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인(22·파리 생제르맹)을 향한 프랑스 현지 평가가 심상치 않다. 현지 매체의 선을 넘은 혹평에 이번엔 콕 집어 최저 평점까지 받았을 정도다. 부진한 활약을 펼친 것도 아니라, 의도적으로 흠집을 내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올 만하다.
프랑스 매체 르파리지앵은 18일(한국시간) 프랑스 빌뇌브다스크의 스타드 피에르 모루아에서 열린 LOSC 릴과 파리 생제르맹(PSG)의 2023~24 프랑스 리그1 16라운드 직후 이강인에게 평점 3점(10점 만점)을 줬다. 팀 내 유일한 3점대 평점이다. 매체는 “이강인의 이날 경기력에서 긍정적인 면을 찾기는 어려웠다”며 “좋은 모습이 있었다고 해도 찾기 어려울 정도였다. 너무 중립적이었고 애매했다”고 꼬집었다.
이날 이강인의 활약상을 돌아보면 고개를 갸웃할 만한 평가다. 이날 이강인은 풀타임을 소화했을 뿐만 아니라 측면과 중원에 걸쳐 존재감을 뽐냈다. 슈팅은 없었지만 88.6%의 패스 성공률과 키패스 2개(2위) 크로스 성공 2개(1위) 등 공격의 활로를 뚫는 데 애썼다. PSG의 이날 유일한 득점이었던 페널티킥을 유도해낸 기점 패스도 이강인이었다.
공격뿐만 아니라 무려 16차례나 볼 경합에 나서고, 2차례나 태클을 기록하는 등 수비적으로도 힘을 보탰다. 소파스코어, 폿몹 등 스탯을 기반으로 평점에서 7점으로 비교적 높은 평점을 받은 것도 같은 맥락이었다. 3점에 불과한 굴욕적인 평점을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이기도 했다.
더욱 아쉬운 건 이강인이 아닌 다른 선수들을 향한 평가는 또 상대적으로 좋았다는 것이다. 예컨대 측면 공격수로 나선 뎀벨레는 “암울했던 팀에서 유일하게 제 역할을 했다”며 팀 내 최고점인 평점 6점을 줬다. 뎀벨레는 공격 포인트가 없었을 뿐만 아니라 이날 2개의 슈팅을 시도했지만 모두 골문 바깥으로 향하고도 현지 호평을 받았다.
더 큰 문제는 이강인을 향한 혹평이 최근 이어지고 있다는 점. 앞서 보루시아 도르트문트(독일)와의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조별리그 최종전 당시 이강인은 세 차례나 상대 골문을 위협하는 등 존재감을 보이고도 현지 매체나 전문가들로부터 혹평을 받았다. 당시 풋메르카토는 “부정확한 패스(당시 성공률 82%)가 이어졌다”고 비판했고, 현지 해설가 피에르 메네스는 “우리가 기대했던 전진 패스 능력이 없는 선수다. 개성이 없다”고 꼬집었다.
심지어 최근 프랑스블뢰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척한다. 내년 2월까지도 PSG 수준에 다다르지 못할 것”이라고 날 선 비판을 가하기도 했다. 이처럼 근거 없는 비판이 계속되다 보니, 프랑스 현지 매체들이 이강인을 흔들고 있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그나마 다행인 건 현지 비판과 무관하게 루이스 엔리케 PSG 감독은 이강인에게 두터운 신임을 보내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그는 “이강인은 많은 자질을 가진 선수다. 공격과 수비 모두 열심히 하고, 압박을 받더라도 공을 잃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사령탑의 이같은 신임은 이강인에겐 현지 평가를 뒤집을 수 있는 중요한 발판이 될 수 있다. 공격 포인트 등 '보란 듯이' 활약을 보여준다면 현지 비판 역시 금세 찬사로 바뀔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