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에서 부진을 거듭하자 결국 우승 확률마저 한 자릿수까지 떨어졌다. 개막 전만 해도 두 번째로 높았던 우승 확률 순위도 5위까지 하락했다. 위르겐 클린스만(독일) 감독의 넘치는 자신감과는 정반대의 흐름이다.
28일 축구 통계업체 옵타가 2023 AFC 아시안컵 16강 토너먼트를 앞두고 슈퍼컴퓨터를 통해 전망한 참가팀들의 우승 확률에 따르면 한국의 우승 확률은 9%에 그쳤다. 이번 대회 들어 한국의 우승 확률이 한 자릿수로 떨어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
대회 개막 전만 하더라도 한때 14.8%까지 올랐던 한국의 우승 확률은 대회 개막 후 꾸준히 하락곡선을 그렸다. 지난 요르단전 2-2 무승부 직후엔 12%로 떨어지더니, 16강 한일전 가능성이 커지자 10.3%, 그리고 16강 대진이 확정된 뒤엔 9%로 하락했다.
우승 후보에서도 점차 멀어지는 분위기다. 개막 전, 그리고 초반까지 한국은 일본에 이어 우승 후보 2순위 팀으로 꼽혔지만 한국은 점차 순위가 밀려 5위까지 추락했다. 조별리그 최종전을 앞둔 시점엔 심지어 6위까지도 순위가 떨어진 바 있다.
조별리그를 거치면서 나온 한국의 부진한 경기력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클린스만호는 지난 조별리그 E조 첫 경기에서 바레인에 3-1로 승리를 거뒀지만 이후 요르단과 2-2로, 말레이시아와는 3-3으로 비겼다. 객관적인 전력 차가 큰 팀을 상대로도 아쉬운 경기력에 그쳤다.
특히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에서 100계단 이상 차이가 났던 ‘최약체’ 말레이시아와 최종전에선 사실상 최정예를 가동하고도 3실점이나 내주는 등 난타전을 펼쳐 자존심을 잔뜩 구겼다. FIFA 랭킹은 한국이 23위, 말레이시아는 130위였다.
조별리그 3경기에서 3골·1도움을 기록한 이강인(파리 생제르맹)이 그야말로 고군분투하고 있는 가운데, 특히 조별리그 3경기에서 매 경기 실점을 허용하는 등 무려 6실점이나 내준 수비불안이 도마 위에 올랐다.
또 빠듯한 토너먼트 일정을 앞두고 주축 선수들이 숨을 고를 기회였던 말레이시아전조차 사실상 최정예를 가동한 용병술은 물론, 부진한 경기력에도 이렇다 할 변화를 주지 못하고 있는 클린스만 감독의 전술적인 역량마저 팬들의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실제 조별리그 내내 공·수 간격이 넓어지면서 중원 싸움에서 열세에 몰리고 있는데도 클린스만 감독은 큰 변화를 주지 않고 있고, 부진한 경기력에 그치고 있는 선수들마저 계속 중용하는 등 좀처럼 흐름을 바꾸지 못하고 있다.
클린스만 감독은 국내 취재진에게 “결승까지 숙소를 빨리 연장하라”며 “중요한 건 자신감이다. 우리는 우승하기 위해 여기에 왔고, 목표가 뚜렷하다. 우리 자신을 믿는다”며 자신만만한 모습이지만, 추락한 옵타의 우승 확률이 말해주듯 외부에서 보는 클린스만호는 단단하지 못한 상황이다.
우승 확률뿐만 아니라 옵타는 한국의 8강 진출 확률마저 51.8%로 내다봤다. 사우디아라비아는 48.2%, 그야말로 박빙의 승부를 내다본 것이다. 8강 진출 확률만 따지면 이라크(64.2%) 우즈베키스탄(62.9%) 아랍에미리트(UAE·61%)보다도 더 낮다. 4강 진출 확률은 28.3%로 전체 7위, 결승 진출 확률도 17.9%로 5위까지 각각 처져 있다.
조별리그에서 한 차례 충격패를 당하고도 꾸준히 우승 1순위로 꼽히고 있는 일본의 상황과도 대조를 이루고 있다. 일본은 조별리그 D조 2차전에서 이라크에 1-2 충격패를 당했지만, 베트남과 인도네시아를 각각 3-1, 4-2로 완파하고 D조 2위로 16강에 진출했다.
한국의 조별리그 최종전 말레이시아전을 앞두고 16강 한일전이 성사될 가능성이 커지자 한때 일본의 우승 확률도 3위까지 떨어지긴 했지만, 16강 대진이 확정된 뒤에는 다시 우승 1순위로 올라섰다. 옵타가 전망한 일본의 우승 확률은 18.8%다. 일본은 8강과 4강 진출 확률이 전체 2위지만, 결승 진출과 우승 확률에선 전체 1위를 달리고 있다.
일본에 이어 이번 대회 우승 확률 2위는 개최국이자 디펜딩 챔피언인 카타르가 15.1%로 뒤를 잇고 있다. 일본과 카타르는 결승이 아닌 4강에서 만나게 되는데, 결국 두 팀 중 한 팀의 우승 확률이 가장 클 것이라는 게 옵타의 전망이다.
한국이 8강에 오를 경우 격돌할 가능성이 큰 호주는 13.8%로 3위, 이란은 13.6%로 4위에 각각 올랐다. 그 뒤를 이은 한국의 우승 확률은 6위 사우디아라비아(8%), 7위 이라크(7.1%)와도 큰 차이가 나지 않았다.
아시아 최강팀을 가리는 아시안컵 16강 토너먼트는 28일 오후 8시 30분 호주와 인도네시아의 첫 경기를 통해 막을 올린다. 한국은 오는 31일 오전 1시 카타르 알라이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사우디아라비아와 격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