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민재(33·한화 이글스)는 올해로 '한화맨' 16년 차를 맞는다. 지난해 말 그는 2+1년 총액 8억원 FA(자유계약선수) 계약으로 한화 잔류를 선택했다. 많은 선배들이 리빌딩 과정에서 팀을 떠났지만, 장민재만이 15년 넘게 한화를 지켰다.
계약 발표까지 다소 시간은 걸렸으나 결과는 예상대로였다. 장민재는 본지와 통화에서 "어차피 한화 잔류가 1순위였다"며 "금액 차이 때문에 결정이 늦어진 건 아니다. 내게는 첫 FA다 보니 신중을 기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그는 "내 집인 한화, 대전 야구장에서 계속 야구하고 싶었다. 선수 생활도 한화에서 마무리하고 싶다"고 밝혔다.
장민재는 FA를 앞둔 지난해 부진에 시달렸다. 2022년 32경기 평균자책점 3.55를 기록했던 그가 지난해엔 25경기 평균자책점 4.83에 그쳤다. 구속은 느리지만, 예리한 제구력과 높은 포크볼 구사율로 호투하던 그의 '생존법'이 통하지 않았다. 그는 "그저 내가 못 했을 뿐"이라면서도 "(부진) 이유를 굳이 꼽자면 난 매년 피칭 스타일을 바꾸며 버텼다. 그런데 지난해는 변할 때가 됐는데 기존 스타일을 너무 믿고 버텼다. 그러니 시즌 중반 이후 힘들어지더라"고 반성했다.
한화는 지난해 희망을 봤다. 채은성 등 FA를 다수 영입했고, 젊은 선수들이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정규시즌 최종 순위는 9위였지만 2018년 이후 처음으로 중위권 경쟁을 펼쳤다. 올 시즌에도 FA로 안치홍을, 2차 FA로 김강민을, 이재원을 자유계약으로 영입해 비상을 노린다.
장민재는 "지난해 선수단 분위기가 변했다. 지더라도 끈질기게 버티고, 조금 더 하면 무조건 이길 수 있다는 마음가짐이 퍼졌다"고 돌아봤다. 그는 "우승 경험 있는 베테랑들이 더해졌다. 이제 우리 팀도 충분히 높은 자리에 올라가 성적을 낼 수 있을 기반이 마련됐다고 본다. 올해는 정말로 뭔가 일을 낼 수 있을 것 같다"고 기대했다.
한화의 겨울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괴물' 류현진의 행선지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만약 그가 한화 복귀를 선택한다면 단숨에 가을야구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장민재는 그와 가장 절친한 후배다. 8일 일본 오키나와로 출국해 류현진과 함께 개인 훈련을 소화할 예정이다.
장민재는 "현진 형이 이런(계약) 이슈가 있을 때 겉으로 티를 잘 내지 않는 성격이다. 나도 어디로 갈지 모르겠다"고 웃으면서 "농담으로 현진 형을 한화로 복귀시켜 보겠다고도 했다. 하지만 형이 최대한 대우를 잘 받고, 야구를 잘할 수 있는 곳으로 갔으면 한다. 그저 언젠가 함께하고 싶다고 이야기를 나누는 정도"라고 전했다.
장민재는 올해 롱 릴리프나 스윙맨으로 뛸 가능성이 크다. 그는 "내가 어떤 위치에서 어떻게 공을 던져야 할지는 잘 안다"며 "최원호 감독님께서도 '캠프 때 열심히 해 좋은 성적을 한 번 내보자'고 했다. 팀에 도움이 되게끔 던지는 게 내 목표"라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