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국가대표팀 주장 손흥민(32·토트넘)이 지난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4강 탈락 이후 대표팀 은퇴를 고민했다고 털어놨다. 매번 감사하고 영광스러운 자리인 걸 알지만, 개인적인 생각만 했다면 은퇴했을 거란 의미다. 그만큼 마음고생이 심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손흥민은 2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태국과의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을 마친 뒤 취재진과 만나 “대표팀이라는 자리는 단 한 번도 당연시된 적이 없었다. 매번 감사했고, 매번 영광스러웠다”면서도 “개인적인 생각만 했다면 (대표팀을) 그만할 것 같았다. 거의 그런 심경이 코앞까지 갔다”고 돌아봤다.
손흥민은 지난 아시안컵 우승을 누구보다 간절하게 원했던 선수였다. 최전성기의 나이에 도전하는 마지막 아시안컵일 가능성이 컸기 때문이었다. 대표팀도 역대급 전력이라는 평가를 받은 만큼 자신감도 넘쳤다. 그러나 64년 만의 우승의 꿈은 4강 탈락과 함께 산산조각이 났다. 대표팀 내 갈등까지 발생하는 등 손흥민에겐 그 어느 대회보다 힘겨운 대회가 됐다.
당시 손흥민은 박지성을 비롯해 기성용, 차두리 코치 등 많은 선배와 지인들, 아버지에게까지 많은 조언을 구할 만큼 은퇴를 진지하게 고민했다. 손흥민은 “솔직하게 많은 이야기들을 해주셨다. 아직 어린 저한테는 도움이 많이 됐다”며 “축구 외적으로도 인생 선배들께도 질문을 많이 했고, 아버지께도 여쭤보면서 고민했다”고 했다.
그런 손흥민의 은퇴 고민에 ‘마침표’를 찍은 건 팬들이었다. 손흥민은 “이만큼의 사랑을 받는 축구 선수는 드물다고 생각한다. 축구 선수로서도, 또 사람으로서도 이 정도의 사랑을 받는 걸 당연하게 생각한 적도 없다”며 “그분(팬)들을 가장 먼저 떠올렸던 것 같다”고 했다.
자신의 은퇴로 인한 부담이 행여나 동료들에겐 짐이 되진 않을까도 걱정했다는 그다. 손흥민은 “이렇게 힘든 상황 속에서 동료들이 그런 걸 다 떠안아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생각이 많았다. 많은 팬들, 가족분들, 주변 사람들한테 많은 응원을 받고 큰 힘이 됐다”고 했다.
이어 “어디까지나 저와 축구 팬분들의 약속이지 않나. 그 약속을 지키고 싶고, 이런 약한 생각을 다시는 안 할 수 있도록 조금 더 강한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내가 도움이 되는 한, 대표팀이 저를 필요로 하는 한 (김)민재가 이야기했듯이 머리 박고 하겠다”고 웃어 보였다.
이날 태국전 1-1 무승부 결과에 대해선 진한 아쉬움을 전하면서도 비교적 짧은 시간 준비하고도 많은 기회를 만들어낸 경기력에 더 초점을 맞췄다. 이날 한국은 전반 중반 이후부터 주도권을 잡고도 좀처럼 결실을 맺지 못했지만, 결국 손흥민이 해결사로 나서 0의 균형을 깨트렸다. 다만 후반 아쉬운 실점으로 결국 승리를 놓쳤다.
손흥민은 “결과가 상당히 아쉬운 건 어쩔 수 없는 사실인 것 같다”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짧은 시간 동안 선수들이 노력해서 긍정적인 부분들도 많이 나왔다고 생각한다. 전체로 모여서 운동한 지 하루밖에 안 됐는데 이런 찬스를 만드는 건 쉽지 않다. 운동장에서 짧은 시간이지만, 많은 대화와 노력을 하면 점점 더 좋아질 거라 생각한다. 상당히 기대된다”고 했다.
아시안컵 기간 충돌했던 이강인과는 이날 그라운드 위에서 호흡을 맞췄다. 손흥민이 선발 풀타임 출전했고 이강인은 후반 17분 교체로 나섰다. 이강인의 패스를 손흥민이 슈팅으로 연결하는 장면도 나왔으나 아쉽게 ‘극적인 합작골’까지 나오진 않았다. 그래도 경기 후 손흥민이 이강인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대화를 하는 등 이제는 갈등이 완전히 지워진 모습이었다.
손흥민은 “(이강인은) 워낙 잘하는 선수고, 또 재능도 많은 선수다. 오늘은 교체로 들어와서 분위기를 전환시키려고 노력했고, 실제 분위기도 전환시켰다고 생각한다”며 “아시안컵에서도 호흡이 점점 계속 좋아지고 있는 걸 많이 느끼고 있다. 선수로서 한 단계 성장하는 부분들을 매번 느낄 수 있다. 같이 플레이하면 정말 즐겁고, 앞으로 더 잘해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응원했다.