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손자' 이정후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데뷔전을 치렀다. 비록 시범경기긴 하지만 첫 경기 첫 타석부터 안타를 신고하며 새 시즌을 기대하게 했다.
이정후는 28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 미국 메이저리그(MLB) 시범경기 시애틀 매리너스와 홈경기에 1번 타자·중견수로 선발 출전, 3타수 1안타를 기록했다.
이정후는 첫 타석부터 안타를 때려냈다. 지난해 13승을 거둔 시애틀 선발 조지 커비를 상대로 0-2 볼카운트에서 1루수 옆을 빠져 나가는 강한 타구로 안타를 만들어내 출루했다. 이후 후속 타자의 땅볼과 상대 실책으로 2루에 안착한 이정후는 라몬테 웨이드 주니어의 중전 적시타 때 홈을 밟으면서 첫 득점까지 올렸다. 이후 이정후는 2회 1루수 땅볼, 4회 헛스윙 삼진으로 첫 시범경기를 마쳤다.
7개월 만에 실전에서 때려낸 안타였다. KBO 키움 히어로즈 소속이었던 지난해 7월 22일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4타수 3안타를 때려낸 것이 이정후의 마지막 공식 경기 안타였다. 이정후는 이날 8회 수비 도중 발목에 통증을 느껴 교체됐고, 이후 수술대에 올라 긴 재활 터널을 밟아야 했다. 10월 10일 키움의 홈 최종전이었던 고척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타석에 복귀했으나 안타를 때려내진 못했다. 그로부터 7개월 뒤 미국 애리조나에서 안타를 신고했다.
전력질주도 7개월 만이었다. 이날 이정후는 1회 안타를 때려낸 뒤 헬맷이 벗겨질 정도로 1루까지 전력질주하며 현지의 조명을 받은 바 있다. '더 머큐리 뉴스' 등 현지 매체는 "바람의 손자라는 별명을 가진 이정후가 베이스 경로를 따라 날았다. 그와 함께 그의 헬맷도 공중으로 날아 올랐다"라고 소개했다.
바람의 손자의 등장에 밥 멜빈 샌프란시스코 감독도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현지 매체에 따르면 멜빈 감독은 경기 전 이정후에 관한 질문을 받자 "매우 흥분된다"라고 말했다. 이어 경기 후에는 "(가벼운 허리 통증으로) 데뷔가 늦어졌지만, 첫 타석에서 안타를 치고 득점까지 낸 것은 아주 좋아 보인다"고 흐뭇해했다.
이정후의 주루에 대해선 "확실히 좋은 스피드를 가졌다"라고 평가했다. 멜빈 감독은 "작년에 발목 부상을 당해 조심스러울 수 있지만, 이정후 본인이 베이스에서 더 공격적인 모습을 보여주길 원하는 것 같다. 그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알아보려 한다"라며 그의 주루 플레이를 기대했다.
경기 후 이정후도 "개인적으로 만족스럽다"라고 돌아봤다. 이정후는 "상대가 좋은 투수였다. 2스트라이크에 몰려 콘택트에만 집중하자고 생각했는데 다행히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라며 이날 경기를 회상했다.
다만 현지 매체는 이정후의 강속구 대처를 우려했다. KBO와 MLB의 구속 자체가 다르다는 것을 지적하며 "더 빠르게 던지는 메이저리그 투수들을 상대로 이정후가 어떻게 적응할지는 큰 물음표다"라고 말했다. 이에 이정후는 "(KBO와 MLB는) 직구도 확실히 차이가 있지만, 가장 큰 차이점은 변화구 구속인 것 같다. 메이저리그는 다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정후는 오는 29일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전을 건너뛰고 다음 달 1일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전에 선두 타자로 출전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