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한화 이글스는 최근 메이저리그(MLB) 자유계약선수(FA) 신분인 류현진과 계약 절차를 빠르게 진행하고 있다. 구단은 최근 한국야구위원회(KBO)를 통해 MLB 사무국에 류현진의 신분 조회를 요청한 상태다. 신분 조회는 MLB 선수였던 그가 KBO리그로 돌아오기 위한 절차다.
KBO리그 규약 한미 선수계약협정에 따라 한국 구단이 미국 또는 캐나다에서 프로 또는 아마추어 선수로 활동 중이거나 활동한 선수, 현재 빅리그 구단과 계약 중이거나 보류 명단에 든 선수와 계약하려면 신분 조회를 마쳐야 한다. MLB 사무국은 KBO를 통해 한화 구단에 그가 FA 신분임을 확인했다. 한화가 그를 떠날 때 신청했던 '임의해지 선수' 신분이 KBO를 통해 해제되면 한화와 계약 공식 발표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류현진은 메이저리거이기 이전에 한화의 역사를 대표하는 에이스였다. 인천 동산고를 졸업한 그는 2006년 신인 드래프트 2차 1라운드로 한화에 입단한 프랜차이즈 스타다. 데뷔 첫 해 투수 트리플 크라운(다승·평균자책점·탈삼진 1위)을 이루며 역대 최초로 신인왕과 최우수선수(MVP)를 동시 수상했다. 2012년까지 7년 동안 98승 평균자책점 2.80을 기록, 당대 독보적인 에이스로 리그에 군림했다. 2009년 이후 암흑기에 빠진 한화였지만 류현진이 등판하는 날만큼은 최강이라 불릴 정도로 존재감이 뚜렷했다. 이어 그는 2013년 포스팅시스템(비공개 경쟁입찰)을 통해 MLB 진출을 이뤘다. 떠날 때조차 구단에 약 2573만 달러(344억원)의 포스팅비를 안겨 한화에 힘을 보탰다.
지난해만 해도 류현진의 국내 복귀 가능성이 낮다는 분위기였다. 류현진이 지난해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 재활을 마치고 돌아와 11경기 3승 3패 평균자책점 3.46으로 경쟁력 있는 성적을 보여줘서다. 그러나 시즌 후 FA가 된 그는 현지에서 만족스러운 제안은 받을 수 없었고, 친정팀 복귀가 빠른 속도로 진행됐다. 오랜 시간 절친했던 손혁 한화 단장과 꾸준한 대화를 통해 공감대를 형성한 덕에 복귀가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류현진 복귀에 모기업도 나섰다. 류현진과 계약을 위해 한화 그룹 전체가 계열사별 분담금 형태로 비용을 준비한 것으로 전해진다. 계약 규모는 당연히 역대 최고다. 앞서 MLB 계약을 마치고 롯데 자이언츠로 돌아왔던 이대호(2017년 4년 150억원 계약), SSG 랜더스로 돌아왔던 김광현(2022년 4년 151억원) 이상 금액으로 에이스의 자존심을 세울 예정이다. 한화는 KBO리그 최고 규모인 양의지의 계약(4+2년 152억원)을 넘어서는 4년 170억원 안팎의 계약 규모를 준비하고 있다. 역대 최고액이 예상된다.
단순 '최고액' 계약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MLB 통산 78승 48패 평균자책점 3.27을 남긴 류현진은 박찬호, 추신수와 함께 가장 굵직한 족적을 남긴 코리안 빅리거다. 상징적인 숫자인 200억원을 넘길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샐러리캡을 고려한 계약 구성으로 역대 최고 연봉 계약도 새로 쓸 가능성이 크다. KBO리그 역대 최고 연봉은 지난 2022년 김광현이 받은 81억원이다. SSG는 샐러리캡 실행 직전인 당시 계약 첫해에 연봉을 몰아 부담을 최소화했다. 지난해 채은성, 올해 안치홍 등 FA 영입을 연달아 이룬 한화는 샐러리캡 연봉에 큰 여유가 없지만, SSG처럼 특정 연도에 연봉을 몰면 부담을 줄일 수 있다. 계약 총액이 큰 만큼 최고 연봉도 새로 써질 전망이다.
슈퍼 스타의 컴백에 개막을 기다리는 KBO리그에도 활기가 넘치고 있다. 한화 팬들은 류현진의 복귀를 기정사실화하고 벌써 축제 분위기이고, 타팀 팬들 역시 부러움과 기대를 표시하고 있다. 최강 에이스로 군림했던 류현진의 복귀에 올시즌 우승 후보 전력으로 꼽혀온 LG 트윈스, KT 위즈, KIA 타이거즈 등은 긴장한 표정이다. 이 팀들보다도 5강 경쟁이 예상되는 중위권 팀들은 류현진의 계약 소식에 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화는 지난해 9위에 그쳤다. 류현진의 복귀 효과가 팀 순위를 어디까지 끌어올릴지도 관심사다.
한화 선수단은 지난 19일 호주 1차 스프링캠프를 마쳤다. 이어 21일부터 일본 오키나와에서 진행하는 2차 캠프로 이동하는데, 류현진도 계약을 마치는 대로 합류할 수 있게 됐다. 2022년 복귀한 김광현은 당시 3월 8일에야 계약해 선발 로테이션을 한 번 건너뛰고서야 마운드에 섰지만, 류현진은 그보다 여유를 두고 몸을 만들 수 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