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호텔 앞에서 마주한 팬과 축구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 팬은 본인이 이라크 팬이라며 “어제 경기(이라크 vs 요르단)를 봤냐”고 되물었다.
이라크 출신의 무스타파 알와타르는 지난 29일(한국시간) 열린 이라크와 요르단의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16강전 경기에 불만을 드러냈다.
이날 요르단을 상대로 끌려가던 이라크는 후반 31분 핵심 공격수 아이멘 후세인의 득점으로 승부를 뒤집었다. 정규시간이 14분 남은 터라 사실상 이라크의 8강 진출이 가까워진 순간이었다.
그러나 후세인의 ‘잔디 먹방’ 세리머니가 화를 불렀다. 후세인이 동료들과 잔디를 먹는 듯한 시늉을 했고, 주심은 그에게 옐로카드를 꺼냈다. 전반 추가시간에도 경고를 받았던 후세인은 결국 퇴장당했다. 이후 이라크는 요르단에 2골을 내줬고, 일찍이 대회를 마치게 됐다.
두 팀의 경기를 관전한 알와타르는 “우리는 이라크가 이번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을 거라고 낙관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심판이 몹시 나쁜 결정을 내리면서 경기에서 졌다”고 돌아봤다.
국내에서는 후세인의 세리머니를 두고 ‘어리석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국의 주된 의견을 들은 알와타르는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한국 분들이 이라크와 요르단의 경기가 그렇게 감정적인 매치라는 것을 몰랐던 것 같다”고 했다. 이라크와 요르단은 서아시아의 라이벌 중 하나다.
무엇보다 심판의 판정이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앞서 요르단 선수들이 선제골을 넣은 후 비슷한 셀레브레이션을 했는데, 주심이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알와타르는 “요르단 선수들도 똑같은 세리머니를 했지만, 심판은 아무것도 주지 않았다. 불공평한 행동”이라고 꼬집었다.
알와트라와 담소를 나누다가 자연스레 한국 경기에 관한 이야기를 했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현지시간으로 오늘(30일) 로베르토 만치니 감독의 사우디아라비아와 대회 16강전을 치른다.
한국 축구를 챙겨본다는 알와트라는 실제 웬만한 국내 팬만큼이나 지식을 갖추고 있었다. 그는 “내 생각에는 한국이 (사우디보다) 더 조직적이고 많은 것을 갖고 있다”며 “손흥민은 세계 최고의 선수 중 하나다. 이강인은 이번 대회 최고의 선수 중 한 명이다. 플레이메이커이면서도 훌륭한 스코어러”라며 한국의 8강행을 점쳤다.
알와트라는 이강인을 비롯해 손흥민, 황인범을 클린스만호의 핵심 선수로 꼽았다. 다만 그 역시 세간의 평가처럼 클린스만 감독에 관한 부정적인 견해를 쏟아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