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르겐 클린스만 축구대표팀 감독이 경질됐다. 그럼에도 대표팀과 관련한 숙제는 여전히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소집 기간 몸싸움을 한 펼친 손흥민(토트넘)과 이강인(파리 생제르맹)의 징계 및 대표팀 차출 여부 역시 관심거리다.
대한축구협회는 지난 16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임원 회의를 열고 클린스만 감독의 교체를 결정했다.
클린스만 감독의 경질은 예견됐다.
한국은 역대 최강 멤버로 나선 아시안컵에서 우승에 도전했으나 4강전에서 요르단에 0-2로 충격적인 패배를 당해 목표 달성에 실패했다. 결과 못지않게 경기력마저 좋지 않아 따가운 시선이 쏟아졌다.
클린스만 감독의 경질을 포함한 축구 대표팀을 둘러싼 여론이 최악으로 치닫은 가운데 해외 언론을 통해 손흥민과 이강인의 충돌 소식이 전해졌다.
요르단과 4강전을 앞둔 저녁 식사 시간 이강인을 포함한 일부 선수가 탁구를 치러 자리를 떠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주장 손흥민이 이를 제지하는 과정에서 이강인과 충돌이 빚어졌다. 이때 손흥민의 손가락이 탈구됐고, 결국 요르단전에는 붕대를 감고 나와야만 했다.
대한축구협회는 이런 갈등 소식을 곧바로 인정했다. 이강인도 SNS를 통해 사과했다.
이후에도 논란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았다. 이강인이 손흥민의 얼굴에 주먹을 날렸다는 소식까지 전해졌다. 이강인의 대리인은 입장문을 통해 "이강인 선수는 자신의 잘못을 깊이 뉘우치고 반성하고 있다. 많은 축구 팬들께 불편과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다시 한번 사과드린다"면서도 "손흥민 선수가 이강인 선수의 목덜미를 잡았을 때 이강인 선수가 손흥민 선수의 얼굴에 주먹을 날렸다는 기사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복했다.
자세한 상황이 어찌 됐든 물리적 충돌이 발생했고, 이는 팀 분위기에 나쁜 영향을 끼쳤다. 고참급 선수들은 클린스만 감독을 찾아가 "이강인을 출전 명단에서 제외해달라"고 요청했다. 결승 진출을 다투는 큰 경기를 앞두고 '하나의 팀'으로 뭉치기는커면 '사분오열'의 모습이었다.
이에 '협회 차원에서 사실 관계 확인은 물론 징계를 검토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많다.
아시안컵 이후 특별한 입장을 표명하지 않던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은 이날 임원회의 결과를 직접 발표하면서 각종 논란 에 입을 열었다.
정 회장은 "모두가 예민해진 상황에서 일어난 일이었고, 종종 팀에서 일어나는 일이기도 하다. 이럴 때 시시비비를 너무 따지는 건 상처를 악화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언론도 팬들도 도와주셔야 한다. 다들 젊은 사람들이다. 잘 치유하도록 도와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선수단 내 충돌이나 갈등 양상에 관해 협회 차원에서의 조사나 징계 절차는 밟지 않겠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대표팀은 다음 달 소집 예정이다. 당장 다음 달 21일과 26일 태국과 2026 북중미 월드컵 예선 2연전을 치러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정 회장은 이들을 대표팀에 소집하지 않는 방안을 언급했다. 정 회장은 "징계 사유 조항을 살펴봤다"면서 "(대표팀) 소집을 안 하는 징계밖에 없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공은 차기 사령탑에게 넘겼다. 정몽규 회장은 "추후 대표팀 감독이 선임되면 (대표팀 명단에 뽑지 않는 등의) 방안을 논의해야 할 거라 본다"고 말했다.
결국 새 감독이나 임시 사령탑에게 선수 선발 권한과 함께 이들의 차출 책임까지 떠넘긴 셈이다.
정몽규 회장은 "대표팀을 한 팀으로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차기 감독의 가장 중요한 덕목의 하나일 것"이라면서 "아시안컵에서 중요한 문턱에서 허망하게 무너진 것도 한 팀이 되지 못한 게 이유라 생각한다. 시시비비 하나하나 따지고 누가 뭘 어떻게 따지기보단 앞으로 이런 것을 계기로 젊은 선수들이 더 성장하고 한 팀 되는 방안을 새 감독과 상의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