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최고 외국인 선수 중 한 명인 자밀 워니(서울 SK)가 51득점을 폭격하며 올스타전의 주인공이 됐다. 이는 역대 KBL 올스타전 단일 경기 득점 2위 기록, 그는 당당히 최우수선수(MVP)로도 꼽혔다.
2023~24 정관장 프로농구 올스타전이 14일 고양 소노 아레나에서 열렸다. 프로농구 올스타전이 고양에서 열린 건 이번이 처음. 이날 경기장엔 5581명의 관중이 가득 차 만원 관중 앞 경기가 열렸다.
올 시즌 올스타전에선 KBL 마스코트 캐릭터인 크블몽팀과 공아지팀의 대결이 펼쳐졌다. 정규리그 1위 원주 DB 김주성 감독, 2위 창원 LG 조상현 감독이 각각 지휘봉을 잡았다.
이번 올스타전 팬 투표를 1위를 차지한 허웅은 크블몽팀, 2위 허훈(수원 KT)은 공아지팀에 합류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허훈이 부상으로 빠지며 지난 몇 년간 펼쳐진 허씨 대결은 다음으로 미뤄졌다. 관전 요소는 누가 새로운 스타가 될지였다.
주인공은 워니였다. 그는 연장 포함 34분 11초 동안 51득점 14리바운드 8어시스트 만점 활약을 펼쳤다. 특히 승부가 갈린 4쿼터와 연장쿼터에서만 29득점을 몰아쳤다. 워니에 활약에 힘입은 공아지팀은 135-128로 이겼다.
1쿼터 포문을 연 건 크블몽팀 로슨이었다. 그는 가볍게 우중간 3점슛을 넣으며 이날의 첫 득점을 올렸다. 이어 전성현 역시 장거리 3점슛으로 가볍게 추가 득점을 보탰다.
공아지팀에선 워니의 득점으로 응수했다. 이후 야투 실패가 이어졌는데, 분위기를 단숨에 바꾼 장면이 나왔다. 공격에 실패한 최준용이 이정현에게 공을 건네며 이관희와의 일대일을 유도했다. 이정현과 이관희는 프로농구를 대표하는 악연. 이정현은 그런 이관희 앞에서 레이업 득점과 파울까지 얻어내며 이관희의 ‘킹 세리머니’를 선보였다.
이어 이관희가 응수하려고 하자, 공아지팀에선 5명이 모두 그를 막으려는 수비를 연출하기도 했다.
이후에는 소속팀 동료끼리와의 신경전이 연이어 펼쳐졌다. 이관희는 양홍석(창원 LG)과, 허웅은 최준용(부산 KCC)과 계속 몸싸움을 벌이며 팬들에게 웃음을 안겼다.
1쿼터는 공아지팀이 26-22로 앞선 채 마쳤다. 워니가 11득점을 기록했다. 크블몽팀에선 하윤기가 9득점으로 응수했다.
2쿼터 첫 2분여간은 대릴 먼로(안양 정관장)와 허일영(서울 SK)이 휘슬을 잡아 연이어 웃음을 안겼다. 공아지팀 먼로는 연이어 테크니컬 파울을 선언하며 크블몽팀 공격을 방해했다. 이에 허일영은 자유투 방해로 응수했다. 경기 흐름이 끊겼지만, 관중석에선 웃음소리가 계속 터져 나왔다.
중반에는 다시 코트를 밟은 먼로의 쇼타임이었다. 수비에서도 진심을 다한 그는 3점슛 3개로 9점을 몰아쳤다. 최성원(정관장) 역시 먼로와 함께 9득점을 기록했고, 공아지팀은 한때 18점까지 앞서기도 했다.
배턴을 넘겨받은 건 허웅이었다. 올스타 팬 투표 1위를 차지한 그는 3점슛 2개 포함 12득점으로 단숨에 격차를 좁혔다. 하지만 여전히 리드를 잡은 건 공아지팀이었다. 공아지팀 최준용은 쿼터 막바지 축구공을 드리블하는 모습으로 마지막가지 웃음을 안기기도 했다.
3쿼터엔 두 팀 사령탑이 나란히 코트를 밟았다. 김주성 감독은 제자 김종규 앞에서 포스트업 공격을 시도했고, 공격 리바운드에 이어 득점까지 올렸다. 이에 조상현 감독은 이관희 앞에서 3점슛 파울을 얻어내며 응수했다. 김주성 감독은 두 차례 포스트업 수비에서 김종규의 공격을 막아냈고, 속공 상황에선 덩크를 시도하기도 했다. 덩크는 실패했지만, 레이업 득점으로 이어졌다. 두 감독이 코트를 밟은 시간은 짧았지만, 현역 시절 응원가가 코트 위에 울려 퍼지는 등 확실한 팬서비스를 뽐냈다.
이후 경기 템포를 끌어올린 선수들은 득점 쟁탈전을 벌였다. 3쿼터 종료 시점 허웅의 손끝이 다시 불을 뿜으며 두 팀의 격차가 6점까지 좁혀졌다.
마지막 4쿼터부터 두 팀의 수비 강도가 조금씩 높아졌다. 로슨과 워니가 선봉장으로 나섰다. 두 선수는 전 동료이기도 한 이정현, 최준용의 도움을 받아 연이어 림을 갈랐다. 특히 로슨은 4쿼터 6분 41초를 남겨두고 장거리 3점슛에 성공하며 승부를 원점으로 만들었다.
로슨과 워니의 1옵션 대결이 이어지는 사이, 허웅과 최준용이 힘을 보태며 살얼음판 승부가 이어졌다.
기선제압에 성공한 건 공아지팀의 워니였다. 그는 종료 2분 37초를 남겨두고 하윤기를 상대로 인유어 페이스 덩크에 성공하며 격차를 4점까지 벌렸다. 이어 속공 상황에선 유로스텝으로 득점을 쌓기도 했다. 하지만 로슨도 자유투 득점에 성공해 격차가 1점으로 유지됐다.
워니가 14초를 남겨두고 골밑 득점을 올렸지만, 이관희가 3점슛 파울을 얻어내 동점 기회를 잡았다. 그는 자유투에 모두 성공해 재차 승부의 균형을 맞췄다.
7.3초를 남겨두고 시작한 마지막 공격권에서 이우석의 레이업 시도는 림을 외면, 올스타 축제가 5분 연장된 순간이었다.
연장에서도 워니의 손끝은 뜨거웠다. 그는 연속 리바운드에 이은 3점슛으로 다시 격차를 벌렸다. 이어 3점슛 2개를 더 추가하며 기어코 51득점 고지를 밟았다. 크블몽팀은 로슨과 허웅의 3점슛으로 마지막까지 추격했지만, 승부를 뒤집지 못했다.
이날 워니는 MVP 투표에서 총 86표 중 53표를 받으며 당당히 정상을 차지했다. 그는 경기 뒤 취재진과 마주한 자리에서 “4년 동안 올스타를 보기만 했는데, 실제로 뛰는 것과는 달랐다. 전 동료들과도 함께할 수 있어 즐거웠던 것 같다”라고 돌아봤다.
실제로 워니는 2019~20시즌 SK 입단 후 3차례나 외국 선수 MVP에 꼽히는 등 리그를 지배하는 선수로 꼽혔다. 올 시즌에도 평균 26.1득점 11.3리바운드로 SK의 연승행진을 이끈 장본인이기도 하다. 그는 그동안 올스타전과 연이 없었지만, 첫 출전에서 MVP에 등극하는 겹경사를 썼다. 그는 “그동안 팬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았다. 항상 감사하다. 이번에 올스타로 선정돼 기분이 좋다. 외국인 선수 입장에서 좋은 선례가 됐다고 생각한다. 이걸 계기로 더욱 책임감을 가지려고 한다. 팬들이 항상 경기 외적으로도 좋은 메시지를 전해주신다”면서 감사 인사를 전했다.
팬들의 시선이 몰린 이유 중 하나는 최준용과의 호흡이었다. 최준용은 2023~24시즌을 앞두고 자유계약선수(FA)로 이적했지만, 그전까지 SK에서 워니와 찰떡 호흡을 과시하며 팀의 우승을 이끌기도 했다. 경기 중에도 두 선수의 활약이 코트를 수놓았다. 최준용은 날카로운 2대2 플레이로 많은 어시스트를 쌓아 올스타전 역대 2호 트리플더블에 성공하기도 했다. 워니 역시 “경기전부터 시간을 보냈다. 오랜만에 함께 경기하니 기분이 좋았다. 더 친해진 것 같다”라고 말했다.
한편 그는 4쿼터 막바지 활약에 대해 “사실 1~3쿼터까진 중간마다 이벤트가 있어서 집중하기 어려운 순간이 있었다. 하지만 4쿼터부턴 좋은 승부가 이어지면서 이기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 좋은 경기력, 퍼포먼스로 승리하고 싶었다. 최준용 선수를 비롯한 동료들이 계속 슛을 쏘라고 했다. 연장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동료들이 MVP라고 계속 치켜세워줬는데, 실제로 수상하게 돼 기쁘다”라고 웃었다.
워니의 수상을 끝으로 1월의 농구 축제는 막을 내렸다. 본 경기 중 진행된 3점슛 콘테스트와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SI) 덩크 콘테스트에선 이근휘(부산 KCC)와 패리스 배스(수원 KT)가 우승을 차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