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월 한국 지휘봉을 잡은 클린스만 감독은 선수 시절 세계적인 공격수였던 만큼, 축구 팬들의 이목을 끌었다. 동시에 지도자로서 숱한 논란을 일으켰던 그를 향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세간의 걱정은 현실이 됐다. 클린스만 감독은 재택근무, 외유 논란을 몰고 다녔다. 설상가상으로 ‘전술이 없다’는 지적까지 받으며 지도력까지 도마 위에 올랐다. 부임 후 5경기 무승(3무 2패) 늪에 빠지며 ‘OUT’을 외치는 이들도 적잖았다. 이후 연승을 달리며 반등했지만, 선수들에게 자유를 부여하는 그의 전술을 두고 ‘해줘 축구’라는 마냥 웃지 못할 말까지 나왔다. 감독이 자기 전술이 아닌, 선수들의 개인 능력에 의존한다는 뜻에서 나온 말이었다.
‘우승’을 외친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에서도 비판은 이어졌다. 그도 그럴 것이 클린스만 감독이 공개적으로 자신감을 표한 것과 달리, 한국의 조별리그 성적은 1승 2무로 예상보다 저조했다. 우승 후보로 분류된 기대치를 충족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승부차기 끝에 진땀승을 거두고는 국내에서는 ‘클린스만 감독의 생명이 연장됐다’는 반응이 나왔다. 호주와 8강전을 앞두고는 조롱도 당했다. 한 호주 언론에서 한국을 이길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로 클린스만 감독의 존재를 꼽은 것이다. 당시 클린스만 감독은 이 이야기를 듣고 웃으며 “어떤 도발도 상관없다. 다른 코멘트가 있다면 언제든 이야기해달라”라고 대응했지만, 한국 입장에서는 씁쓸함을 감추기 어려운 조롱이었다.
클린스만 감독은 자신을 보호하는 말보다 ‘결과’로 이야기했다. 쉽지 않았던 사우디전과 호주전을 연달아 성공리에 마치면서 비판으로 가득했던 여론을 조금씩 바꾸고 있다.
경기 중 벤치에서 크게 하는 일이 없다는 지적도 이제는 쏙 들어갔다. 호주전 후반 막판에 오른쪽 풀백인 김태환을 빼고 윙어 양현준을 투입하며 효과를 톡톡히 보자, 클린스만 감독의 ‘용병술’이 조명받고 있다. 이전까지 그의 전술과 지략 등 그라운드 안에서의 능력이 조명된 것은 사실상 전무했다. 조금씩 클린스만 감독을 보는 시선 자체가 달라진 것이다.
물론 클린스만 감독이 ‘운장(실력에 비해 실적이 좋은 우두머리)’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16강과 8강에서 연속으로 경기 종료 직전 동점 골을 넣고 연장 승부를 펼쳐 승리를 따낸 것에 클린스만 감독의 ‘운이 좋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한국이 그토록 고대하던 64년 만의 아시안컵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다면, 분명 클린스만 감독을 향한 시선은 지금보다 훨씬 긍정적으로 바뀔 수밖에 없다. 결국 세간의 시선을 바꾸는 것은 자기 손에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