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르빗슈 유는 20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LA 다저스와 2024 미국 메이저리그(MLB) 월드 투어 서울 시리즈 개막전에서 샌디에이고의 선발 투수로 등판, 3.2이닝 동안 72개의 공을 던져 2피안타 3볼넷 3탈삼진 1실점 비자책을 기록했다.
5이닝은 채우지 못했지만 관록투로 숱한 위기를 넘겨냈다. 2017년(텍사스 레인저스 시절)과 2021, 2022년(샌디에이고)에 이어 네 번째 개막전 선발의 영예를 얻은 다르빗슈는 이날 매 이닝 주자를 내보냈지만 베테랑의 노련미를 제대로 뽐내며 다저스 타선을 무력화했다.
오타니와 명승부도 펼쳤다. 오타니는 지난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우승을 합작한 동료이자, 일본프로야구(NPB) 니혼햄 파이터즈의 등번호 ‘11번’을 공유한 후배이기도 하다. 이날 MLB 첫 맞대결을 펼친 두 선수는 명승부로 세간의 이목을 이끌었다.
1회 오타니와 첫 맞대결은 다르빗슈가 웃었다. 154km/h(95.7마일)의 몸쪽 빠른 공으로 스타트를 끊은 다르빗슈는 스플리터로 땅볼을 유도해 아웃 카운트를 올렸다. 3회는 장군멍군 끝에 오타니가 웃었다. 다르빗슈가 몸쪽 153km/h(95.5마일)의 빠른 초구로 기선을 제압했고, 오타니는 3구 몸쪽 컷 패스트볼을 큼지막한 파울홈런으로 응수했다. 5구째 152km/h(94.7마일)의 높은 싱커를 오타니가 받아 쳐내며 안타로 이어졌다.
오타니의 안타는 위기로 이어졌다. 볼넷 2개를 내주며 만루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다르빗슈는 노련했다. 다음 타자 맥스 먼시를 풀카운트 승부 끝에 헛스윙 삼진 처리하면서 무실점으로 이닝을 마쳤다. 무실점으로 위기를 넘긴 다르빗슈는 크게 포효했다. 4회 선두타자를 수비 실책으로 내보내면서 실점으로 이어졌으나 다르빗슈의 호투는 샌디에이고에 희망을 안기기 충분했다.
경기 후 다르빗슈는 일본 언론과 인터뷰에서 이날 경기를 돌아봤다. 3회 오타니와 승부를 회상한 그는 “강한 타구를 치길래 ‘역시’라는 생각을 했다. 안타 후엔 웃음이 나왔다”라면서도 “이후 오타니의 도루를 허용했는데 그는 언제나 (기회가 생기면) 달릴 수 있는 선수다”라며 경계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숱한 위기를 최소 실점으로 넘긴 그를 두고 일본의 ‘닛칸스포츠’는 “프로 20년차 투수답게 (평소와는 다른) 혼란스러운 상황에도 꿈쩍도 하지 않았다”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이날 고척 스카이돔에 울려퍼진 ‘한국식 응원’을 언급했다. 이날 1루와 3루에는 응원단이 KBO리그 선수들의 응원곡을 개사해 열정적으로 응원을 유도했다. 조용한 MLB식 응원과는 확실히 다른 풍경으로, 선수들에게 신선한 경험을 선사했다. 로버츠 다저스 감독은 “미국과는 확실히 다른 문화다. 한국 팬들의 응원 열정을 느낄 수 있어 좋았다”라며 호평했다.
다만 경기에 집중해야 하는 투수들에게 이렇게 생소한 경험은 방해가 될 수도 있을 터. 하지만 다르빗슈는 “일본 응원과 비슷한데 또 다르더라. 값진 경험을 해서 무척 즐거웠다”라며 웃었다. 그는 “시차나 처음 오는 나라 등 여러 가지 일들이 있었지만 (서울 시리즈를) 즐길 수 있었다. 끈기 있게 경기를 풀어나갔다고 생각한다”라며 서울 시리즈를 마친 소감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