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들의 전쟁’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를 무대로 펼쳐진 이강인(파리 생제르맹)과 구보 다케후사(레알 소시에다드)의 라이벌전이 이강인의 완승으로 끝났다. 이강인이 속한 파리 생제르맹(PSG)이 8강으로 향한 건 물론, 2차전 활약상도 크게 엇갈렸기 때문이다.
이강인과 구보는 6일(한국시간) 스페인 산세바스티안의 아노에타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24 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에서 후반 맞대결을 펼쳤다. 유럽 최고의 무대인 챔피언스리그에서 펼쳐지게 될 두 2001년생 동갑내기 절친이자 한·일 라이벌의 맞대결은 16강 대진 추첨 당시부터 큰 화제가 됐는데, 이날에야 비로소 맞대결이 펼쳐졌다.
지난 1차전에선 이강인이 바이러스 감염 여파로 결장하면서 맞대결이 이뤄지지 못했다. 이날도 이강인은 교체 명단에 이름을 올린 반면, 구보는 1차전에 이어 2차전에서도 선발로 나서 자칫 라이벌전이 무산될 가능성도 있었다. 그러나 후반 시작과 함께 이강인이 교체로 그라운드를 밟으면서 45분 간 그라운드 위에는 이강인과 구보가 나란히 뛰었다.
이강인이 먼저 공격 포인트를 쌓았다. 후반 11분 킬리안 음바페의 쐐기골을 어시스트했다. 수비라인까지 내려와 수비에 가담하던 이강인은 동료들과 유기적인 패스 플레이를 통해 상대 압박을 뚫었다. 이후 레알 소시에다드 수비 뒷공간을 향해 절묘한 공간 패스를 논스톱으로 건넸다. 이강인의 패스는 폭발적인 스피드를 앞세운 음바페에게 연결됐다. 음바페는 두 번의 터치 이후 오른발 슈팅으로 상대 골망을 흔들었다. 2차전 2-0 리드, 1·2차전 합계 스코어에서도 4-0으로 앞서는 사실상 쐐기골이었다. 이강인의 어시스트를 음바페가 마무리한 합작골은 지난해 10월 이후 129일 만이었다.
궁지에 몰린 레알 소시에다드는 반격에 나섰으나 이미 승기를 잡은 PSG 골문을 좀처럼 열지 못했다. 후반 44분에야 미켈 메리노의 슈팅이 PSG 골망을 흔들었으나 승부를 뒤집기엔 역부족이었다. 결국 종료 휘슬과 함께 2차전은 PSG의 2-1 승리로 막을 내렸다. 1·2차전 합계 PSG의 4-1 승리. 8강 진출권은 PSG의 몫이 됐다.
이강인은 어시스트 1개뿐만 아니라 95%의 패스 성공률(22회 시도·21회 성공)을 비롯해 슈팅 1개, 드리블 1회 성공(성공률 50%) 롱패스 2회 성공(성공률 67%) 등을 기록했다. 경합 상황에도 적극적으로 가담해 지상볼 경합 승률 67%(6회 경합·4회 성공)을 기록하는 등 공·수 양면에서 존재감을 보였다. 최근 출전 시간이 크게 줄어들면서 입지가 줄어들던 차에 반전을 이뤄낸 공격 포인트라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폿몹 평점은 7.4점, 소파스코어 평점은 7.2점 등 교체로 출전하고도 팀 내 중상위권에 해당하는 7점대 평점을 받았다.
반면 구보는 풀타임을 소화했지만 공격 포인트를 기록하지 못한 채 고개를 숙였다. 90분 간 슈팅은 단 1개였고, 패스 성공률은 61%(23회 시도·14회 성공)에 그쳤다. 그나마 3차례 기회를 만들어냈고 2개의 크로스를 성공시켰으나, 드리블은 2회 시도해 모두 무산됐고 크로스 성공률도 33%에 그쳤다. 지상볼 경합 승률도 25%(12회 경합·3회 성공)에 그쳤다. 폿몹 평점은 6.5점, 소파스코어 평점은 6.6점에 각각 머물렀다.
이강인이 팀을 8강으로 이끄는 어시스트를 기록하며 존재감을 선보인 사이, 구보는 현지 언론으로부터 혹평도 받았다. 지역 매체 노티시아스 데 기푸스코아는 구보에게 평점 10점 만점에 단 4점을 매기며 “이날 경기에서 가장 실망스러운 선수 중 한 명이었다. 변화를 가져올 선수로 선택받고도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고, 오히려 두 번째 옐로카드까지 받을 뻔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