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방송된 ENA, SBS Plus ‘나는 솔로’ 18기 옥순의 멘트가 화두 위에 올랐다. 지나치게 MBTI에 의존하며 상대방을 멋대로 정의 내리는 모습 때문이다.
MBTI는 10분이면 자신의 성격 유형을 알파벳으로 받을 수 있는 간편한 성격유형검사다. MZ세대들 사이에서는 ‘젊은이들의 사주’라고 불릴 정도로 인기다. MBTI는 크게 8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외향(E)vs내향(I), 감각(S)vs직관(N), 사고(T)vs감정(F), 판단(J)vs인식(P). 알파벳 조합에 따라 결과는 총 16개다.
사람의 성격을 이분법화해 나누다 보니 극단적으로 판단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특히 결과를 중요시하는 사고형 ‘T’와 과정을 중요시 하는 감정형 ‘F’는 의미가 변질돼 오직 ‘공감 여부’로만 이야기 된다. 그렇다 보니 비교적 냉철하고 현실적인 ‘T’는 부정적인 뉘앙스까지 풍기게 됐다. 유튜브 등에서 남의 말에 공감하지 않는 사람에게 “너 T야?”라고 묻는 대화 방식이 이를 방증한다. 그리고 ‘나는 솔로’도 예외는 아니었다.
극F 성향을 보이는 옥순은 호감 있는 상대인 영식과 진지한 만남을 생각했지만 “T인 성향이 마음에 걸린다”며 고민했다. 실제로 옥순은 조금만 영식에게 서운한 일이 생겨도 “완전 T다 T”라며 MBTI를 거듭 언급했다. 가장 논란이 된 부분은 “F 성향을 가져보겠다”며 노력하는 영식에게 “사람은 쉽게 바뀌지 않더라”며 선을 그어버리는 장면. 이를 지켜보던 MC 데프콘 역시 “MBTI에 학을 뗀다”며 진저리를 치기도 했다.
사실 영식은 자기 방식대로 옥순에게 마음을 표현하고 있었다. 컨디션이 좋지 않은 옥순을 위해 죽을 끓여주고, 옥순이 좋아했던 디저트를 기억하고 챙겨주는 등 말보다는 행동으로 진심을 보여주고 있었다.
문제는 MBTI에 너무 집착한 나머지 영식의 다른 좋은 부분을 보지 못한 옥순처럼 지나치게 과몰입했을 경우 하나에만 눈이 멀어 진짜로 중요한 걸 놓칠 수 있다는 거다.
‘나는 솔로’는 예능 프로그램 특성상 재미있는 부분 위주로 편집이 돼 출연자의 실제 성향을 완벽하게 파악하기는 어렵다. MBTI에 집착하는 게 옥순의 생활 전체는 아닐 터다. 하지만 옥순은 방송에 비춰진 모습만으로 평가돼 시청자들의 빈축을 사고 있다. 옥순의 MBTI를 따지는 성향에 대한 제작진의 집착이 상황을 여기까지 몰고온 것은 아닌지 되짚어 봐야 한다. 제작진의 집착이 가져온 연쇄 부작용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과유불급. 지나치게 과한 것은 부족한 것과도 같다는 뜻의 사자성어다. 무엇이든 지나치면 오히려 ‘독’이 된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