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프로배구 '디펜딩 챔피언' 대한항공이 최하위 KB손해보험(KB손보)에 또 잡혔다. 묘한 상성이 이어지고 있다.
대한항공은 지난 9일 경기 의정부체육관에서 열린 2023~24 도드람 V리그 남자부 4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KB손보에 세트 스코어 1-3(14-25, 27-29, 25-14, 22-25)으로 완패했다. 1세트 11점 차로 대패한 뒤 듀스 승부 끝에 2세트까지 내주며 승리 동력을 잃었다.
대한항공은 바로 전 경기였던 5일, 리그 1위 우리카드에 3-0으로 셧아웃 승리를 거뒀다. 이 경기에서 토종 아포짓 스파이커(라이트) 임동혁은 28점을 쏟아냈다. 임동혁은 KB손보전에서도 선봉장에 섰지만, 상대 외국인 선수 안드레스 비예나에게 30점을 내주며 점수 쟁탈전에서 밀렸다.
이 경기 주요 지표를 보면 경기력 차이는 크지 않았다. 공격 득점(58)은 오히려 대한항공이 1점 많았고, 블로킹은 6-9로 밀렸지만, 서브에이스(5개)는 3개 더 많았다. 하지만 2·4세트 20점 진입 뒤 기세 싸움에서 밀렸다.
시즌 4경기 평균 기록을 봐도 마찬가지다. 공격의 시작인 서브 리시브는 44.62%로 시즌 팀 평균(42.89%)보다 오히려 높았다. KB손보는 36.06%에 그쳤다. 9일 4차전처럼 블로킹은 조금 밀렸지만, 서브에이스는 더 많았다.
대한항공은 지난달 10일 홈(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치른 KB손보와의 3라운드 경기에서도 1-3으로 패했다. 1·2라운드 승리 뒤 내리 2연패다.
3라운드에서도 임동혁은 42득점을 올리며 펄펄 날았지만, 비예나는 그보다 많은 43점을 기록했다. 결국 대한항공이 KB손보에 2연패를 당한 건 엄밀히 비예나를 막지 못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비예나는 올 시즌 출전한 대한항공전에서 상대 6개 구단 중 가장 높은 공격성공률(58.02%)을 기록했다. 시즌 평균(54.08%)보다 높았다.1~4라운드 모두 치른 상대 4팀(대한항공·현대캐피탈·우리카드·삼성화재) 중 대한항공전에서 가장 많은 득점(112)을 기록하기도 했다.
비예나는 2019~20시즌을 앞두고 열린 드래프트에서 대한항공의 지명을 받고 V리그에 입성했다. 그해 득점(786)과 공격종합(56.36%) 모두 리그 1위에 올랐다. 하지만 다음 시즌 방출됐고, 2022~23시즌 KB손보 대체 선수로 다시 한국 무대로 돌아왔다.
비예나는 대한항공 소속 시절, 팀 유망주였던 임동혁에게 기술적인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친화력이 좋은 동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