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직비디오(MV)는 K팝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 콘텐츠가 됐습니다. 곡의 메시지, 콘셉트 등이 3분 가량의 뮤직비디오에 압축돼 있습니다. 새롭게 공개되거나 화제가 되는 K팝 뮤직비디오를 소개합니다.
“혼자/혼자/걸쳐 입은 외투 위에 적힌 글자/별 매력 없는 외로운 사람”
외로움에 미쳐버린 듯 섬뜩한 분위기를 자아내다가, 곧바로 천연하고 순수한 얼굴로 한순간에 변한다. 홀로 집안에 오랫동안 방치된 노인이었다가, 사탕을 물고 개미를 바라볼 땐 어린아이가 된다. 양 극단의 모습이 배우 최민식의 얼굴에 모두 담겼다. 가수 자이언티 신곡 ‘모르는 사람’ 뮤직비디오에서 최민식은 알 것 같지만, 모르는 사람이 되어버린다. 뮤직비디오는 최민식 주연의 단편영화에 가깝다.
‘모르는 사람’은 자이언티의 정규 3집 타이틀곡으로 지난 6일 발매됐다. 유럽 1990~2000년대 사운드와 붐뱁의 묘한 조화가 이뤄지는 재즈풍으로, 빈티지한 매력이 느껴지는 곡이다. 일찍이 앨범 발매 전부터 ‘모르는 사람’ 뮤직비디오는 최민식의 첫 뮤직비디오 출연으로 화제를 모았다.
뮤직비디오는 집안에 홀로 있던 최민식이 잠시 집밖의 앞뜰을 다녀오는 3분간의 이야기다. 붐뱁의 경쾌한 사운드를 배경으로 시작되는데 나무 나이테 위의 개미들, 오후 3시를 가리키는 시계, 그리고 최민식의 얼굴 순으로 천천히 클로즈업한다. 이후 집밖에서 이상한 낌새를 느낀 듯 앞뜰로 나가는 최민식은 사탕을 입안에 가득 문 채 옹이가 가득한 나무를 골똘히 바라본다. 이후 춤을 추는 개미를 보며, 자신 또한 어깨를 덩실거리며 함께 춤을 추다가 돌연 손으로 개미를 가둬버린다. 이윽고 “거짓말이지/못 숨기는 사람/숨기고 싶지 않은”이라는 노랫말을 배경으로 최민식은 손에 잡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걸 깨닫고, 잔디와 흙이 묻힌 옷을 털어낸 후 집안으로 돌아가버린다.
뮤직비디오는 화려한 세트도와 조명도 없다. 오직 최민식과 개미만 등장한다. 그런데도 시선을 뗄 수 없는 이유는, 압도되는 최민식의 눈빛과 표정이다. “혼자, ‘혼자’”라는 첫 소절과 동시에 등장하는 최민식의 얼굴은 한없이 서늘하다가, 갑자기 미소를 지으며 광기 어린 분위기를 자아낸다. \ 개미를 마주한 듯할 때는 빤히 쳐다보는 눈빛만으로 공허하면서도 질긴 집착을 표현해낸다. 개미와 춤을 출 때는 어딘가 나사가 빠진 듯하다가, 개미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꿈에서 깬 듯 한순간에 다른 사람이 된다. 한쪽 눈을 감고 웃다가, 이윽고 두 눈을 부릅뜨며 번쩍 뜰 때는 미치광이 같다. 뮤직비디오의 3분 15초는 최민식의 얼굴만으로 묘하면서도 팽팽한 긴장감을 불러일으킨다. 표현이 극단을 오가는 순간에도, 켜켜이 쌓아가는 섬세한 감정 표현은 ‘역시 최민식’이라는 찬사가 아깝지 않다.
뮤직비디오는 첫 소절과 더불어 “나 돌아갈 곳도 없는데/기다릴 사람 역시 없네”라는 가사에서 알 수 있듯, 외로움이 가득하다. 최민식이 개미가 나중에 환상이었다는 것을 깨닫는 대목은 그가 출연한 영화 ‘올드보이’에서 “외로운 사람들은 개미 환각을 본대요”라는 극중 미도(강혜정)의 대사를 떠올리게 한다. 여기에 외로움을 표현하는 상징들이 곳곳에 가득 채워져 곡의 분위기와 메시지를 극대화한다. 오후 3시의 분위기, 집밖을 나갈 때 서툰 힘으로 문고리를 돌리는 손동작, 보라색 사탕, 담배를 연상케 하는 사탕 막대기, 깨끗한 신발 등이 그 예다. 말미에 등장하는 사탕 또한 환각과 현실을 매개하는 은유로 표현돼 깊은 여운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