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고양 소노 외국인선수 치나누 오누아쿠가 제재금 300만원의 징계를 받았다. 심판진은 경고 처분만 받았다. 상대 선수의 요추(허리뼈) 골절 등 심각한 부상으로 이어진 비신사적 파울에 대한 KBL의 징계 처분이다.
KBL은 30일 서울 강남구 KBL센터에서 제29기 제5차 재정위원회를 열고 이같은 징계를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오누아쿠는 비신사적 행위에 따른 제재금 300만원, 해당 경기를 진행한 이승무·김백규·이지연 심판은 경기 운영 미숙을 이유로 전원 경고 처분이다.
문제의 상황은 지난 28일 고양 소노아레나에서 열린 2023~24 정관장 프로농구 3라운드 고양 소노와 안양 정관장의 경기에서 나왔다. 렌즈 아반도(정관장)가 리바운드를 따내기 위해 높이 점프한 상황. 오누아쿠는 공중에 떠 있는 아반도의 엉덩이 부위를 손으로 밀었다. 아반도는 그대로 중심을 잃고 허리 부위부터 떨어졌다.
심각한 부상이 우려될 수밖에 없었던 상황. 아반도도 한참을 코트에 엎드린 채 고통을 호소했다. 경기 후 김상식 정관장 감독은 “아반도가 허리를 굽히지 못할 정도다. 병원에서 진단을 받아봐야 한다”고 걱정했다. 구단에 따르면 아반도는 요추 3, 4번 골절과 손목 인대 염좌, 뇌진탕 소견까지 받았다. 최소 4주는 재활과 휴식이 필요한 심각한 부상이다.
문제는 다분히 고의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던 데다, 상대 선수가 심각한 부상까지 당했는데도 과연 제재금과 심판진의 경고 처분 징계가 합당한가에 대해선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우선 KBL 심판부는 오누아쿠의 파울에 ‘고의성은 없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당시 장면에서 오누아쿠의 동작을 종합하면 경합 상황에서 불가피한 파울이 아닌, 고의적인 파울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장면이었다.
특히 공중에 뜬 선수를 손으로 미는 행위는 큰 부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게 자명한 사실이고, 그 행위에 고의가 담겨 있다면 징계는 더욱 무거울 필요가 있었다. 그런데도 파울을 저지른 선수에 대해서는 제재금 징계, 이 장면을 제대로 파악도, 판정도 하지 못한 심판진들에 대해서는 경고에 그친 건 이른바 ‘솜방망이 징계’ 논란으로 번질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KBL의 이같은 결정 속 가뜩이나 부상 선수가 많은 정관장은 아반도마저 전열에서 이탈하게 됐다. 심각한 통증이 불가피한 아반도 역시 오랜 시간 재활에 전념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반면 비신사적 행위를 저지른 오누아쿠는 제재금만 내고 곧바로 코트를 누빌 수 있다. 사실상 허울뿐인 경고 징계를 받은 심판진 역시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