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경기라 허훈(수원 KT)의 경험, 노하우를 믿고 출전 시간을 길게 가져갔다. 조금 더 아껴써야 했다."
송영진 KT 감독이 접전 끝에 부산 KCC를 꺾었다.
KT는 1일 수원 KT소닉붐아레나에서 열린 2023~24 프로농구 정규리그 KCC와 홈 경기에서 83-80 승리를 거뒀다. 지난 30일 수원 경기에 이어 2경기 연속 KCC를 꺾었다. KT를 만나기 전 7연승을 달리던 5위 KCC를 제압하면서 4위를 더 단단하게 지키게 됐다.
이날 주목받은 이가 가드 허훈이었다. 이달 초 코뼈 골절을 당했던 허훈은 최소 4주 이탈이 예고됐지만, 지난 30일 KCC전에서 마스크를 쓰고 조기 복귀했다. 긴 시간 출전은 불가능했지만, 앞선 경기 15득점으로 팀의 대승에 힘을 보탰다.
2경기 연속 출전한 허훈은 전 경기에 비해 출전 시간이 대폭 늘었다. 17분 34초를 뛰었던 당시와 달리 이날은 27분 10초를 뛰었다. 경기 전 "10분에서 15분 기용할 예정"이라고 말한 송영진 감독의 예고와 달랐다.
팽팽했던 경기 흐름 때문이다. KT는 경기 초반만 해도 더블 스코어를 만드는 등 흐름을 선점했다. 그러나 이후 KCC가 맹렬히 추격해 전반 종료 직전 역전에 성공했고, 경기는 4쿼터 막판까지 팽팽하게 흘러갔다. KT는 막판에야 역전 후 점수 차를 벌렸으나 KCC가 마지막에 마지막까지 추격한 끝에 3점 차로 경기가 마무리됐다. 송영진 감독으로서는 완전하지 않은 허훈을 좀처럼 뺄 수 없는 경기였다.
허훈 본인의 기복도 컸다. 마스크를 쓰고 뛰는 탓에 장기인 어시스트와 득점 모두 흔들렸다. 이날 허훈은 6점 3어시스트에 그쳤다. 야투 성공률은 25%에 불과했다. 허훈이 흔들리는 자리는 패리스 배스가 채웠다. 배스는 이날 44점 9리바운드 5어시스트로 KCC에 전방위 폭격을 가했다.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난 송영진 감독은 "리바운드에서 아쉬움과 내 미스로 막판 역전을 당하고 전반전을 마쳤다. 그래도 리바운드와 수비로 뒤집었다. 배스가 힘을 많이 내줬다. 너무 고맙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송 감독은 허훈의 기용에 대해 "KCC가 지금 페이스가 정말 좋았다. 이런 큰 경기에서는 어쨌든 허훈이 조금 더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며 "조금 더 아꼈으면 했다. 전반이 잘 풀렸으면 그렇게 했을텐데, (그렇지 못해서) 허훈이 더 많이 뛰게 됐다. 훈이는 이런 큰 경기를 뛰어 본 경험과 노하우 있으니 믿고 많은 시간을 출전하게 했다"고 설명했다.
송영진 감독은 이날 허훈의 경기력 기복에 대해서는 "아마 마스크의 영향이 분명 있을 거라 생각한다. 정말 불편하고, 시야가 잘 보이지 않는다는 이야기도 한다. 그 전에 마스크를 착용하고 뛴 선수들도 불편하다고 했고, 잘 보이지 않는다고 말한 바 있다"고 전했다.
다만 송 감독은 아쉬운 점보다 여전한 허훈의 영향력이 승리에 힘을 보탰다는 걸 짚었다. 그는 "그런 부분이 있더라도 허훈이 할 수 있는 걸 했다. 득점을 만드는 과정에 관여했고, 상대 수비를 끌고 다닐 수 있는 힘이 그에게 있다"며 "(감독으로서는) 그를 아껴서 쓰겠다는 말씀밖에는 드릴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