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원주 DB 정식 감독 부임 첫해 팀을 정규리그 1위로 이끈 김주성 감독이 “나는 부족한 감독인데, 내가 더 배울 수 있게끔 시즌을 잘 치러준 것 같다”며 선수들에게 공을 돌렸다.
김주성 감독은 14일 원주종합체육관에서 열린 수원 KT와의 2023~24 프로농구 정규리그 홈경기에서 연장 접전 끝에 107-103으로 승리, 정규리그 1위를 확정한 뒤 취재진과 만나 “많이 기쁘다. 떨리기도 했는데, 감회가 새롭다”고 말했다.
이날 승리한 DB는 38승 10패를 기록, 남은 6경기 결과와 상관없이 정규리그 1위를 확정했다. DB가 정규리그 1위에 오른 건 삼보(전신) 시절 포함 역대 7번째다. 또 48경기 만에 정규리그 1위를 확정해 역대 2번째로 빨리 정규리그 1위를 확정했다. 역대 4번째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 경사도 남겼다.
개막전만 하더라도 많은 주목을 받았던 팀이 아니기에 그 의미는 더욱 컸다. 실제 DB는 지난 시즌 플레이오프 진출권 밖인 7위에 머물렀고, 김주성 감독도 우승이 아닌 봄 농구를 목표로 내세웠다. 그러나 DB는 시즌 내내 1위 자리를 놓치지 않았고, 결국 정규리그 6경기를 남겨두고 정상의 자리까지 우뚝 섰다.
DB 원클럽맨으로서 코치를 거쳐 감독으로서 정규리그 1위까지 이끈 만큼 김 감독의 감회는 더욱 새로울 수밖에 없다. 그는 “처음 원주에 왔을 때 20년 넘게 있을 줄은 몰랐다. 처음엔 원주가 어디 있는지도 몰랐다. 그저 먼 곳이라고만 생각했다. 지금은 인생에서 제일 오래 산 제1의 고향이 됐다. 팬분들께서 더 응원해 주시고 격려를 많이 해주시는 것 같다”고 웃어 보였다.
이어 “선수로서 우승할 때는 펄쩍펄쩍 뛰면서 좋아했는데, 감독이 되니 뛸 수가 없어서 좀 아쉽다. 통합 우승하면 펄쩍펄쩍 뛰어보겠다. 선수 시절과 감독 시절 모두 기쁜데, 저를 낮추는 게 아니라 부족한 감독을 선수들이 좋게 만들어준 만큼 현재가 더 기쁜 것 같다”고 웃어 보였다.
정규리그 1위에 오를 수 있었던 모멘텀으로는 지난 컵대회에서의 부진을 꼽았다. 김주성 감독은 “컵대회가 이번 시즌 제일 큰 터닝 포인트였다고 생각한다. 나름대로 열심히 준비했다고 했는데, 컵대회에서 너무 실망스러운 경기를 했다. 버스를 타고 돌아오면서 선수들을 어떻게 해야 하지 생각을 했다. 나한테도 많이 화가 났다”고 돌아봤다.
이어 김 감독은 “다음날 비디오 미팅을 4~5시간씩 했다. 선수들과 대화를 하면서 강도 높은 훈련을 하겠다고 했다. 개막 일주일 앞두고 그 3~4일 강도 높게 훈련을 한 게 터닝 포인트이지 않았나 싶다. 고양 소노전도 마찬가지지만 홈에서 부산 KCC에 승리하면서 상승세를 타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정규리그 1위에 오르는 과정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선수로는 주장 강상재를 꼽았다. 김주성 감독은 “주장을 맡으면서 성격을 탈피하고, 나이가 중간인데도 선후배를 잘 이끌어서 여기까지 잘 왔다고 생각한다. 강상재 선수가 가진 능력이 있는데, 올해 만개를 해서 감독으로서 많이 뿌듯하다”고 웃어 보였다.
이어 “디드릭 로슨도 말로 평가할 수 없을 정도로 너무 훌륭한 선수다. 컨디션이 안 되는 부분도 다른 부분으로 어떻게든 만회하려는 수준 높은 선수다. 그 선수가 있기에 우리 팀도 이 정도로 유지된다고 생각한다. 너무 큰 존재”라고 극찬했다.
한상민, 이광재 코치에게도 공을 돌렸다. 김 감독은 “저 혼자서는 못했을 거라고 생각한다. 한상민, 이광재 코치와 열띤 토론도 하고 언성을 높여가면서 소통을 했다. 오히려 더 재미있게 이끌어나가지 않았나 싶다”며 “감독 혼자서 할 수 있는 건 없다. 농구에 대한 열정들이 크다. 항상 저랑 같이 노력을 많이 하는 친구들이다. 재미있게 서로 배워가며 하고 있다”고 웃어 보였다.
정규리그 1위를 확정하면서 이제 남은 정규리그 6경기에 대한 운영 계획도 고민이 필요한 상황. 김주성 감독은 “코치들과 상의해야 한다. 김종규는 무릎이 많이 안 좋은데, 마냥 쉬기보다 플랜을 잘 짜서 시간 조절을 해야 될 것”이라며 “플레이오프 상대는 누가 되더라도 어렵다. 남은 기간 경기들을 잘 살펴보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