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은 여자축구가 더욱 큰 대중의 관심을 받을 절호의 기회였다. ‘황금 세대’로 불리는 태극 낭자들을 향한 기대도 어느 때보다 컸다. 하지만 한국 여자축구는 나가는 대회마다 고배를 마셨다.
여자축구의 자존심이자 간판스타인 지소연(수원FC 위민)의 목소리는 무거웠다. 그는 지난달 본지를 통해 “연달아 세 대회 결과가 안 좋아서 마음이 참 무겁다”고 털어놨다.
최근 여자축구는 SBS 축구 예능 프로그램 골 때리는 그녀들(골때녀) 덕에 붐이 일었다. 여자 풋살 동호인이 눈에 띄게 늘었고, 축구에 관심을 두는 여성들도 가파르게 증가했다. 여자축구 대표팀의 메이저 대회가 몰린 지난해가 인기를 끌어올릴 기회였다.
콜린 벨 감독이 이끈 여자 축구대표팀은 지소연을 비롯해 조소현, 최유리(이상 버밍엄 시티) 장슬기(경주 한수원) 등 경험 많은 선수들과 천가람(화천 KSPO) 배예빈(위덕대) 케이시 유진 페어 등 신구조화가 적절히 된 채 2023 국제축구연맹(FIFA) 호주·뉴질랜드 월드컵에 나섰다. 결과는 2무 1패로 조별리그 탈락.
그때를 떠올린 지소연은 “2023년이 (커리어에서) 가장 아쉬운 한 해가 될 것 같다. 생각하고 싶지 않다”면서 “(월드컵에서) 그냥 다 부족했던 것 같다. 세계 수준이 빠르게 올라가고 있고, 4년 뒤에는 아마 더 올라가 있을 것 같아 걱정이 많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아쉬움을 털어낼 기회는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 9월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도 8강에서 탈락했고, 10월 2024 파리 올림픽 아시아 2차 예선에서도 무릎을 꿇으며 진출권 획득에 실패했다.
지소연은 “골때녀를 통해 많은 사람이 (여자축구에) 관심을 가졌는데, 우리가 국제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냈더라면 더 흥행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 마음이 아주 아쉬웠다”고 돌아봤다.
대표팀뿐만 아니었다. 프로 데뷔 이래 고베 아이낙(일본) 첼시 위민(잉글랜드) 등 두 팀에서 우승을 맛본 지소연은 수원 입단 이후 정상에 서지 못했다. 특히 올 시즌은 더욱 뼈아팠다. 수원이 WK리그 챔피언 결정전에서 인천 현대제철을 3-1로 잡으며 우승 가능성을 키웠지만, 2차전에서 2-6으로 대패하며 트로피를 내줬다.
현대제철의 11연패를 막지 못한 지소연은 당시 그라운드 위에서 “현대제철이라는 팀이 충분히 챔피언 자리를 지킬 수 있었던 자세였고, 모습이었다고 했다. 우리는 마음가짐에서 졌다고 했다”고 쓴소리를 했다.
2024년에는 태극 마크를 달고 뛰는 정식 대회가 없다. 지소연은 “매일 어떻게 하면 발전할 수 있을지, 좋아질 수 있을지가 내 고민이다. 내년(2024년)에도 조금 더 나은 선수가 되기 위해 어떻게 훈련하고 나아갈지 고민도 해야 한다. (목표는)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는 것”이라고 했다.
한국 여자축구 A매치 최다 출전(154경기) 최다골(69골) 기록의 주인인 지소연에게는 자부심이자 동기부여다. 그는 “두 기록 다 좋다. 앞으로 이렇게(나처럼) 뛸 수 있는 선수가 나왔으면 좋겠다. (그래야) 한국 축구가 좋아질 것 같다”고 전했다. 지소연은 케이시, 천가람, 추효주(수원FC 위민) 등을 언급하며 “(내 기록을 깰 선수로) 다 기대된다”고 했다.
지소연은 “2024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바란다. 2023년에 (팬들이) 응원해 주신 만큼 우리가 보답해 드리지 못해 죄송한 마음이다. 그럼에도 2024년에는 앞을 향해 전진해야 한다. 지금처럼 뒤에서 우리와 함께해 주신다면, 더욱 감사할 것 같다”고 응원을 부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