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터 포지(은퇴)는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역사를 대표하는 포수다. 21세기, 구단이 해낸 월드시리즈 우승 3번(2010·2012·2014) 모두 그가 안방을 지켰다. 2012시즌에는 내셔널리그(NL) 최우수선수(MVP)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포지는 2013년 3월, 샌프란시스코와 기간 9년·총액 1억6700만 달러에 연장 계약했다. 이는 당시 기준으로 샌프란시스코 구단의 역대 최고 계약이었다. 당시 기준으로 2번이나 MLB 정상을 이끈 주전 포수. 9년 동행은 당연해 보였다.
샌프란시스코는 6개월 뒤 팀 대표 타자였던 헌터 펜스와 기간 5년·총액 9000만 달러에 재계약했다. 선수가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취득하기 전에 합의했다. 반면 이듬해 3월에는 역시 '짝수 해' 월드시리즈 우승을 이끈 주역이었던 내야수 파블로 산도발과 결별했다. 당시 스포츠 전문 매체 CBS 스포츠는 "산도발이 최고 9000만 달러 계약을 원했고, 샌프란시스코는 응하지 않았다.
여전히 구단 최고 계약 기록은 포지가 갖고 있다. 13일(한국시간) KBO리그의 25살 이정후가 샌프란시스코의 1억 달러 계약 계보를 이었다. 미국 스포츠 소식통과 매체들을 통해 알려진 이정후의 계약은 1억1300만 달러(1438억원)이다.
샌프란시스코가 투자에 인색한 구단이었던 건 아니다. 2006년, 좌완 선발 투수 배리 지토와 계약하며 당시 기준으로 역대 투수 최고 몸값인 1억 2600만 달러를 안긴 전력이 있다. 메디컬 테스트 결과로 최종 결렬됐지만, 당장 지난해 12월에는 내야 FA 최대어였던 카를로스 코레아와 3억 5000만 달러(13년 기준)에 1차 합의한 바 있다.
그런 점을 고려해도 1억 달러가 넘는 계약 샌프란시스코 구단 역사에 흔하지 않았다. 물가 상승률을 고려해도 놀라운 대우다.
현재 샌프란시스코 선수단에서 총액 기준으로 최고 계약을 한 선수는 9000만 달러(5년 기준)에 사인한 에이스 로건 웹이다. 이정후는 총액 기준으로는 단번에 샌프란시스코 선수 중 1위에 올랐다. 이정후는 MLB 경력이 없는 선수다.
2019년 2월 기준으로 메이저리그(MLB) 자유계약선수(FA) 최고 계약은 3억 달러(10년 기준)였다. 정상급 3루수 매니 마차도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사이 계약이다.
이후 다년 계약 성사가 잦아졌고, 현역 최고 타자인 마이크 트라웃이 4억 2650만 달러(12년 기준)에 원소속팀 LA 에인절스와 연장 계약하며 다시 기록을 깼다. 그리고 불과 사흘 전, 투·타 겸업 아이콘 오타니 쇼헤이가 무려 7억 달러(10년 기준)에 사인하며 북미 스포츠를 넘어 세계 프로 스포츠 단일 계약 최고를 찍었다.
이런 계약을 기준으로 삼으면, 이정후의 계약이 커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샌프란시스코의 장기 계약 목로를 돌아보면, 이정후가 얼마나 큰 기대를 받고 있는지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