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도 '코리안 메이저리거'에게 초대형 계약을 안긴 주인공은 '슈퍼 에이전트'로 통하는 스콧 보라스(71)였다.
뉴욕 포스트 존 헤이먼, 디애슬레틱의 켄 로젠탈 기자 등 미국 현지 대표적인 소식통은 13일(한국시간) 엑스(옛 트위터)에 "이정후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6년 1억1300만 달러(1484억원)에 입단 합의했다. 계약서에 4년 뒤 옵트아웃(구단과 선수 합의로 계약 파기) 조항이 포함됐다"고 썼다.
그동안 KBO리그를 거쳐 미국 무대에 진출한 선수 중 최대 규모 계약이다. 코리안 메이저리그 전체로 따져봐도 추신수가 텍사스 레인저스와 맺은 7년 1억 3000만 달러(1706억원)에 이은 두 번째로 큰 총액이다.
당초 시장 평가를 훨씬 뛰어넘는 규모의 대형 계약이다. 이정후는 MLB 진출 선언 후 많은 팀의 관심을 받았지만 총액 8000만 달러 내외의 계약을 체결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1억 달러를 훌쩍 넘는 초대형 계약에 성공했다.
이정후의 MLB 진출 계약 대리인은 바로 보라스였다.
보라스는 MLB를 대표하는 '슈퍼 에이전트'다. 특유의 협상력을 앞세워 많은 대형 스타를 자신의 고객으로 두고 있다. 2019년 스토브리그에서는 에이전트로는 사상 최초로 '10억 달러(약 1조3121억원)' 시대를 열었다. 보라스는 그해 고객으로 보유한 자유계약선수(FA) 계약 총액 10억 달러를 돌파하면서, 총액의 5% 수준인 5000만 달러(656억원)를 수수료로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대형 스타를 여럿 보유해 이를 협상전략으로 이용하기도 한다. '구단에는 악마, 선수에게는 천사'라고 통하는 이유다.
코리안 메이저리거가 가장 신뢰하고, 많이 찾는 에이전트가 바로 보라스다. 국내 야구 팬들에게는 '코리안 특급' 박찬호가 2001년 12월 텍사스와 5년 6500만 달러(853억원)의 대형 계약을 맺으면서 처음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이후 2013년 12월에는 '추추 트레인' 추신수의 7년 1억 3000만 달러를 이끌었다. 이어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의 미국 LA 다저스 입단과 함께 2019년 12월에는 토론토 블루제이스와 4년 8000만 달러의 계약을 성사시켰다. 박찬호와 추신수, 류현진의 보라스의 협상력 속에 '돈방석'에 앉았다.
보라스는 앞서 "리그 절반 가까운 구단이 이정후와 관련해 문의했다"며 "이정후는 수비력과 파워를 겸비한 선수다. 특히 중견수로서 이점도 있다. 이정후가 MLB에 K팝 열풍을 일으킬 것 같다"라고 몸값을 올리기 시작했다. 결국 MLB 무대에서 보여준 게 없는 이정후에게도 초대형 계약을 안겼다.
보라스는 현재 토론토와 계약 만료 후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은 류현진의 에이전트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