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래도 가장 큰 걸림돌은 외국어로 연기를 해야 한다는 점이었죠. 지금까지 연기를 하면서 이렇게 다른 나라 말로 연기를 한 건 처음이라 준비를 할 때부터 막막한 기분이 들었어요.”
개봉 18일 만에 4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노량: 죽음의 바다’(이하 ‘노량’)에서 명나라 장수 진린 역을 맡은 배우 정재영을 최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노량’은 ‘명량’, ‘한산: 용의 대첩’을 잇는 김한민 감독 ‘이순신 3부작’의 마지막 편이다.
정재영은 이 같은 대작에 출연하는 것이 영광이었다면서도 외국어 연기만큼은 쉽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여태 외국어로 연기를 해볼 기회가 없었을 뿐 아니라 평소 외국어 공부에도 그다지 관심이 없었다는 그는 “이번에 ‘노량’을 준비하면서 평소에 영어 공부라도 해놓을 걸 그랬다는 생각도 했다”고 털어놨다.
“촬영에 들어가기 5~6개월 전부터 언어 공부를 시작했어요. 막막하기도 하고 ‘어떻게든 되겠지’ 그런 마음도 있었는데 생각 이상으로 어려웠어요. 중국어가 공부를 하면 할수록 너무 어렵더라고요. 게다가 단순히 중국어로 말을 하는 게 아니라 거기에 감정을 실어서 연기를 해야 하는 거니까… 솔직히 힘들더라고요.”
‘노량’에서 정재영이 연기한 인물은 이순신과 조선군을 돕기 위해 조선에 온 명나라 도독 진린. 전투가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인 초반부터 등장, 극에 긴장감을 불어넣는 중요한 인물이기도 하다.
정재영은 “한국어는 대사가 대본과 조금 틀리게 나오더라도 의미에 맞게 감정을 실어 표현할 수 있는데 외국어는 아니지 않나”라며 “영화 관객들이 내가 연기하는 진린을 보고 웃으면 어떡하나 걱정도 됐다”고 고백했다.
막상 뚜껑을 열자 호평이 이어졌다. ‘노량’은 임진왜란을 다루고 있는 특성상 중국어뿐 아니라 일본어 대사도 다수 나오는데, 그 가운데 정재영의 외국어 연기가 가장 돋보이더란 평도 많다. 정재영은 “기분 좋은 평가다. 앞으로 ‘노량’을 보실 관객들께서도 좋게 봐주셨으면 한다”고 희망했다.
물론 외국어 연습만 한 건 아니다. 자신이 맡은 진린이란 인물에 대해서도 정재영은 공부를 많이 했다. ‘노량’에서 다루는 노량해전 때의 일뿐 아니라 그 전과 이후의 행보, 자손들의 근황까지 찾아봤다.
정재영은 “실제로는 진린이 이순신 장군보다 두 살이 많았다. 그런데도 이순신을 노야(어르신)라고 불렀다”며 “이 부분에서 진린이 이순신 장군에 대해 얼마나 존경심을 갖고 있었는지를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 진린 역이었던 자신만큼 이순신 장군을 연기한 김윤석의 부담감이 컸을 것이라면서 “현장에서 김윤석 선배를 후배로서도, 진린으로서도 봤다”며 “말없이 어딘가를 쳐다 보고 있을 때가 많았는데 문득문득 ‘이순신 장군에게도 저런 고뇌가 있지 않을까’ 했다. 아마 선배가 무거운 갑옷만큼이나 부담감이 컸으리라 본다”고 추측했다.
이어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을 바탕으로 한 영화지만 생각 이상으로 먹먹한 작품이었다”면서 “관객들에게도 그렇게 다가갈 수 있길 바란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대부분 알 만한 역사적 사실을 영화가 어떻게 그렸는지 극장에 오셔서 확인해 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