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라임 사태’의 쓰나미가 몰려오고 있다. 홍콩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 기초 주가연계증권(ELS) 상품에서 올해 들어 1000억원이 넘는 손실이 확정되면서다.
14일 은행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에서 판매된 홍콩H지수 기초 ELS 상품에서 이달 8일부터 12일까지 5일 동안 총 1067억원의 원금 손실이 발생했다. 우려했던 ‘홍콩 ELS 사태’가 현실화되고 있는 셈이다.
올해 상반기 만기 도래를 앞둔 관련 상품 규모만 10조2000억원에 달해 H지수가 이례적으로 폭등하지 않는 한 손실 규모는 절반인 5조원대까지 불어날 수 있다는 암울한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홍콩H지수 ELS는 지난 8일부터 첫 손실 확정이 이뤄졌다. 이 기간 만기 도래한 원금은 약 2105억원이며 1038억원만 상환된 만큼 전체 손실률은 50.7%(손실액 1067억원)으로 집계됐다. 일부 상품은 최고 손실률이 52.1%에 달했다.
홍콩H지수 기초 ELS에서 원금 손실이 잇따르는 이유는 상품이 판매된 2021년 이후 홍콩H지수가 반토막 났기 때문이다. 홍콩H지수는 홍콩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 가운데 50개 종목을 추려서 산출하는 지수로 변동성이 높은 것이 특징이다.
홍콩H지수는 지난 2021년 2월 1만2000선을 넘어섰으나 그 해 말 8000대까지 떨어진 뒤 현재 5000대에서 횡보하고 있다. 문제는 홍콩H지수가 고점이던 2021년 판매된 상품들의 만기가 올해부터 속속 돌아오고 있다는 것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15일 기준 홍콩H지수 기초 ELS 총판매 잔액이 19조3000억원으로 전체 잔액의 79.6%인 15조4000억원의 만기가 올해 도래한다. 올해 상반기 만기액이 10조2000억원에 달한다.
상품마다 다르지만 올해 상반기 홍콩H지수가 2021년 상반기의 65∼70% 수준은 돼야 원금손실을 피할 수 있는데 현재로선 가능성이 희박하다.
이렇다 보니 관련 소비자 민원이 빗발치고 있다. 지난 12일까지 5대 은행에 접수된 관련 민원 건수가 1410건에 이른다.
현재 은행 등의 불완전 판매 등을 조사 중인 금융당국은 ELS 대규모 손실과 관련해 늦어도 오는 3월까지 대책을 내놓을 전망이다.
김두용 기자 k2young@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