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에서 잘 던진다고 하는 투수들을 보면 160이닝 이상은 던지더라. 나도 그 대열에 끼고 싶다."
곽빈(25)은 지난해 두산 베어스의 간판 투수였다. 12승 7패 평균자책점 2.90으로 데뷔 후 가장 많은 승리, 가장 낮은 평균자책점을 남겼다. 2018년 1차 지명을 받고 입단했던 그의 잠재력이 비로소 온전히 터진 한 해였다.
2024년, 곽빈의 기량에 대한 물음표는 더 이상 없다. 남은 게 건강 이슈다. 곽빈은 지난해 23경기 등판에 그쳤다. 그해 5월 7일 LG 트윈스 도중 허리 통증을 느껴 말소됐고, 같은 달 31일 복귀했으나 통증을 느껴 또다시 휴식기를 보냈다.
곽빈은 지난 29일 호주 스프링캠프로 출국하기 전 인터뷰에서 "지난해 허리가 좋지 않았던 만큼 비시즌 동안 허리 강화 훈련을 많이 했다. 체크해 보니 이전에 비해 허리 상태가 많이 좋아졌다"고 전했다.
건강해진 만큼 올해는 규정이닝 진입, 그 이상을 노린다. 곽빈은 "KBO리그에서 잘 던진다고 하는 투수들을 보면 160이닝 이상을 소화하더라. 나도 그 대열에 끼고 싶어 160이닝을 목표로 설정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정규시즌 이닝 1위는 라울 알칸타라(두산·192이닝)였고, 리그에서 160이닝을 넘긴 건 총 11명이었다. 말 그대로 각 팀을 대표하는 에이스들만 이름을 올렸다.
투구의 질을 높이는 데에도 집중했다. 올겨울 곽빈은 제구와 구위 강화로 이어지는 하체 강화에 힘썼다. 그는 앞서 지난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다녀온 후 "일본 투수들은 공을 정말 살살 던지는 것 같은데도 구속이 155㎞/h가 나온다"며 "대표팀 동료들과 얘기하면서도 많이 느꼈다. 고영표(KT 위즈) 형은 우리나라에서 제구가 제일 좋은데, 하체를 정말 신경 쓰신다. 그때 많이 깨달았다. 이후 하체 웨이트 트레이닝을 정말 많이 했다"고 했다.
오프시즌 하체 단련에 대해서도 묻자 "너무 만족스럽게 잘 됐다. 스프링캠프에서 최원준(두산) 형과 1대1로 운동하기로 했다. 원준 형이 최근 일본으로 개인 훈련을 가서 배워 온 운동을 함께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구종 활용법도 선배들과 노하우를 공유하고, 함께 연구할 계획이다. 곽빈은 최고 155㎞/h 강속구에 주 무기 커브, 그리고 체인지업과 슬라이더를 고루 던져왔다. 곽빈은 "원준 형이 일본 투수들은 볼카운트를 잡는 공과 헛스윙을 잡는 공으로 (용도를) 나눠 쓴다고 하더라. 캠프에서 (포수인) 양의지 선배와 얘기하면서 이 부분을 정립하고자 한다. 구종은 (추가할 필요 없이) 충분히 다양하게 던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승엽 두산 감독은 출국 전 "외국인 투수 두 명과 곽빈은 선발 로테이션 확정"이라고 밝혔다. 이미 지난해 와일드카드 결정전에도 그를 등판시켰고, 국내 에이스라고 언급할 정도로 믿음을 보였다. 곽빈도 책임을 느낀다. 그는 "감독님 기대에 부응하도록 잘하겠다"며 "잘될 때 사람이 나태해지면 안 된다. 보장된 자리는 없다는 생각으로, 항상 그랬던 것처럼 초심을 지키고 스프링캠프를 시작하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