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생제르맹(PSG)이 ‘신성’ 워렌 자이르-에머리의 동점 골에 힘입어 간신히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이강인은 선발 출전했으나, 다소 아쉬움을 남기며 보탬이 되진 못했다. 현지 매체에서도 이강인에게 혹평을 남겼다. 한편, 경기 뒤 킬리안 음바페는 결과에 대해 크게 분노한 것으로 알려졌다.
PSG는 14일 오전(한국시간) 독일 베스트팔렌주의 지그날 이두나 파크에서 열린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와의 2023~24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UCL) 조별리그 F조 최종전에서 1-1로 비겼다.
PSG는 이날 결과로 조별리그 성적 2승 2무 2패(승점 8)를 기록했다. 바로 같은 시간 영국에서 열린 뉴캐슬 유나이티드와 AC 밀란(이탈리아)의 경기에선 원정팀이 2-1로 이겼다. 밀란 역시 PSG와 조별리그 성적이 같았으나, 상대 전적에서 1무 1패로 밀려 2위 자리를 내줬다. 만약 뉴캐슬이 밀란을 꺾었다면, PSG에 1승 1무로 앞섰던 만큼 희비가 엇갈릴 수 있었다. 승리를 놓친 PSG 입장에선 최적의 결과가 나온 셈이다.
물론 PSG는 본 경기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전반 초반부터 홈팀의 거센 압박을 받은 PSG는 부정확한 공격을 주고받는 어수선한 경기를 펼쳤다. 분명 경기를 점유한 건 PSG였으나, 문전 앞 결정력 부재가 이번에도 발목을 잡았다. 킬리안 음바페도, 랑달 콜로-무아니도 해결사가 되지 못했다. 심지어 이강인 역시 박스 앞 결정적인 찬스를 놓치는 등 아쉬움을 삼켰다.
기회를 놓친 PSG는 후반 수비 실책을 범했고, 선제골을 내주며 16강 진출에 먹구름이 끼는 듯했다. 위기의 PSG를 구한 건 자이르-에머리였다. 그는 강력한 오른발 슈팅으로 골망을 갈라 16강 진출에 다시 신호를 켰다. PSG는 승부를 뒤집는 데엔 실패했으나, 간신히 조 2위를 유지해 16강 진출을 확정했다. 물론 향후 전망은 밝지 않다. PSG는 조별리그에 이어 16강에서도 험난한 대진이 예고돼 있다.
이날 에딘 테르지치 감독이 이끄는 도르트문트는 4-1-4-1 전형으로 나섰다. 니클라스 퓔크루크가 전방에 서고, 제이미 바이노-기튼스·율리안 브란트·마르코 로이스·카림 아데예미가 뒤를 받쳤다. 3선은 살리흐 외즈잔이 맡았다. 백4는 리미 벤세바이니·마츠 후멜스·니클라스 쥘레·마리우스 볼프, 골키퍼 장갑은 그레고리 코벨이 꼈다.
루이스 엔리케 감독이 이끄는 PSG는 4-3-3 으로 맞섰다. 브래들리 바르콜라·음바페·콜로-무아니가 전방에 서고, 비티냐·자이르-에머리·이강인이 중원을 맡았다. 백4는 뤼카 에르난데스·밀란 슈크리니아르·마르퀴뇨스·하키미, 골문은 잔루이지 돈나룸마가 책임졌다.
이날 PSG의 목표는 명확했다. 경우의 수와 상관없이, 승리한다면 조 1위를 확정할 수 있었다. 도르트문트와의 상대 전적에서 앞설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선 맞대결에서 2-0으로 이겼던 만큼, 이날 승리한다면 승점 동률이어도 1위를 차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경기 초반을 주도한 건 홈팀 도르트문트였다. 시작부터 역습을 전개했고, 볼프의 패스가 기튼스에게 향하며 위협적인 장면이 연출됐다. 하지만 마르퀴뇨스가 적절한 타이밍에 끊어냈다.
PSG는 음바페의 왼쪽 공격으로 응수했다. 전반 5분 바르콜라-음바페-이강인이 공격을 전개했다. 이강인은 상대 견제에도 날카로운 패스를 음바페에게 건네줬다. 재차 공을 잡은 바르콜라는 자이르-에머리에게 연결해 줬으나, 슈팅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5분 뒤엔 도르트문트가 기회를 잡았다. 로이스가 박스 바로 앞에서 머리로 트래핑 후 슈팅을 시도했다. 공이 굴절돼 오히려 더 위협적으로 갔는데, 돈나룸마가 펀칭으로 막았다.
PSG는 2분 뒤 비티냐의 중거리 슈팅으로 응수했는데, 코벨 역시 먼진 다이빙으로 맞섰다.
또다시 도르트문트의 공격, 전반 14분 후멜스의 스루패스가 단숨에 볼프에게 향했다. 볼프는 퓔크루크와 공을 주고받은 뒤 오픈 찬스에서 오른발 슈팅을 시도했다. 하지만 에르난데스의 태클 견제가 성공했고, 그의 슈팅은 골대 왼쪽으로 벗어났다. 볼프는 페널티킥(PK)을 주장해 봤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다시 PSG의 공격이 나왔는데, 이번에는 이강인이 절호의 기회를 놓쳤다. 전반 16분 자이르-에머리와 콜로-무아니가 오른쪽 공격을 전개했다. 최초 콜로-무아니의 위치는 오프사이드였는데, 상대 수비가 넘어진 공을 뺏어 재차 크로스를 연결했다. 이강인은 박스 안에서 기회를 잡았으나, 그의 오른발 슈팅은 제대로 맞지 않아 크게 빗나갔다.
바로 1분 뒤 에르난데스의 롱패스가 단숨에 도르트문트의 뒷공간을 허물었다. 음바페는 1대1 찬스에서 코벨을 제치고, 빈 골문을 향해 침착한 왼발 슈팅을 시도했다. 그런데 쥘레가 오른발을 들어 감각적으로 공을 막았다. 음바페도 놀란 기색을 숨기지 않을 정도로 멋진 수비 장면이었다. PSG는 해당 코너킥 공격에서 슈크리니아르의 슈팅도 수비에 막혔고, 이강인의 2차 슈팅도 골문을 외면했다.
PSG의 기세는 이어졌다. 전반 19분 이강인이 전방으로 날카로운 스루패스를 음바페에게 건넸다. 수비에 굴절돼 다소 궤도는 바뀌었지만, 공은 전달됐다. 음바페는 재차 빈 공간에 있는 바르콜라에게 공을 건네줬다. 바르콜라는 바디 페인팅 후, 오른발 감아차기 슈팅을 시도했다. 하지만 공은 골대 오른쪽을 강타했다.
PSG는 다시 한번 절호의 기회를 놓쳤다. 전반 24분 음바페가 상대의 백 패스를 가로챈 뒤 단숨에 스루패스를 연결했다. 콜로-무아니가 수비를 달고 골키퍼와 마주했으나, 그의 오른발 슈팅은 골대를 외면했다.
기세를 내준 도르트문트도 재차 공격 기회를 잡았다. 마르퀴뇨스가 공중볼을 제대로 걷어내지 못한 사이, 로이스가 박스 안에서 왼발 슈팅을 시도했다. 돈나룸마가 몸을 날려 막았다.
도르트문트도 또다시 절호의 기회를 놓쳤다. 전반 32분 볼프의 크로스가 수비를 맞고 굴절됐고, 외즈잔이 중거리 슈팅으로 연결했다. 돈나룸마가 이를 쳐 냈는데, 바로 앞 아데예미에게 걍했다. 하지만 아데예미의 슈팅은 크게 빗나갔다. 자세가 워낙 불안정해 공이 이상한 방향으로 향했다.
전반 막바지 PSG는 이강인·자이르-에머리·음바페를 거친 날카로운 공격이 나왔다. 공을 잡은 콜로-무아니의 슈팅은 이번에도 코벨에 막혔다. 도르트문트는 추가시간 중 간접 프리킥 공격에서 후멜스의 헤더가 나왔으나, 골문 오른쪽으로 벗어났다. 전반은 0-0으로 팽팽한 균형이 유지된 채 종료됐다. 문전 앞 어수선한 분위기가 눈에 띄었다.
후반전 도르트문트는 브란트의 강력한 중거리 슈팅으로 포문을 열었다. PSG는 이강인의 롱패스, 음바페의 드리블로 응수했다. 하지만 하키미의 공격은 수비에 막혔고, 이강인의 왼발 발리슈팅도 코벨 정면이었다.
결국 균형을 무너뜨린 건 도르트문트였다. 후반 6분 벤세바이니가 하키미로부터 공을 뺏어낸 뒤 박스 안으로 연결했다. 퓔크루크는 멋진 터치로 자이르-에머리를 제쳤고, 침착하게 아데예미에게 건넸다. 아데예미는 가볍게 왼발로 밀어 넣으며 골망을 흔들었다.
하지만 PSG는 이대로 물러날 생각이 없었다. 선봉에선 건 음바페였다. 후반 11분 음바페가 왼쪽에서 홀로 드리블에 성공한 뒤, 중앙으로 공을 건넸다. 공은 후멜스가 걷어냈으나, 흘러나온 공을 자이르-에머리가 오른발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음바페는 바로 3분 뒤 하키미의 크로스를 받아 재차 슈팅해 봤으나, 이번에는 수비에 막혔다.
후반 17분엔 도니언 말런이 강력한 중거리 슈팅으로 골문을 위협했다. 이번에도 돈나룸마가 몸을 던져 막았다.
PSG는 이강인의 패스를 받은 바르콜라의 크로스가 나왔으나, 벤세바이니가 멋진 위치선정으로 걷어냈다. 한편 직후 이강인은 마누엘 우가레트와 교체돼 임무를 마쳤다.
승리를 향한 PSG의 공격은 이어졌다. 먼저 26분 음바페의 왼발 슈팅은 아쉽게 골문을 빗나갔다. 바로 5분 뒤 하키미의 패스를 받은 음바페는 골망을 흔들었는데, 비디오 판독(VAR) 끝에 오프사이드 판정이 나와 골이 취소됐다.
아쉬움을 삼킨 PSG는 후반 34분 역습 상황에서 콜로-무아니의 패스가 음바페, 다시 바르콜라에게 향했으나, 마지막 슈팅은 코벨 정면이었다.
추가시간은 6분, 지친 탓에 연이은 패스 미스가 나왔다. 수비 실책, 패스 실수를 주고받은 두 팀은 추가 골을 넣는 데 실패했다. 결국 경기는 1-1로 마무리됐다.
이날 68분을 소화한 이강인은 패스 성공률은 82%(23회 성공/28회 시도)·드리블 성공 1회·공격 지역 패스 8회·리커버리 4회 등을 기록했다. 하지만 전체적인 경기력은 기대 이하였다. 볼 경합에선 단 3번(11회 시도) 이겼고, 전반전에는 결정적인 찬스를 놓쳤다. 드리블 성공률도 20%에 불과했다.
현지 매체 역시 저조한 평점을 줬다. 르 파리지엥은 이강인에게 4.5점을 줬다. 이는 콜로-무아니(3.5점) 하키미(4점)에 이은 최저 평점이었다.
풋 메르카토는 이강인에게 이날 가장 낮은 평점인 3점을 주기도 했다.
통계 매체에서의 평가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폿몹과 소파스코어는 나란히 6.4점을 줬다. 폿몹 기준으로는 팀 내에서 두 번째로 낮았고, 소파스코어 기준 최저점이었다. 이강인에게는 다소 가혹한 밤이었던 셈이다.
한편 승리의 주역 자이르-에머리는 현지 매체와 인터뷰에서 “두 팀 모두 행복하겠지만, 우리는 1위로 마무리하는 게 더 좋다는 걸 알고 있다. 1위가 우리의 목표였지만, 때때로 축구는 원하는 대로 진행되지 않는다. 우리는 분명히 더 많은 득점을 해야 한다”라고 전했다. 이어 “우리는 여전히 우리 목표를 유지할 것이다. 다른 팀이 두렵지 않다. 상대가 누구든 우리는 준비됐다”라고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UCL에서 득점한 프랑스 출신 최연소 선수로 이름을 올렸다. 동전 기록은 카림 벤제마, 그리고 음바페가 보유하고 있는 기록이었다.
‘주장’ 마르퀴뇨스는 “16강 진출은 우리의 두 번째 목표였다. 첫 번째는 조 1위 등극이었다. 우리는 많은 기회를 잡았는데, 더 많은 준비를 해야 하고 잘해야 한다”라고 돌아봤다. 이어 “우리는 볼을 소유하고, 높은 위치에서 압박을 하는 철학을 갖고 있다. 이것이 우리의 강점이고, 우리의 능력이다. 코치는 항상 그가 원하는 것과 거리가 멀다고 한다. 우리는 여전히 개선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경기 뒤 나세르 알 켈라이피 PSG 회장은 카날+을 통해 “최소한의 목표를 이뤘다. 쉬운 조가 아니었기 때문에, 결과에 행복하다”고 전했다. 이어 엔리케 감독의 전술에 대해서도 “우리의 스타일을 훌륭히 보여줬다. 그는 매우 잘 수행하고 있으며, 구단은 공격적인 축구를 위해 그를 선임했다”라고 강조했다.
이날 소중한 동점 골을 넣은 자이르-에머리에 대해선 찬사를 보냈다. 나세르 알 켈라이피 회장은 “그는 환상적인 선수다. 매우 자랑스럽다. 그는 파리지엥이며, 그것은 매우 중요하다. 좋은 경기를 보여줬다. 팀 역시 개성과 특징을 보여줬다. 이기지 못했지만, 그래도 행복하다”라고 전했다.
끝으로 그는 다가오는 이적시장에 대해 “아직 몇 주가 더 남았다. 잘 모르겠다. 지켜보겠다”라고 말을 아꼈다.
한편 음바페는 이날 무승부에 크게 분노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날+는 “음바페는 경기 뒤 크게 분노했다. 그는 팀 버스에서 홀로 앉았다. 승리를 원했던 그에게, 경기 후반 구단의 전략적 선택은 그를 기쁘게 하지 않았다”라고 설명했다.
조 2위로 UCL 16강에 진출한 PSG는 바이에른 뮌헨(독일)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레알 마드리드·바르셀로나·레알 소시에다드(이상 스페인) 아스널·맨체스터 시티(이상 잉글랜드)와 만날 수 있다. 어느 팀이든 피하고 싶은 대진이다.
UCL 일정을 마친 PSG는 오는 18일 릴과의 2023~24시즌 리그1 16라운드 원정 경기로 향한다.
김우중 기자 ujkim50@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