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2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 대회의실에서 열린 KIA 코칭스태프 전략 세미나. KIA 제공
지난달 22일이었다. KIA는 홈구장인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 대회의실에서 코칭스태프 전략 세미나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최준영 대표이사와 심재학 단장을 비롯해 1군 코칭스태프와 퓨처스(2군) 및 잔류군 코칭스태프, 프런트(팀장) 등 총 28명이 참석, 파트별 지난 시즌 성적을 리뷰하고 올 시즌을 대비하는 차원에서 다양한 이야기가 오갔다. 최준영 대표이사는 "모든 코칭스태프가 우승이라는 하나의 목표 아래 각자 해야 할 역할에 대해 고민하고 토론한 의미 있는 자리였다"고 말했다.
지난 13일 이범호(43) 1군 타격 코치를 제11대 감독으로 선임한 심재학 단장은 그 배경 중 하나로 '전략 세미나'를 언급했다. 심 단장은 "대표이사를 모시고 팀장급 이하 구단의 모든 코칭스태프가 발표하는 날이었다. (여러 코치가 브리핑했는데) 이범호 코치의 발표 내용이 좋았다"며 "그 부분에서 (감독 선임 과정 중) 가산점이 붙지 않았을까 한다"고 말했다.
2021년 12월부터 1군 타격 파트를 맡은 이범호 신임 감독은 전략 세미나에서 마이크를 잡았다. 회의에 참석한 한 구단 관계자는 "확실하게 기억에 남는 건 ABS(·Automatic Ball-Strike System, 자동 볼 판정 시스템)에 대응하는 부분이었다"며 "스트라이크존이 바뀔 거니까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기술적이 부분이나 거기에 맞는 타격 포인트 등을 언급했다"고 말했다. 올해 KBO리그는 로봇 심판으로 불리는 ABS가 적용된다. 스트라이크 상단은 선수 신장의 56.35%, 하단은 선수 신장의 27.64% 위치가 기준이 될 전망. 기계가 볼과 스트라이크를 판정할 예정이어서 구단마다 대비책을 세우고 있다.
이범호 KIA 신임 감독이 13일 호주 캔버라의 나라분다 볼파크에서 열린 훈련에 참석해 있다. KIA 제공
구단 관계자는 "이범호 코치는 코치를 맡은 지난 2년의 타격 지표를 뽑았더라. 그 결과 타자들의 사이클이 6월 이후 전반적으로 좋지 않았다는 걸 설명했다. 데이터 팀과도 얘기했을 텐데 구체적인 문제점을 거론하면서 다가오는 시즌에 어떻게 하겠다는 청사진을 밝힌 게 있었다. 아마 그런 부분을 대표님이나 단장님께서 좋게 보지 않았을까 싶다"고 부연했다.
KIA는 이범호 코치는 '준비된 지도자'라고 판단했다. 선수단을 잘 파악하고 있는 만큼 감독 교체에 따른 여진을 최소화할 수 있는 카드이기도 했다. 이범호 신임 감독은 화상으로 진행된 최종 면접도 무리 없이 소화했다. 심재학 단장은 "팀 방향성에 부합하는 인상적인 얘길 많이 했다. 녹화한 화상 내용을 대표이사께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이범호 신임 감독은 프로야구 첫 1980년생 사령탑이다. 팀 안팎에서 변화에 대한 기대가 크다. 그는 사령탑 공석 상태로 스프링캠프를 시작한 선수들에게 취임 일성으로 "(감독이 없는 상태로) 운동했던 그 느낌 그대로 운동해 줬으면 한다. 여러분들이 하고 싶은 대로 야구장에서 야구하시면 될 거 같다"며 "다른 부분은 '이거 하지 마라, 저거 하지 마라' 이런 말 난 안 할 거다. 여러분들이 하고 싶은 거 해라. 멤버가 워낙 좋으니까 나도 선수를 믿겠다. 올 시즌 우승할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돕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