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스터' 류현진(37)이 마흔네 살까지 선수 생활을 보장받았다. 한국 야구 역사를 대표하는 '선발' 투수가 클로저 임무를 수행하는 모습도 볼 수 있을 전망이다.
류현진이 12년 만에 KBO리그로 돌아왔다. 2013년부터 메이저리그(MLB)에서 뛰었던 류현진은 지난 22일 한화 이글스와 계약을 공식 발표했다. 구단은 "기간 8년, 총액 최대 170억원에 류현진과 계약했다"라고 밝혔다. 총액 기준으로 역대 KBO리그 최고액이다. 류현진은 "최고 대우로 돌아올 수 있게 해준 구단에 감사드린다. 한화는 지금의 내가 있게 해준 고마운 구단이다. MLB 진출 때부터 꼭 한화로 돌아와 보답하겠다고 생각했고, 미국에서도 매년 한화를 지켜보며 언젠가 합류할 그날을 꿈꿨다, 그 약속을 지키게 돼 기쁘다"라고 복귀 소감을 전했다.
'역대 최고액' 계약으로 의미를 부여하기 어려워 보인다. 핵심은 계약 기간이다. 현재 서른일곱 살인 류현진이 선수 생활 8년을 보장받았다. 마흔네 살까지 선수로 뛸 수 있다는 얘기다.
샐러리캡 등 현재 모기업의 자금 투여 정도 등 여러 변수가 작용한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한화 구단은 초장기 계약에 대해 "만약 류현진이 계약 기간을 채우게 되면 한화 송진우(전 코치)가 기록한 최고령 경기 출장 기록, 43세 7개월 7일을 넘어 한국 프로야구의 새로운 기록을 갖게 된다"라고 설명했다. 'KBO 새 역사'에 의미를 부여한 것.
류현진은 2022년 팔꿈치 수술을 받았다. 고교 2학년 때 인대 접합 수술을 받았고, MLB에서 뛸 때도 어깨와 팔꿈치에 차례로 칼을 댔다. 수술대만 네 번이나 올랐다.
류현진이 30대 후반 나이에도 수술을 받고 재기를 노린 건 결과적으로 친정팀, KBO리그에서의 롱런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총액이나 연평균 몸값을 기준으로 산정하는 계약 규모보다, 30대 후반에 역대 최장기 계약에 합의한 것으로 자존심을 지킨 모양새다.
류현진은 향후 2~3년 동안 충분히 선발 투수 임무를 수행할 수 있을 것 같다. 팔꿈치 수술 뒤 복귀 첫 시즌이었던 2023년도 11경기에서 3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구단(토론토 블루제이스)에서 애써 이닝 관리에 연연하지 않았다면, 진작 내구성을 증명했을 것이다.
40대 진입 뒤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근·체력 모두 선발 임무를 수행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현실적으로는 불펜 임무를 수행할 가능성이 높다. 수 년이 지난 뒤엔 셋업맨이나 마무리 투수로 나서는 류현진도 볼 수 있을 전망이다.
류현진은 KBO리그에서 등판한 통산 190경기 중 11번 구원 등판했다. 2006년 정규시즌 마지막 등판에서 포스트시즌 등판 준비 차 구원 등판해 3이닝을 소화하며 세이브를 챙긴 바 있다.
'국보 투수' 선동열도 한국 무대를 떠나 일본 리그에 진출하기 직전 3시즌(1993~1995)에는 마무리 투수를 겸업하기도 했다. 류현진도 언젠가 팀 승리를 지키는 임무를 맡을 수 있다. 그게 이름값을 지키면서, 팀에 기여하고 롱런하는 현실적인 대안이다. 당장 송진우도 불펜 임무를 수행하며 선수 생활 말년을 보냈다. 현재 1개뿐인 류현진의 통산 세이브 기록은 더 쌓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