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은성(34·한화)은 지난 2014년 LG 트윈스에서 처음으로 1군에 데뷔했다. 당시 육성선수 신화로 이름을 날린 그는 빠르게 LG 외야 주축으로 자리 잡았고, 지난해 한화와 6년 90억원 '대박' 계약까지 성공했다. 한화 유니폼을 입고 생애 첫 올스타로도 뽑혔고, 올스타전 최우수선수(MVP)까지 뽑혔다. 한화에서 2년 차를 맞이하는 올해는 주장 완장까지 찼다. 누가 뭐래도 한화의 간판 타자이자 리그 간판 베테랑 선수가 됐다.
그런 채은성도 상대해보지 못한 선수가 류현진이다. 프로 입단 연차는 2년 차이지만, 1군 데뷔가 늦은 탓에 만나지 못했다. 2006년 신인왕과 MVP를 타며 화려하게 데뷔한 류현진은 채은성이 콜업되기 1년 전인 2013년 메이저리그(MLB) LA 다저스와 계약해 KBO리그를 떠났다.
돌고돌아 2024년 한화에서 두 사람의 인연이 닿았다. 채은성이 주장이 돼 한화 선수단을 이끌던 지난 2월 류현진이 한화와 8년 170억원 계약을 맺고 12년 만에 KBO리그 복귀를 선언했다.
채은성과 류현진 두 사람은 4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함께 귀국했다. 스프링캠프 일정을 모두 마친 한화는 9일 시범경기 개막전까지 청백전(7일)을 포함해 자체 훈련 일정을 소화한다.
4일 인천공항에서 취재진과 만난 채은성은 "지난해보다 더 정신 없던 스프링캠프였다"고 웃으면서 "재밌게 잘 하고 왔다. 이곳 저곳에서 (나를) 많이 찾고, (주장이라) 할 것도 많고 신경 쓸 것도 많았다"고 전했다.
손혁 한화 단장은 류현진과 계약 후 본지와 통화에서 "채은성이 내게 고맙다고 하더라"고 뒷 이야기를 전했다. 자칫 패배 분위기에 젖을 수 있던 선수단에 류현진이 가세해 희망이 더해졌다는 뜻이었다. 채은성은 이에 대해 "고참들은 현진이 형이 올 거라는 분위기를 많이 느끼고, 이야기도 들어 미리 알고 있었다"며 "소식을 듣고 단장님께 감사하다, 고생하셨다고 연락드렸다. 선수단 분위기가 좋아지도록 도움이 될 거라 느꼈고, 실제로 많이 좋아진 것 같다. 선수 한 명의 힘이 이렇게 크다. 선수들에게 자신감이 많이 생길 것"이라고 돌아봤다.
한화는 류현진에 앞서 안치홍, 김강민, 이재원 등 베테랑을 대거 영입했다. 여기에 화룡점정으로 류현진이 더해진 상황. 한화를 둘러싼 기대와 분위기를 채은성 본인이 누구보다 피부로 느낀다. 채은성은 "한화가 뉴스에도 많이 나오고, 취재진도 많이 찾아오시더라. 지난해 느껴보지 못했던 열기를 오키나와에서부터 체감하고 있다. 현진이 형의 파워인 것 같다"고 웃으면서 "아직 시즌을 시작하지 않아 팀이 강해졌다고 속단하기는 이르다. 그래도 좋은 분위기를 가져온 건 맞는 것 같다. 우리 팀은 더 강해져야 한다"고 다짐했다.
오는 7일 한화가 치르는 자체 청백전은 벌써 화제를 모으고 있다. 선발 투수가 류현진, 그리고 작년 신인왕 문동주라서다. 한화의 과거이자 현재인 류현진, 현재이자 미래인 문동주의 맞대결이라 문자 그대로 '그림'이 된다.
채은성은 어느 투수를 상대하고 싶을까. 그는 "현진이 형 반대편에서 형의 공을 한 번 보고 싶다"고 했다. 말 그대로 경험해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채은성은 "동주는 내가 LG에서 뛸 때 상대한 경험이 있다. 현진이 형은 내가 1군에 올라왔을 때는 이미 미국에 간 후였다. 정말 궁금한 투수 중 한 명이었다. 꼭 한 번 경험해보고 싶다"고 설명했다. 다만 말 그대로 경험이지 결과는 무관하다고 했다. 그는 "이제 같은 팀이다. 싸워야 할 상대가 아니다. 어렸을 때는 바라만 보고, 상대해보고 싶었던 투수였다. 실제로 맞대결할 일은 없으니 마음은 편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