패한 것이다. 두 팀의 양강구도가 후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단 한 번의 패배가 우승 경쟁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 불과 사흘 전 신한은행과 접전을 펼친 우리은행이 연전에서 대승을 거둔 것은 좋은 분위기를 이어가는 데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은행이 가장 먼저 10승 고지를 밟은 데는 역시 김단비의 공이 컸다. 지난 시즌 정규리그·챔피언결정전 통합 최우수선수(MVP)였던 김단비는 올 시즌에도 평균 득점(17.91) 리바운드(8.64) 어시스트(4.82) 모두 리그 4위에 올라 있다. 스틸(2.09)과 블록(1.09)은 각각 2, 3위다. 여러 방면에서 우리은행의 선두 질주에 기여하고 있는 셈이다.
다만 박혜진의 부상으로 김단비의 어깨는 더욱 무거워질 전망이다.
올 시즌 부상과 컨디션 난조로 팀에 늦게 합류한 박혜진은 신한은행전에서 오른쪽 무릎 인대를 다쳤다. 6주의 회복기가 필요하다. 내년 1월 6일 열리는 WKBL 올스타전 이후에나 코트 복귀가 가능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그 사이 우리은행은 ‘맞수’ KB와 맞대결을 포함해 5경기를 치러야 한다. 김단비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